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87분으로 짧아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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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제목은 말장난이었던 것 같네요. 주인공이 수영 선수니까요.)



 - 미국, 플로리다... 라고 주장합니다. (찍기는 다른 나라에서 찍었대요) 주인공 헤일리는 대학생 수영 선수구요. 시작하자마자 대회에서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치네요. 이후 락커룸에서 언니와 통화를 하는데, 아빠 사는 동네에 허리케인이 상륙하는데 연락이 안 된답니다. 연락이 안 된대. 어쩌니... 그래서 나더러 가 보라고? 아니 가면 안 되지, 내가 언제 그랬니. 언니는 맨날 이런 식으로 자기만 안전한 데 앉아서 남한테...

 암튼 갑니다. 가야죠. 그래야 영화가 되죠.

 허리케인 상륙으로 출입 통제가 된 곳을 그냥 씩씩하게 배째라고 뚫고 들어간 주인공은 미쿡식 2층집 지하의 지하실은 아니고 그냥 구조물 같은 공간에서 아빠를 발견하는데, 뭔가에 크게 다친 아빠를 데리고 나오려는 순간 우리의 멋진 악어님을 마주칩니다. 그대로 지하에 갖혀 버린 우리 부녀는 과연 악어떼를 뚫고 나와 허리케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사랑스럽고 영특한 멍멍이 슈가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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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명과 한 마리의 생존 분투기)



 - 가끔 그런 영화가 있죠. 상당히 재밌게, 좋은 인상을 갖고 감상했는데 다 보고 나면 할 말이 별로 없는 영화요. 이 영화가 딱 그렇습니다.

 심플하게 말해서 이 영화는 정말로 그냥 딱 자기 할 일만 합니다. 그걸 아주 잘 했어요. 하지만 정말로 할 일만 해버렸기 때문에 얘기할 거리가 별로... ㅋㅋ


 그러니까 결국 이런 저런 핑계만 바꿔가며 악어떼랑 술래잡기 하는 영화가 되는 거죠. 나랑 악어 중간 지점에 있는 핸드폰을 주워와야해! 이 구역에서 옆 구역까지 이동해야 해! 밖으로 구조 요청을 해야 해! 집 밖으로 빠져 나가자! 보트를 구하러 가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 어찌보면 21세기 오픈월드 모험 게임의 서브퀘 진행 같기도 합니다. 이러쿵 저러쿵 사연을 붙여서 다 다른 척하지만 실제로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마커 찍힌 곳까지 가서 다 죽이고 아이템 먹는 거잖아요.



 - 하지만 그런 '다 똑같은 오픈월드 게임 서브퀘스트'들도 제작진이 잘 만들면 실제로 다 다른 느낌이 들고 다 재밌고 그렇듯이,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계속해서 주어지는 미션들이 개연성이 있고, 미션이 달라질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미션 수행 지역과 npc(...)의 상황들이 매번 흥미로우며 그러한 구성 요소들의 변화에 맞춰 액션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후반으로 갈 수록 자연스럽게 난이도가 상승하면서 긴장감도 높아지는 건 당연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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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나오는 서바이벌 호러 주인공들의 필수 스킬 : 물 속에서 눈 뜨고 숨 오래 참기... 는 그 어떤 영화도 피해갈 수 없는 주인공 보정이죠.)


 그러니까 뻔한 이야기를 잘 살려낸 훌륭한 각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지인짜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풀어놓고 있다는 걸 알고 디테일에 집중을 한 거죠. 그걸 잘 해냈구요.


 양념으로 들어가는 주인공과 아버지간의 가족 드라마도 이 정도면 괜찮았습니다. 뻔하지만 여기저기 '사실 불필요하지만 그냥 좀 있어 보이는 디테일'을 심어 놓아서 리얼한 느낌을 주고요. 별 거 없지만 배우들이 성실하게 연기해서 잘 살려주고요.



 - 악어의 묘사도 괜찮아요. 이런 류의 '야수 vs 인간'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좀 필요 이상으로 난폭하고 호전적이긴 하지만 무슨 괴수물 같은 식의 과장 같은 건 거의 없구요. 실제로 자연 다큐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디테일들을 잘 박아 넣어서 '그냥 CG괴물 #17492' 처럼 무덤덤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애초에 악어라는 생물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공포 아니겠습니까. 쓸 데 없이 과장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무섭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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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밖의 그녀)



 - 그리고 뭣보다 절묘하다 싶었던 건 위기감,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어요.

 결국 등장 인물이 둘인 영화거든요. 게다가 이런 장르에서 주인공이 시작하자마자 악어에게 잡아 먹힐 일은 없으니 장르 규칙 생각하며 영화를 보는 나쁜 관객들 입장에선 '어차피 안 죽을 건데 뭐가 긴장되니?' 라는 생각이 들만 하거든요. 그 와중에 주요 인물이 둘 뿐이면 아무리 상영 시간이 짧아도 그 시간 동안 긴장감 유지하기가 힘들죠.


