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나온 영화입니다. 상영 시간은 1시간 37. 장르는... 뭐 그냥 호러라고 해 두죠(?) 스포일러는 없도록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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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분위기에 비해 제목 폰트가 너무 산뜻하네요. ㅋㅋㅋㅋ 무슨 프랜차이즈 마크인 줄.)


 

 - 영화가 시작되면 바다 위에 동동 떠 있는 작은 낚싯배 한 척이 보여요. 그 위엔 수염 덮수룩한 할아버지 하나가 쓰러져 있는데... 잠시 후 눈을 뜨고는 여긴 어디? 지금은 몇 시? 난 여기서 뭐 하고 있니? 라는 표정으로 당황하죠. 그때 배에서 드리운 낚싯대 하나가 뭐가 걸린 듯 소리를 내는데... 줄을 당겨 보니 개목걸이 같은 게 걸려 올라 오고 아저씨는 괴상할 정도로 깜짝 놀라네요. 그리고 장면 전환인데...

 

 제목인 블록 아일랜드 사운드가 배경입니다. 저게 그냥 지명이거든요. ㅋㅋㅋ 블록 아일랜드가 실제로 미국에 있는 섬이고 찾아보니 사운드는 만, 해협 같은 뜻을 갖고 있네요. 오오 왜 전 이런 뜻을 이 나이 먹고 처음 알았죠. 암튼 시대 배경은 걍 현재’입니다.

 관광 시즌에만 반짝 북적이다 시즌이 끝나면 1000명도 안 되는 주민들만 덩그러니 남겨진다는 그 섬. 그 섬에서 갑자기 물고기들의 떼죽음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딴 거 별 관심 없는 우리의 주인공은 그걸 갖고 음모론을 펼치는 너드 친구에게 버럭! 한 번 하고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아버지가 바로 오프닝의 그 양반이고. 당연히 상태가 영 이상하겠죠. 몽유병 환자처럼 막 돌아다니고 이상한 짓을 하면서 잠시 후엔 전혀 기억을 못 하네요. 어찌보면 그냥 몽유병에 치매 증상 같기도 하지만 어색할 정도로 울퉁불퉁하게 혈관이 튀어나온 얼굴을 보면 역시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 누가 '나는 호러 영화 속에 살고 있어!' 라고 생각하며 이런 증상에 다른 의심을 하겠습니까. 당연히 아들도 그저 답답하고 슬프게 여길 뿐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지요.

 그리고 마침 또 그 때 뭍에 나가 살던 주인공의 누나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어린 딸래미를 데리고 업무차 이 섬에 찾아오게 되는데. 며칠 후 아버지가 아예 실종되어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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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정이 안 가던 주인공 녀석.)


 -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는 '정체 불명의 존재'가 나오는 호러이니 당연히 우리들의 정다운 이웃 크툴루 신화가 출동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영화는 그거랑은 상당히 거리가 먼 길을 갑니다. 구글 검색으로 찾다 보면 이 영화에 대해 '사이파이 스릴러'라고 소개하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면 그것도 나름 적절하다 싶죠.


 그러니까 계속해서 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단순 환각이나 착각 같은 건 절대로 아니에요. 분명히 초자연적 현상 내지는 그냥 좀 괴상한 현상들이 계속 벌어지긴 하는데 다만 그것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주진 않는 영화입니다. 일단 이야기 속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가설이 하나 있어요. 그걸로 생각해도 대부분 설명이 되긴 합니다.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 너드가 생각하는 가설이 또 하나 있죠.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 떠올릴만한 가설이 또 하나 있구요. 이렇게 대략 세 가지 정도 가설이 제시되는 가운데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진 않습니다. 그렇게 관객들에게 '답'을 고민하도록 만드는 가운데 영화는 슬슬 떡밥을 하나씩 추가해가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죠.


 음... 사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보이스 오버를 생각하면 영화가 가장 유력하게 미는 가설이 무엇인지 밝혀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명확한 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네요.

 끝까지 이 '행위의 주체'를 속 시원히 밝히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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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가 얼마 없다 보니 물고기 집단 폐사 장면도 이리 소탈하게...)



