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 여름. 양강총독 마신이가 백주 대낮에 괴한의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장관급 인사가 사람들 많은 시내 한복판에서 피습당한 거죠.
청나라 조정이 발칵 뒤집혔고 서태후는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립니다.
이른바 청나라 4대기안 중에서도 첫번째로 꼽히는 자마안-마(신이)가 칼에 찔린 사건-입니다.


이상한 점은 사건 직후 범인은 도망가지도 않고 태연히 그자리에서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장문상이라고 이름이 밝혀진 이 범인은 오랜 조사끝에 사소한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마신이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이 나 능지처참을 당합니다.

근데 이게 워낙에 큰 스캔들이었던데다 조사/재판과정이 엄청 길었다보니 그사이에 민간에는 온갖 소문이 떠돌았답니다. 이런저런이 살이 붙어 정치적인 음모론이 떠돌기까지...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원한 때문인 걸로 결론이 났어도 사람들이 그걸 믿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됩니다.

그렇게 떠돈 소문들 중 가장 유명하고 지금까지도 잘 알려져있는 것이... 재판과정은 민간인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장막뒤에서 방청했고 그 내용을 세상에 알려 사건의 진상을 전한다는 식으로 퍼진 이야기라고 하는 모양인데...

사실은 마신이와 장문상은 의형제였고, 마신이가 의리를 져버려서 장문상이 정당하게 복수를 한 거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에는 마신이와 장문상 말고도 황종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마신이와 황종 장문상이 만나 의기투합해 의형제를 맺고 세사람은 산적(...)이 됩니다.
하지만 남다른 포부가 있었던 마신이는 과거 시험을 보아 합격했고 쾌속승진해 총독자리까지 올랐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형님이 높은 사람 되었다고 좋아라했지만, 권력의 맛을 본 마신이는 더이상 과거의 쾌남이 아니었고, 결국 형제를 배신한 마신이를 장문상이 처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20세기초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들중 한명)였던 평강불초생이 20세기 초 대륙을 뒤흔들었던 대히트작 '강호기협전'의 에피소드로 채용하면서 더더욱 널리 알려집니다. 불초생은 나중에 아예 이야기를 확장해서 '장문상자마안'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고합니다.

이렇게 해서, 마신이는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느냐와는 별개로, 의리를 져버린 천하의 개ㅆㄴ이라는 이미지로 세상에 박제되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는 현대에도 인기가 있어 여러번 미디어로 각색이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장철의 73년 영화, 제목도 [자마]입니다.

사실 장철 영화가 나오기 전에 71년 쇼부라다스가 시대 배경을 원나라말로 바꿔 각색한 영화를 이미 낸 적이 있습니다. 포학례 감독의 영화 [만전천심].
여기선 전풍이 마신이(에 해당하는 인물), 나열이 장문상(에 해당하는 인물), 위홍이 황종(에 해당하는 인물)역으로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몇년 지나지도 않아 포학례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장철이 같은 이야기를 또 영화로 만든 겁니다.

장철 버전에선 적룡이 마신이 역할, 강대위가 장문상, 진관태가 황종.
당시 장철의 톱스타 세명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그중에서도 적룡이 주목을 받아, 그전까지는 강대위에 딸린 부록같은 인상이 없지 않았던 적룡을 연기파로 인정받게 해서 적룡의 단독주연 시대를 열게됩니다.(이 영화도 명목상 주인공은 강대위입니다만...)

오우삼이 이 영화 조연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나아중에 오우삼이 만든 [첩혈가두]에 나오는 세 주인공의 인물관계가 [자마]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모양입니다.

2000년대에는 다소 엉뚱하게도 진가신이 장철 [자마]를 리메이크한다고 발표하는데, 처음엔 직계 리메이크로 하려 했다가 현재의 중국체제에서 역사적 실존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데 부담을 느꼈다고 하고, 이야기만 따오는 걸로 해서 등장인물들 이름이 다 바뀌고 제목도 [투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만전천심]의 리메이크라고 할수있을지도...('만전천심'도 '투명장'도 배신하면 처참하게 조져버리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문구들입니다. 한국에선 완전 의미불명인 [명장]으로 개명되었지만...)

여기선 이연걸이 마신이(에 해당하는 역할), 금성무가 장문상(에 해당하는 역할), 유덕화가 황종(에 해당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그전까지는 걍 무술 잘하는 남자라는 이미지만 갖고 있던 이연걸이 연기파로 인정받게 됩니다.



그밖에... 왕정이 제작한 포르노 시리즈 [만청십대혹형](국내 제목이 [만다린]?)이 4대기안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중 2편이 자마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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