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대상화)

2023.11.25 06:22

여은성 조회 수:300


 1.무언가를 대상화하는 건 왜 나쁠까? 하지만 이 말 속에는 함정이 있죠. 대상화라는것은 무조건 나쁜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가스라이팅 해버린 뒤니까요. 이미 사회적으로 그런 합의가 내려져버린 것 같아요. 하지만 글쎄요.



 2.그러니까 대상화되는 경험은 그게 '당사자 입장에서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야겠죠. 기분이 좋을까 나쁠까? 여성들이 주로 경험하는 '성적 대상화'보다는 남자 관점의 이야기를 주로 해보는 게 좋겠죠.



 3.내 경험상, 대상화되는 경험은 나를 대상화함으로서 관심을 표하는 사람이 내가 인정하는 레벨이냐 아니냐가 중요해요. 뭔가 엮이고 싶지 않은 수준의 인간들이 자신이 지닌 재력이나 매력, 권력을 토대로 관심을 표해오면 인간은 누구나 기분나쁘거든요.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간사한 법이죠. 내가 어울려보고 싶은 사람이 상대라면, 그가 '나 자신'이 아닌 나의 재력이나 매력이나 유명세를 보고 다가와도 기분이 좋아요. 오히려 나의 성취에 대해 자부심까지 들게 마련이죠. 내가 먼저 말걸고 싶은 상대였는데 먼저 다가와서 내게 말을 걸어주고 먼저 번호 교환을 제안한다면 '내가 그래도 제법 괜찮은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뿌듯한 마음이 드니까요.



 4.휴.



 5.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 남자는 '대상화 되는 것'을 일종의 훈장으로 여겨요. 왜냐면 그전까지 받아본 적 없던 관심을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재력이나, 스스로를 가꿔서 상승시킨 매력으로 얻어낸 경험을 겪는 거니까요. 대부분의 남자는 어린 시절엔 타고난 매력으로 관심을 받아본 경험-극소수만이 가능한-이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노력으로 얻어낸 것들을 통해 존중과 관심을 얻어낼 때 기쁨을 느끼죠. 


 그야 그 경험이 너무 지속되거나 나이가 들면 그런 '대상화되는 경험'에 회의를 느끼기도 해요. '내가 가진 것'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도 눈을 뜨게 되죠. 하지만 어쨌든 대상화되는 경험은 대부분의 남자에게 있어 '성취'의 영역이지 '귀속'의 영역이 아니란 말이죠. 그래서 남자들은 대개 나이가 들어도 대상화된 자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6.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달라요. 여성이 어려서부터 겪는 성적 대상화는, 성취로 얻어낸 것에 대한 관심이 아닌 처음부터 귀속된 것에 대한 관심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성공한 남성들이 중년이 넘어서야 겪는 '대상화된 자신'에 대한 권태감을 20대, 또는 20대 이전에도 경험하게 돼요. 지긋지긋하고 원하지 않는 관심을 이미 그 나이에 충분히 겪어버린 뒤니까요.



 7.남자들이 많은 사이트를 보면 여성의 삶이 편해 보여서 부럽다는 글이 많아요. 왜냐면 그들이 보기에는 '여성이기만 하면'그들이 갈망하는 여러 욕망들이 쉽게 해소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평균적인 여성이기만 하면 외로움을 해소하고, 누군가가 먼저 따뜻한 말과 관심을 표해오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망들은 남자에 비해 훨씬 해소가 쉽긴 하지만 너무 단순한 시각이죠.


 그래서 그런 시각을 지닌 남자들이 여성을 이해하려면 방법은 딱 하나...성공을 경험해 보는 것밖에 없어요. 일단 성공을 해야 '대상화된 나'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그런 경험들이 오래 지속되어야 회의와 권태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8.하긴 위에 쓴 것처럼 단순비교는 어렵긴 해요. 내가 관찰한 바로는, 같은 대상화라도 남자가 겪는 대상화는 그리 불편함이 없거든요. 위에 썼듯이 대상화되는 경험도 마음에 드는 상대에 의한 대상화는 기분이 나쁘지 않으니까요.


 매력이 아닌, 돈이나 유명세 같은 성취로 얻어낸 걸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은 무언가 하나쯤은 장점이 있거든요. 그게 골드 디거든 뭐든, 자신 정도면 상대와 비벼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지닌 사람들이 다가오는 법이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서 호감을 표하면 이쪽도 기분이 좋으면 좋았지 귀찮거나 짜증이 들지는 않죠. 그래서 사실 남자가 '대상화된 자신'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순간은 별로 없어요. 남자들에겐 아주 가끔 그런 감정이나 기분이 들 뿐이지 대상화된 자신을 진짜로 포기하고 살진 않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8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3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209
125155 셋 중에 윤종신이 제일 멋있군요 [11] 가끔영화 2010.06.17 4934
125154 종로2가, 고깃집 '퍼쥬망'의 돼지갈비, 소갈비. [7] 01410 2010.06.17 4558
125153 0617 작업 내용 [11] DJUNA 2010.06.17 7108
125152 야밤에 피자를 먹었는데 행복하지 않네요... [6] 주근깨 2010.06.17 3040
125151 짝사랑을 하고 있어요 [14] 바벨의개 2010.06.17 4383
125150 젊음에 대한 반쪽짜리 집착 [12] therefore 2010.06.17 4320
125149 거니패드 - 삼성 갤럭시탭 P1000 [5] 서리* 2010.06.17 4328
125148 축구와 전쟁 그리고 월드컵 [9] 알리바이 2010.06.17 3660
125147 스타크래프트 2 자대배치 테스트. [11] nishi 2010.06.17 2625
125146 요즘 급호감 캐릭터 - 슈프림팀 (사이먼D) [6] 서리* 2010.06.17 3436
125145 방음 안되는 건물에서 시끄럽게 떠드는건 무슨 개념인지..-_- [3] zivilrecht 2010.06.17 2883
125144 [정보] 웹진 판타스틱 서평 이벤트 날개 2010.06.17 1562
125143 오늘 있었던 일.. [1] Apfel 2010.06.17 1873
125142 축구 불판 깔아요. 한국: 아르헨 전 [147] 셜록 2010.06.17 3973
125141 오늘 날씨 [2] Echi 2010.06.17 1959
125140 한 : 아르헨 후반전 - 허정무 오대영을 면하다 [193] 셜록 2010.06.17 5018
125139 [듀9] 혹시 이계인 홈페이지 아시는 분 있나요? [10] 셜록 2010.06.17 2811
125138 아르헨의 벽은 높았네요.. [5] khm220 2010.06.17 3166
125137 아무리 샤웃 샤웃 거려도... [4] Aem 2010.06.17 2347
125136 이제 맘속으로 기도합니다. [13] 제주감귤 2010.06.17 27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