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리나라에선 엘리베이터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들어가자 왜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오냐고 폭행당했다는 뉴스가 있었죠. 한데 외국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자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는 뉴스도 있고요.


 공포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똑같은 현상에서도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되니까요. 마스크를 안쓴 사람을 보고 '너 이자식,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다니!'라고 할 수도 있고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고 '너 이자식, 아픈 주제에 어딜 돌아다녀?'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2.주식 또한 그래요. 그야 주식시장은 어느정도 실물을 반영하지만 실물보다는 심리적인 요인도 많은 영향을 끼치죠. 어떤 회사가 큰 투자를 하면 '오오 투자를 하다니! 이제 회사 가치가 오르겠군!'하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 투자를 하다니! 투자하느라 돈을 다 썼으니 한동안은 별볼일 없겠네?'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는 거죠. 주식시장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희망이나 공포로도 돌아가니까요.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주식을 사면 돈을 버는 건 아주 어렵지는 않아요. 나는 주식시장이 허수세계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주식시장이 아무리 곤두박질을 쳐도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여전히 레스토랑에 가고 신발가게를 가고 옷가게를 가고 모텔에 가고 호텔에 가고 노래방에 가고 술집에 가고 영화관에 가니까요. 현실 세계는 늘 잘 돌아갔기 때문에 주식이 웬만큼 떨어지면 돈을 넣으면 됐어요. 왜냐면 허수세계가 박살나려고 하면 현실에서 양적완화를 시켜줘서 다시 회복시켜 주니까요. 


 그동안은 공포는 공포일 뿐이지 그게 현실은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투자를 해온 거죠.



 3.하지만 지금의 주식시장은 심리적인 요인도 요인이지만 심리적인 공포를 넘는...압도적으로 암담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단 말이예요. 영화관도 백화점도 고깃집도...모든 곳의 매출이 급감하고 현실세계의 경기가 박살나고 있어요. 


 이런 경우는 살아오면서 처음 보는 거라 주식을 언제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현실경기가 나쁘다 나쁘다 해도 현실이 이렇게 암담하게 돌아가는 건 처음 보거든요. 암담하게 돌아간다...라기보다는 '돌아가지 않는'것에 가깝지만요. 그동안은 주식시장은 허수세계이고 실물경기와는 별개인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허수세계가 현실세계에 종속되어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4.휴.



 5.내가 주로 가는 곳을 보자면 일단 술집은...그날 예약이 없으면 아예 문을 안 여는 곳이 속출하고 있어요. 한데 나는 예약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깜짝쇼라고나 할까...갑자기 나타나줘야 뭔가 더 재밌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예 가게를 열지도 않죠.


 하긴 사장 입장에서 봐도 가게를 열었는데 그냥 공쳐버리면, 그날 직원에게 줘야 할 일급만 100만원넘게 나간다고 하니까요. 그렇게 큰 가게가 아니라도요. 그럴 바엔 아예 안 여는 게 낫겠죠.



 6.호텔이나 숙박업소는 요즘 거의 안가지만, 이런 때는 큰 호텔일수록 더 힘들 것 같아요. 열어놓고 아무것도 안 해도 그날 나가야 할 돈이 매일 빠져나갈 테니까요. 큰 호텔일수록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더 클거고요. 


 사실 경기가 나빠도 호텔이나 허세를 파는 가게들은 괜찮았어요. 불경기가 뭔지도 모르는 중국 부자들이 와서 돈을 펑펑 쓰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불경기도 아니고 무경기라고나 할까요. 외국에서 사람이 올 수가 없으니 돈을 써줄 사람이 아예 사라져버린 거죠.



 7.월요일 새벽이나 연휴 마지막 날에 쓰는 일기엔 '이제 다시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한다'라는 말을 쓰곤 했어요. 말 그대로, 휴일이 끝나야 내겐 세상이 움직이는 기분이니까요. 나는 백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활동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거든요.


 한데 지금은 모든게 멈춰 버렸어요. 술집에 놀러오라는 여자도 거의 없고 파티하자는 모임 여자도 없단 말이죠. 새벽에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 보면 '아 이제 챔스할 시간이네'라던가 '이제 커리 경기 하겠네'라는 글들을 보고 스포츠 경기를 보곤 했는데 이젠 스포츠 경기마저 셧다운되어 버렸고요.


 셧다운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락다운이라고 해야겠죠. 매일매일이 지겨운 일요일인 기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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