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내곁에의 두 배우

2011.03.31 08:11

아이리스 조회 수:1942

요즘 김명민 출연작들을 챙겨보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놓친 것들이 많네요.

내사랑 내곁에.. 박진표 감독의 신파영화인데요. 정말 대놓고 울리는데 저는 이상하게 눈물이..안나네요. 생각해보니 너는 내운명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분명히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인데 그저 배우들의 연기에만 감탄할뿐 눈물이 안나요.

배우들 얘기를 좀 할게요. 김명민이 보여주는 루게릭의 묘사는 제가 그 병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없음에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연출이 차분하게 안정되어 있어 오히려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김명민이기에 얘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그는 실제 루게릭병 환자들이 겪는 무시무시한 체중감량을 영화밖에서 해냈고, 무력한 육체에 갇힌 정신의 황량함을 표현하기 위해 일상에서도 자신을 피폐하게 방치했을 거예요. 그러니 영화를 보는데 저것이 현실인지 연기인지 어느 장면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이죠.그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그저 어느 다큐멘터리 필름의 한 컷처럼 그의 앙상한 몸만이 기억에 남아있네요.

오히려 이 영화에서 발견한 건 하지원이예요. 너무나 현실적인 김명민의 병에 비해 하지원의 사랑은 또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이어서 저게 그냥 따로놀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었는데 기우였어요. 여기서 하지원은 낭만적 사랑에 도취된 여자예요. 차가운 병실에서도 애인을 위해 춤을추고, 발가락이 드러난 슬리퍼를 신고도 애인에게 먹일 과일을 깎아요. 제발 떠나달라는 애인에게 당신의 아이를 갖겠다고 당당히 말하기도 하죠. 당신을 사랑한다면서 나를 사랑하고야 마는 이기심조차 갖추었어요. 그녀는 마치 공기중에 붕뜬 풍선처럼 위태롭고 불안하고 이상하게도 행복해보여요. 애인이 괴로워할수록 더욱더 확신에 차는 이 자칫 마녀?같은 캐릭터를 하지원은 너무나 잘 그려냈어요.

마지막에 하지원이 애인의 가슴위에서 안녕을 고하는데 그래,이제됐어.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어요.

불가능한 사랑은 없지만 영원한 사랑도 없다는 말은 제가 알고있는 가장 진리에 가까운 명제예요. 안타깝지만 말예요.


p.s.하지원은 연기할 때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되고, 순식간에 차오르는 눈물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진짜예요. 참 묘한 배우예요. 손예진과 더불어 그나이 또래의 배우들중 잘 가고 있네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