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안좋을 때

2011.03.29 00:32

팬더댄스 조회 수:2176

가족과 의견충돌이 있을 때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할 말을 다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곧 후회해요. 말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다쳤을 가족 때문에..
내 생각이 옳지 않을 때도 있고 설령 옳다해도 얼마나 착한 딸이고 누나이기에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가..
어렸을 때보다 마음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잘 해요. 하지만 더 가슴이 아픈건 저처럼 마음이 약해진 부모님을 볼 때에요.
어렸을 땐 먼저 사과를 잘 안하셨던 아빠가 미안하다고 말씀 하시는게 더 속상합니다. 너도 자식 키워 봐라라는 엄마의 말은 어렸을 때도 많이 듣던 건데 왜 괜히 미안한건지..

그리고 매일 지하철과 길에서 폐지를 줍거나 무거운 등짐을 지고 가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분 연세 많은 들도요.
왜 저 나이에 저런 고생을 하게 되었을까..
오늘도 리어카에 폐지를 잔뜩 싣고 번화가의 좁은 골목을 지나가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북한산에 갔는데 산중턱에서 할아버지가 도롱뇽을 한마리 오백원에 팔고 있었어요. 신경통에 좋다고 써있었던가요.. 저 할아버지는 오늘 도롱뇽 몇마리를 팔아 집에 들어갈까 생각하니 심란하더군요.
값싼 감상이라고 하셔도 할 말 없어요. 제가 그 분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 드리는건 없으니까요. 가끔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을 사는 정도에요.

아빠가 노인들을 보면 서글퍼진다고 할 때마다 "그 사람들도 다 똑같이 공평하게 젊음을 누렸는데 뭐가 서글퍼" 라고 했는데 이제 그 말이 조금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어제 버스에서 술에 취해 기사분에게 억지를 부리던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실랑이 끝에 결국 중간에 내렸죠. 예전같으면 짜증이 났겠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더군요. 저 할아버지는 집에 가면 가족들에게 따뜻한 대접을 받을까..

죽지 않으면 누구나 똑같이 먹는 나이건만 슬픕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는 부모님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다가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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