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장황한 듯 하여 자세히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정치적 올바름과 관련하여 비교적 의미 있는 논의라 생각하여 간단히 첨언해 봅니다.

 

1. 편견에 대한 공격이 강력할수록 편견이 효과적으로 사라지는가?

 

의심스럽습니다.

법경제학에서 특정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조취는 2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감시감독(monitoring)을 강화하는 것 = 적발율을 높이는 것

다른 하나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의 항상 비용효율적인 것은 처벌 강화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편견 타파에 적용하는 데는 큰 난점이 따릅니다.

범죄는 어떻든 유무죄 판별 기준이 확립되어 있고 범죄자에게 그 행동을 억제할 만큼의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게시판의 토론에서 상대방을 비판 혹은 비난, 공격하는 것은 대상에게 그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오히려 그런 공격을 즐기는 듯한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죠

그런 특이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편견 타파 효과가 공격의 강도에 비례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합니다

역효과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공격을 통해 편견을 바꾸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강력한 공격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공격으로 어느 정도의 상처를 주었느냐도 비용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죠.

이 점은 아래에서 다른 관점으로 다시 논하겠습니다.)

 


편견을 오히려 너무 단순하게, 쉽게, 만만하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예로 드신, 어르신들의 가부장주의 편견을 덜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또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죠

강력한 공격인가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는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불편한 경우에 굳이 그 자리에서 다투지 않는 이유가 반드시 편견과 타협하기 때문일까요?

제 짐작에는 온라인에서나 그런 식의 대응이 가능할 것 같네요

그리고 온라인에서 그런 식의 대응이 대체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우리는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A라는 명제가 편견에 해당하는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은

B라는 행위를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에 비해 훨씬 덜 확립되어 있습니다.

그 자체에 대해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 일방의 타방에 대한 공격으로 제거될 수 있는 것이라면 애초에 편견으로 자리잡지 않았겠죠

그것을 편견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고 전제하더라도요.

 

2. 편견에 대한 (강력한) 공격은 편견 타파를 위한 필요조건인가?

아니라고 봅니다.

 

3. 공격 및 처벌의 비례성의 원칙

1~2 (잠재적) 편견 조장 당사자에 대한 효과만을 고려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야 생각을 안 바꾸더라도 구경꾼들에게 신호를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예방 효과를 위해서요.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사실 교육도 필요 없고, 모니터링 비용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최소한의 모니터링 비용과 매우 무시무시한 처벌만으로도 효율적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잘 모르지만 대충 얘기해서

처벌이 과실에 비례해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라는 편견 명제가 누구에게 어떤 정도의 피해를 끼칠 지에 관해서는 개연성으로만 판단됩니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A 발화자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한 비례성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형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도 있죠. 오심의 위험도 있고요.

또한 범죄의 고의성도 양형에 고려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실치사와 살인이 다르죠.

 

제 개인적인 생각을 한 가지 덧붙여 봅니다.

공격/처벌의 비례성의 정의론은 공리주의적으로도 정당화 가능한 것 같습니다.

편견의 잠재적 위험을 극소화하고자 그에 대한 공격을 극대화하는 공동체는 그 만큼 자기검열과 억압의 정도도 크겠죠.

편견 예방에 공포심이 가장 효과적이라 하더라도 그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공포라는 다른 악에 의존하는 것이 되겠죠.

 

그렇게 함부로 막 달리지 마세요. 언제나 합리적이고, 가급적이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는 가능합니다

편견과 관련된 것일수록 그 방법이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되네요.

 

원글님의 의도와 그것이 명백한 편견인지, 혹은 명백한 편견 강화의 위험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겠습니다

저의 논지는 그 판단과 무관하게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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