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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Axe: Mangrove]

 작년에 나온 스티브 맥퀸의 TV 미니시리즈 [Small Axe]는 다섯 편의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 다 20세기 후반 런던을 배경으로 서인도계 영국 흑인들의 삶과 문화를 중심 소재로 하고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 [Mangrove]는 한 평범한 주인공의 소박한 레스토랑 경영 시도로부터 시작된 시민 저항을 박진감 있게 그려나갑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법정 드라마인 걸 고려하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데, 전 전자가 여러모로 더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상영시간 2시간이 금세 흘러갔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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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Axe: Lovers Rock]

 바로 그 다음에 본 두 번째 영화 [Lovers Rock]은 [Mangrove]와 대조적으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줍니다. 한 시끌벅적한 저녁 음악 파티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다 보면서 영화는 서서히 파티에 온 사람들 중 두 명의 관계 발전에 중점을 두게 되는데, 그런 동안에 나오는 여러 음악 장면들을 보다 보면 절로 흥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예 12년]을 비롯한 맥퀸의 전작들에 비하면 가벼워 보이지만, 결과물은 맥퀸이 배리 젠킨스 못지않게 로맨스 묘사에 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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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Axe: Red, White and Blue]

 세 번째 영화 [Red, White and Blue]는 [Mangrove]처럼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번엔 흑인 경찰 주인공을 통해 경찰 조직 내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 문제를 통렬히 그려냅니다. 주인공 르로이 로건은 박사학위까지 받은 법의학 전문가였지만 조직 내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서 기꺼이 경찰관이 되지만, 현장에 투입되자마자 그는 온갖 냉대와 멸시를 견뎌야 하는 신세가 되고, 당연히 그는 회의와 좌절에 빠지곤 합니다. 보는 동안 내내 억장 터질 수밖에 없지만, 올해 초에 골든 글로브 상을 받은 존 보예가의 성실한 연기와 맥퀸의 탄탄한 감독 실력 때문에 계속 볼 수밖에 없고, 그러기 때문에 마지막에 보이는 작은 희망에는 조용한 감동이 있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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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Axe: Alex Wheatle]

 네 번째 영화 [Alex Wheatle]도 실화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나중에 작가로 활동하게 되는 주인공 알렉스 휘틀이 막 감옥에 갇힌 걸 보여준 다음, 그의 불우한 유년시절과 험한 청년 시절을 둘러다 보지요. 그 결과물은 그 전 세 영화들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생생한 시대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꿀리지 않으니 살짝 점수를 좋게 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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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Axe: Education]

 마지막 영화 [Education]의 주인공 킹슬리 스미스는 한 평범한 흑인 초등학교 소년입니다. 그는 평소에 우주비행사가 되는 걸 꿈꾸지만, 학습 장애 문제로 그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지 오래고, 그러다가 그는 그의 어머니의 동의 아래 결국 한 ‘특수학교’로 보내집니다. 그가 이 ‘특수학교’에서 무척이나 갑갑해 동안, 영화는 그의 어머니의 관점으로 옮겨가면서 20세기 후반 영국 교육 시스템에 깔린 비공식적 인종차별 정책을 까발리는데, 보다 보면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킹슬리의 어머니를 비롯한 흑인 학부모들이 단체로 직접 나섰으니 정말 다행이고, 그러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 뭉클하기 그지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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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트럭]

 원제가 [Wrath of Man]인 가이 리치의 신작 [캐시트럭]은 2004년 프랑스 영화 [Le Convoyeur]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을 아직 못 봐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영화 자체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편이었습니다. 꽤 익숙한 복수극 액션 영화이지만, 진중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죽 전개하고 있거든요. 조만간 원작을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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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ob's Wife]

 [Jakob's Wife]의 주인공 앤은 어느 미국 시골 동네 목사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좀 보수적이긴 해도 이 둘은 오랫동안 같이 잘 지내왔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앤은 뱀파이어에게 물리게 되고, 그 결과 그녀의 일상은 상당한 피와 함께 꽤나 우스꽝스러워지지요. 기본적으로 원조크 코미디인 가운데 박찬욱의 [박쥐]처럼 막 나가지 않은 게 아쉽지만, 여전히 재미는 쏠쏠한 편이고, 바바라 크램프턴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면 당연히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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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musement Park]

 1973년 조지 A. 로메로는 한 교회 단체로부터 노인 처우 개선에 대한 필요를 강조하는 영화를 만들 걸 부탁받았고, 그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놀이동산에서 3일 간 영화를 찍었습니다. 나중에 결과물을 본 교회 단체는 기겁해서 이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무려 40년 넘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발굴되어 복원 후 공개된 작품을 보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저처럼 평소에 나이 먹어가는 것에 슬슬 걱정이 드신다면 정말 심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거란 건 보장해드리겠습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교육용 영화 같지만 로메로의 숨겨진 수작이건 분명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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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Juneteenth]

 [Miss Juneteenth]의 주인공은 텍사스 주 포트워스 시 내 그녀의 흑인 동네에서 매년 열리는 6월 미녀 대회에서 우승해서 대학 장학금까지 받았었지만, 현재 그녀의 인생은 이런저런 이유로 각박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녀가 매일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그녀의 십대 딸인데, 그녀는 딸이 그 대회에서 우승해서 자신에게 주어졌던 같은 기회를 잡기를 바라지만, 딸의 마음은 당연히 콩밭에 가 있지요. 이 둘의 갈등을 막 멜로드라마틱하게 밀어붙이는 대신 영화는 이들 간의 소소한 마찰들을 지켜보면서 이야기와 캐릭터를 성실하게 구축하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결말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지만 가슴이 찡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박하지만 의외로 상당히 흐뭇해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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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illa’s Escape]

 [Akilla's Escape]은 두 다른 이야기들을 오가면서 전개됩니다. 하나는 한 중견 마리화나 밀매상이 우연히 한 사건에 말려든 후 어릴 때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 십대소년을 도와주려는 과정을 다루고 있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 어릴 때 어떻게 범죄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지요. 이 두 이야기들이 매우 얄팍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들 사이를 자주 오가면서 영화는 산만해져만 가고 결국에 가서는 별다른 인상이 딱히 남지 않습니다.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한 우물만 팠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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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터 걸]

 지난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스케이터 걸]은 인도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우연히 스케이트보드에 관심을 두게 된 한 하층민 소녀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 정도만 얘기해드려도 금세 짐작이 가실텐데, 영화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이야기와 캐릭터를 우직하게 굴려가면서 나름대로의 개성을 불어넣고 있고, 그 결과물은 모범적인 feel-good 성장 드라마 영화입니다. 뻔하긴 하지만, 가면 갈수록 주인공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 


P.S. 

 영화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어느 시설은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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