대도왕오

2023.11.28 18:11

돌도끼 조회 수: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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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포학례 감독 1973년작.

대도왕오-왕정의는 청말의 실존인물로 전국적으로 잘나가는 표국의 사장님이었다고 합니다.

활동기반이 북경이고... 담사동, 강유위, 양계초같은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있었고... 무술변법이나 의화단 운동같은, 역사책에도 나오는 굵직한 인물/사건들과 연관이 있었다 하니... 무림에 흔한, 이름은 겁나 유명하지만 실체를 입증할 증거는 없는 뜬구름같은 로컬 전설들(대표적으로 황비홍)과는 달리 나름 근거있는 유명인이었던 모양이예요.

영화는 무술변법 시기를 배경으로 해서 왕오가 담사동의 사형집행을 막으려 노력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극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사들의 의기로 가득한 국뽕영화ㅂ니다.
뭐 그렇다고 진지한 역사물은 아니고, 장철영화답게, 왕오와 담사동 두 싸나이의 의리와 죽음을 그린 무협영화죠.

스케일이 별로 크지도 않고 역사적인 디테일이나 돈좀 들어가겠다 싶은 부분은 '말로 때우기'신공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대사로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고 넘기기.

어찌보면 그 전해에 나왔던 장철/포학례의 히트작 [마영정]의 변주 같기도 해요.

[마영정]은 진관태가 연기하는 의리의 싸나이 마영정이 '담사'라는 인물 때문에 목숨을 내던진다는 이야기였고, 여기서는 진관태가 연기하는 의리의 싸나이 왕오가 '담사동'을 위해 목숨을 내던집니다.(글구 두 영화 다 김씨성 가진 여인네가 남주의 관심대상으로 나옵니다.)

[마영정]에서 진관태를 발굴해 일약 탑스타로 만들었던 장철은 연달아서 비슷한 역할을 시켰네요. 마영정과 왕오 둘 다 실존인물이기도 하고...

한쪽은 깡패고 한쪽은 영웅이라는 캐릭터 차이가 있지만... 장철의 세계에서는 그게 그렇게 크게 구분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ㅎㅎ

담사동 이야기만 가지고는 좀 심심하다 싶었는지 진짜 무협지스러운 MSG로 철권 염봉이라는 사람이 왕오에게 도전한다는 서브플롯이 들어가있습니다.

문제는 이쪽이 더 심심하다는 거...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여야할 담사동 구출작전이 끝난 다음에도 영화는 한참을 더 계속됩니다.

배신자에 대한 복수 및 염봉과의 은원 결산...인데, 근데 이 둘은 그냥 잔챙이거든요.

그전까지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걸고 싸우던 주인공이 끝에가서는 별것 아닌 걸로 별것 아닌 상대들과 싸우고 있는 거예요.

배신자는 강남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마영정]에서는 끝판왕-흑막이었던 사람이죠.

강남은 여러 작품에서 정말 가증스런 악역을 많이하기도 했고 [마영정]에서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마지막에 이사람과 싸우는 게 나름의 흐름에 맞는 것일지 몰라도ㅎㅎ... 여기서 강남의 캐릭터는 평범한 소인배라서요. 오히려 이사람도 본의아니게 등떠밀려서 그렇게된 거라고 볼수 있는데다... 이사람 싸움 못합니다.

그런 사람을 붙잡고 떡이 되도록 패고또패고있는 주인공을 보면 그냥 깡패가 힘없는 사람 괴롭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차라리 한방에 보내버렸으면 나름 화끈한 복수처럼 보였을 것도 같은데...

어쪄면 (그시절) 중국사람들 의식구조속에선 배신자는 저정도는 쳐맞아야 당연한거라 생각한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염봉이란 인물은, 대변혁의 격동기에 누구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열나 뛰고있는데 정신못차리고 개인적인 명예나 은원같은 거에나 집착해서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사람이라 영웅인 왕오와 대비가 되는 캐릭터기도 하고, 역사의 변혁기에서 사라져가는 무협이라는 시대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근데 그냥 쌈박질 장면 좀 더 넣고싶어서 불러왔습니다... 정도로 밖에는 이 캐릭터를 못써먹어요.


이사람이 초장부터 왕오한테 나가떨어집니다. 애초에 주인공 상대가 안되요.

그렇다고 무슨 필살기를 익혀서 다시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내내 주인공한테 터지기만 하면서도 주제 모르고 입만 살아 큰소리만 치며 계속 또 덤비던 인간입니다.

그런 사람이 끝판왕 역까지 맡게 되니, 뭐 별수 있나요. 그냥 불쌍하게 쳐맞습니다.

이러니 뭐 주인공이 끕도 안되는 넘들을 일방적으로 뚜드려패는 건데... 별 관심도 안가는 걸 한참을 보고있어야되요.

그래서 그뒤로 곧장 이어지는 장철식 싸나이의 비장한 최후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뭐 장철 영화들 중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편은 아닌 다소 마이너한 영화인 것 같네요.






셀레스쳘에서 dvd 홍보용으로 만든 예고편. 전 셀레스철 예고편을 대체로 안좋아합니다만...





-홍금보가 딱 20년 뒤에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일도경성]

-영화 초반에 허관영이 잠깐 나옵니다. 뽀송뽀송한 아기같은 얼굴에 심지어 잘생겨보이기까지 합니다.

-양계초역으로 역시 아기같은 얼굴의 석천이 나옵니다.

-풍극안이 왕오의 표국 직원 및 담사동을 잡으러다니는 포졸로 투잡을 뛰고있습니다. 불과 몇분 사이에 태세전환을...

-이수현이 왕오의 꼬붕역으로 나옵니다. 제법 폼잡는 장면도 있는 역할인데다 크레딧에는 게스트 출연이라고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철권 염봉은 [황비홍]에 나오는 철포삼 엄진동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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