 근데 그래서 이 영화는... 잊을만 할 때마다 긴장할 거리를 하나씩 만들어서 던져 줍니다. 허리케인을 틈탄 좀도둑놈들이라든가. 도와주러 온 경찰들이라든가. 그리고 아버지가 키우는 개 한 마리라든가... 맡은 역할만 봐선 나와서 그냥 찹찹 잡아 먹혀야할 캐릭터임이 분명한데 거기에다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관객들이 생각할만한 이유를 하나씩 넣어줘요. 예를 들어 좀도둑 패거리에는 어린애가 하나 섞여 있고, 도와주러 온 경찰 중 한 명은 이 가족과 두루두루 다 친한 관계이며, 아버지가 키우는 개는... 개잖아요.


 또한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아빠도, 주인공도 모두 악어에게 한 번씩 일격을 당하고 시작합니다. 그러니 '설마 주인공이 죽겠어?'라는 부분은 어쩔 수 없어도 '하지만 얼마나 심하게 당하고 다치고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지'라는 메시지를 주고 그걸로 긴장을 유발하는 거죠. 머리가 좋네요 이 각본 쓰신 분.



 - 딱 한 가지 단점을 얘기하자면... 이런 장르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주인공 보정이 좀 심합니다. ㅋㅋㅋ 결코 가볍지 않은 부상을 당하고도 멀쩡히 펄펄 날면서 액션을 벌이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금방 정신을 수습하고선 방법을 찾아내고, 정말 치명적인 순간엔 천운이 함께 하죠. 그래서 종종 '아니 이건 좀...' 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그리 치명적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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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주인공을 무시하지 마라!!!)



 - 종합하자면.

 앞서 적었듯이 참 야심 없이 단순하고 소박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심플하며 스케일은 놀랍도록 작죠. (런닝타임의 절반을 그냥 처음 갇힌 지하에서... ㅋㅋ)

 근데 그걸 '그냥 아주 잘' 만들어내서 재밌어요.

 괴물(?)은 충분히 위협적이며 주인공은 충분히 이입할만 하고, 주인공 보정이 눈에 띌 지언정 액션의 논리는 늘 충분히 서 있습니다.

 거기에다 시종일관 원탑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예쁘면서 믿음직합니다. 

 뭐 더 바랄 게 없는 킬링타임 서스펜스,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어요.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 다 보고 나서야 감독을 확인했어요. 제가 얼마 전에 본 'O2'의 감독님이었군요. 음. 확실히 능력자는 능력자이신 듯. ㅋㅋ

 그리고 그 영화나 이 영화나 다 예쁜 여자가 좁은 공간에 갇혀서 황당한 일을 당하는 식의 이야기네요.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 주인공 배우 이 분은 어디에서 뭐 하시던 분이신가... 하고 검색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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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킨스를 시즌 2까진가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그 소녀가 이렇게 큰 거군요. ㅋㅋㅋ

 근데 이게 무려 14년전 드라마인데 그때 고딩 역할 하던 애가 이제 대학생 역할이라니. 배우들이란...



 +++ 배우들 출생지 기준으로 주인공은 영국, 아빠는 캐나다, 언니는 스웨덴 출생. 영화는 미국, 캐나다 국적에 촬영지는 세르비아. 헐리웃이란 참...

 아. 그리고 화상 통화로만 잠깐 나오는 우리의 '안전한 곳에 앉아서 남만 고생 시키는' 언니님. 세인트 모드님이시네요. 헐.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 아빠님은 넷플릭스 최신 컨텐츠로 자꾸만 예고편을 틀어대며 저에게 감상을 강요하는 '어웨이크'에 나오십니다. 하지만 안 볼 거에요. 뭔가 느낌이 오거든요. 시작만 그럴싸하다 엉망진창으로 대충 끝나는 전형적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느낌이 소올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언니가 요즘 좋은 말씀을 접해서 너에게도 권해주고 싶잖니...)



 ++++ 주인공 보정이나 이런 걸 다 떠나서 좀 거슬렸던 부분. 악어가 그새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것까진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게 벌써 부화가 되어 버리면 아무래도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대충 검색해보니 악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9주는 있어야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같던데요.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 좀 오버한 것 같기도 하고... 가뜩이나 제작비도 빠듯했을 텐데 감독이 어지간히 새끼 악어를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악어팬인가



 +++++ 다 보고 나면 약간 기분이 괴상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뭐 이런 영화에서 마지막에 가족이 화해하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아무리 봐도 전혀 건전하지 않은 가치관을 강요하던 아버지와 화해하면서 주인공이 그런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거든요. 음. 뭐죠. '먹이사슬 최강자가 되어라!'가 감독의 사상이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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