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운 모든 과학 지식들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죠명왕성은 퇴출되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객관적인 진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믿는 '과학'이 마치 법률이나 정치처럼, 그저 사람들이 참이라고 의식하고 합의한 내용에 불과하다면

이번 정모책을 계기로 알게된 내용이지만, 이미 훨씬 오래 전부터 과학철학계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고 합니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인 것 같은데 이 정도로 대충..) 그리고 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의 전쟁 아닌 전쟁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던 그 시절.. 

뉴욕대 교수이자 물리학자였던 앨런 소칼이 <소셜 텍스트>에 한 편의 논문을 투고 합니다

 

 

“따라서 경계를 모방하고 침범하고 장벽을 허물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측면을 근원적으로 민주화하는 포스트모던 과학의 내용과 방법론은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 진보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강력한 지적 수단을 제공한다.

 

 

 뭔소리야 포스트모던 과학이 세상을 구원할거야! 라고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던 그의 진짜 의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는데.. 

소칼은 명망 높은 지성인들이 어떻게 과학적 지식을 남용하고 있는지 폭로하고자, 의미도 없고 이해도 불가능한 말로 가득차있는 한 편의 패러디 논문을 썼다고 발표합니다

실제로 자신은 '탈구축이 어떻게 노동 계급을 도울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세계는 존재하며, 그 세계에 대한 객관적 진실 역시 존재하며

그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느끼는’ 답답하고 촌스러운 구식 과학자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준비하면서 직접 확인한 당대 유명 학자들의 엉터리 과학 인용 사례들을 소개하고 반박하는 내용을 담아 <지적 사기>를 출판합니다

 

 독서모임 후기인데 서론이 쓸데없이 장황한 이유는 이번 정모가 저에게는.. 소칼의 <지적 사기> 뒤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배경을 이해하는 대장정이었기ㅠ때문입니다 ㅋ 

책 선정 이후 회원분들의 성토?아닌 성토가 있기도 했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던 11월 동적평형 정모였다고 평가해봅니다

외부에서 저희 독서모임을 취재하러 오신 분이 참관하시기도 했는데요.(인터넷 기사로 영구박제될지도 모르는데 적극적으로 참석해주시고 함께 인터뷰에 응해주신 회원님들 감사^^) 

 3 눈이 지켜보고 있었던 덕분인지 많은회원님들께서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책에 대한 감상과 함께 본인의 생각들을 활발히 이야기해주셨죠

예전부터 소칼의 사건과 과학 전쟁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느낀 점들과 당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소개해주시던 분도 있었고유튜브 강의로 벼락치기 준비를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철학 전공자 분도 계셔서 나름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구요.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입장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도 꼭 새겨두고 싶은 메세지가 있었습니다

어떤 영역이든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전문적인 의미와 일상적 의미를 섞어 쓰는 것을 경계해야하는 것. 그리고 논리보다는 권위에 기대어 그럴싸한 과학처럼 꾸며놓은 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 정도요.   

 

 Fashionable Nonsense 한국어판 제목인 <지적 사기>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당시 그럴듯한 포장으로 과학의 이점?만을 취했던 포스트모던 진영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것이기도하고

학자라면 응당 따라야할 방법론을 무시하고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과학사회학자들의 논리가 허구임을 증명하고자 했던 소칼의 패러디 논문도 하나의 지적 사기극이었죠


 들어가면 갈수록 복잡한 역사와 배경, 정치적 연결고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끊이질 않아..2시간 가까이 토론을 진행하고도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들더군요

치맥을 곁들인 2차에서도 책의 변두리에 있는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포스트모더니즘 너란 대체... 

자정이 다가오는 시각에 여차저차 마무리를 하고 집에 가면서 돌이켜보니 어려웠지만 참 재밌었다... 2차가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을 종종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월 연말 정모에서는 따뜻한 동물 이야기를 주제도서로 할까 합니다. 또 다시 생물학/동물행동학의 늪에 빠질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ㅋㅋ 듭니다만 다음 달에는 좀 더 쉽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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