 - 사실 전반부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영화가 나름 매끈하게 뽑히긴 했는데, 이야기는 그냥 클리셰 총출동 느낌이거든요.

 그러니까 크게 나무랄 데 없는 흔해 빠진 이야기. 이런 인상이에요. 저예산으로 만들었음이 분명한데도 화면빨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괜찮고 장면 연출들도 적절하고... 다 좋은데 살짝 하품 나오는 느낌이랄까. 보는 도중에 그냥 꺼 버리고 다른 거 볼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네요.


 뭣보다 주인공이 문제였습니다. 나름 형편이 거시기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캐릭터가 짜증이 나요. ㅋㅋ 누나 성격도 괜찮던데 좀 털어 놓고 도움을 받지 계속 혼자서 고집만 부리면서 일 꼬이게 만들구요. 한 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그렇게 고집 부리다가 일을 몇 번을 망치고도 정신을 못 차리니...


 

 - 근데 또 나름 후반부가 괜찮습니다. 주인공이 그나마 살짝 정신을 차리는 그 시점부터 이야기가 물살을 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데, 앞부분에서 '어쨌든 매끄러움!'을 보여줬던 그 연출 실력이 여전히 빛을 발해서 나름 속도감도 있고 긴장감도 생기고 그래요. 역시 호러가 호러로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등장 인물들에게 정을 붙여줘야 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ㅋㅋ

 그래서 중후반부터 끝까지는 재밌게 봤습니다. 역시나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스스로 선택한 소재와 이야기로 충분히 단물은 뽑아냈구나. 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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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스릴러의 치트키. 어린 아이도 등장해 위기에 빠집니다. 그렇게까지 험한 일은 안 당하니 마음 놓으시길.)



 - 암튼 뭐... 그렇습니다. 막 재밌는 영화라기 보단 뭔가 '감독의 능력 증명'으로서의 의의가 더 커 보인달까요. 더 큰 프로젝트를 맡기 위한 포트폴리오!!

 초저예산으로 만들었음이 분명한데도 때깔도 괜찮고 전개도 (그래도 전반부는 많이 싱겁지만) 그 정도면 매끈하구요. 클리셰의 클리셰의 클리셰 전개로 감에도 불구하고 막판의 전개는 '나름' 박진감 있고 긴장감도 살고 그래요. 호기심에 찾아보니 유저 평가는 평범함에서 좀 안 좋은 쪽이지만 로튼토마토 같은 데선 90%를 기록하며 나름 호평이던데.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냥 순수하게 재미로 보자면 좀 부족. 그래도 완성도를 평가하자면 이 정도면 꽤 애 썼다고 인정. 이런 느낌.

 그래서 결과적으로... 꼭 안 보셔도 됩니다? ㅋㅋㅋ 그냥 B급 호러들 보면서 시간 보내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큰 기대 없이 틀어보실만 해요. 뭔가 '특별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었음 추천할만도 했을 텐데... 지금의 결과물은 그냥 '많이 애쓰셨고, 힘든 사정에서 이 정도면 잘 뽑아내셨다' 이상의 칭찬을 해주긴 좀 애매하네요. 그냥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해 봅니다. 어쨌거나 비평적 결과는 준수한 편이니 언젠간 또 기회 잡으시겠죠.

 



 + 근데 원제를 그대로 읽어서 적어 버린 지금의 번역제가 그렇게 잘못된 건 또 아니기도 합니다. sound에는 아시다시피 '소리'라는 뜻이 기본 장착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에서 '그 무언가'에게 사로잡힌 사람들이 겪는 증상 중에 정체불명의 기괴한 소리가 들리는 게 있고 그게 공포감 조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일종의 중의법 같은 건데 이건 한국어로 뉘앙스를 살려 번역하기도 어렵고 하니...



 ++  등장 인물들 중에 제가 본 영화/드라마에 나온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네요. ㅋㅋㅋㅋ 그나마 주인공 배우 출연작 중에 나름 '메이즈 런너'처럼 유명한 영화가 있긴 한데. 제가 그 영화를 안 봐서요. imdb에 이름 적혀 있는 순서를 보면 주요 인물까진 아니지만 스쳐지나가는 캐릭터거나 아예 병풍은 아니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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