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의 카톡

2021.06.09 17:56

어디로갈까 조회 수:819

언니가 까톡으로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너는 자주 좋은 삶 (eu zên)이란 뭔가에 대해 질문하는데, 그건 옛 그리스의 아테네 사람들이 던진 올드한 질문이거든?  '좋은 삶’이라는 게  누구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또 놀랍게도 생각하거나 이야기하기를 가장 꺼리는 주제이기도 하거든?"
나: 그래서? 뭣땜에 그렇게 화가 치미는 건데?

언니: ‘좋은 삶’이라는 나침반은 절실하게 소중한 거지 . 21세기 특히 2010년대에 들어선 이후 우리의 세상은 근본적인 이 변화를 겪고 있으니까.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의 물질적·정신적 생활 방식을 밑둥부터 바꿔 나가고 있으며, 아이와 청년과 중년과 노년 모두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새로운 상황에 부닥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 기후 변화와 생물들의 멸종 등으로 지구 전체의 생명 영역 자체에 파국이 임박하고 있으니까. 

정치나 전쟁처럼 거창하고 공적인 이야기야 언제나 중요하지. 자신의 욕망이나 꿈과 같은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만큼이나.  그 모든 커다랗고 또 자잘한 이야기들이 섞이고 엮이는 가운데에서 우리들은 ‘좋은 삶’에 대해 서서히 자기 스스로의 생각과 모습을 잡아나가기 시작하는 거니까.  그런데!!! 이런 토론은 무수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야.
덧없이 무섭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지 또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의 직감은 말과 글과 그림과 동상과 춤과 노래 등 무수한 방식으로 포착될 수 있고 또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언더스탠?

아쿠나 무서워라~ 지금 변하고 있고, 또 이미 변해 버린 세상을, 그 속에서 함께 변해 나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는 방식이 꼭 저래야 하는 것일까요? 단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 이미 우리의 상상과 직감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 미래의 ‘좋은 삶’의 옷자락을 잡아 그 파편을 펼쳐놓을 뿐인 의견,  그 파편 조각들에 대해 모아서  스스로의 ‘좋은 삶’의 그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 아닌가요? ‘좋은 삶’의 질문 앞에서는 더 많이 아는 이도, 덜 아는 이도 있을 수 없는 건데....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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