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을 쓸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유사한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많이 있긴 하지만

썰을 풀기 시작하면 정말 할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오해의 소지 또한 많을 뿐만 아니라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떠들어본들 무슨 영양가가 있겠나 싶은 이야기들이라서 그렇습니다.

이 글 또한, 그냥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제공 정도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논란을 일으키거나 할 의도는 없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 있으신 분들은 제가 알고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한 답변을 드릴테니 댓글로 달아주세요.


우선, 성범죄에 관해서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가?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성범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형사재판 실무에서는,

일단 기소된 이상, 피고인 측에서 판사로 하여금 "무죄의 확신"이 들 정도의 입증을 하지 않는한 거의 대부분 유죄판결이 선고됩니다.

형사소송법 교과서 상으로는,

형사재판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모든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척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하고,

의심스러울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경우에 때라 범인을 놓치는 한 있더라도 억울하게 형벌을 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상에 기반한 것으로,

개인단위에서는 결코 저항할 수 없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이렇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연간 범죄건수가 약 100만건 정도이고, 우리나라의 판사 수는 약 2500명 정도입니다.

이 중 민사사건 담당판사 수가 빠지고 1,2심으로 나뉘게 되므로 판사1인당 담당해야 하는 사건 수는 '매우'많습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의 절대다수는 실제로 죄를 지은 사람들이에요.

실제로 죄를 짓고도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을 해제끼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무리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해도 판사도 사람인 이상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개뿔이
남의 인생가지고 장난질 치는 것도 아니고 그걸 못하겠으면 판사질 때려쳐야죠


암튼간에,
그래서 저는 이번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인 의심을 넘는 입증'이라는 형사법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는 것이지,

이것을 남녀간의 갈등상황으로 보는 것은 핀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언급하신 바와 같이,
은밀한 곳에서 당사자만 있는 가운데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성범죄의 특성상 객관적인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의 증언 이외에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모든 경우에 무죄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증언'도 엄연히, 그리고 아주 중요한 '증거' 이니까요
그러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넘는 입증"이라는 말의 의미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에게 '너는 거짓말 그만하고 감옥에나 가라'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것을 객관적인 제3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입증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건기록을 모두 본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떠도는 단편적인 정보들 만으로 판단을 내린다는건 어려운 일입니다만,

저는 이번 사건이 과연 그정도의 입증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에 관해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사건에서 유죄판결이 난건 제 입장에서는 그닥 놀랍지는 않습니다.
이런 정도의 사건은 검찰단계에서 검사가 무혐의를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기소되면 거의 유죄판결이 나거든요
근데 아무리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봐도 실형 6월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정도 사건이라면 보통 벌금 300~500정도가 선고되는게 보통인데 집유도 아니고 실형이 선고된건 분명히 이례적입니다.

혹시라도 피해자가 미성년자면 그럴 수도 있긴 한데 미성년자는 아닌듯 싶고,

동종전과가 있는것도 아닌것 같고 그럼 남은 가능성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재판과정에서 판사에게 아주 심하게 '개긴'건데 법원쪽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없고....
아무튼 이정도로 이슈가 되었으니 항소심에서는 풀어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무죄가 될지 집행유예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요.

일하는 중간중간에 찔끔찔끔 쓰다보니 글의 맥락도 안맞고 엉망진창이네요


바낭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끄적인게 아까워서 그냥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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