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의 역사를 바꾼 전설의 대결

2023.12.14 11:37

돌도끼 조회 수:395




1954년 마카오에서 있었던 오가태극권 장문인 오공의와 백학파 장문인 진극부의 대결 영상입니다.
(무슨 쿵후영화 이펙트 같은 걸 집어넣은걸 보니 70년대 이후에 편집한 영상같네요)

아마도 이거 대부분 사람들이 봤던 걸거예요.
예전에 국내에서 실제 무술 고수들의 싸움이라고 해서 중국무술을 비웃는 밈으로 유행했었죠.

장문인이라고 해도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홍콩에서 도장 열고 있던 사람들이죠.
오공의는 오가태극권 창시자의 아들인가 그렇다고 하고 당시기준으로 이미 노인이었고,

진극부는 백학권 뿐 아니라 현대의 다른 격투기에도 관심이 있는 30대였다고 합니다.

그니까 지금도 흔히 볼수 있는 전통주의자 노땅과와 실리파 젊은이의 대립...쯤 될려나...

두사람은 한동안 신문지상을 통해 설전을 벌이다 결국 만나서 대결하기로 했다고...

그니까...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키배 벌이다 현피 뜨는 일이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도 있었단 거죠.

홍콩 정부에서는 이 대결이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까봐 허락을 안해줬고 그래서 양측은 마카오로 우회해 거기서 대결을 벌였답니다.

여러모로 대조되는 두사람의 대립에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했고 홍콩과 마카오 양측 언론이 바람을 넣어

대결 당일에는 수천명의 관중이 모여듭니다. 바다건너 비행기타고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대결은 겨우 3분 남짓해 끝났습니다. 유효타격을 먹인건 태극권 쪽이었고요.


싱겁게 끝나버렸지만 이 일로 인해서 한가지 분야에 격한 변화가 찾아오게 되었으니,
양우생이 일하고 있던 신문사에서 한창 사람들의 관심이 무술에 쏠려있는 이기회에 노 한번 저어보자고 해서 태극권을 소재로한 무협소설을 연재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칼럼쓰고 있던 양우생에게 다짜고짜 소설을 쓰라고 지시를 합니다.
생각도 없었던 양우생은 등떠밀려 연재를 시작했고 그게 '용호투경화'라는 작품이었는데, 쓰다보니 이 양반이 이쪽으로 재능이 엄청나다는게 밝혀졌고, 양우생은 아예 전업 소설가가 되어버립니다.

양우생의 소설은 이전까지의 무협소설과는 다른 스타일을 선보여 '신파'라고 불리게 되면서 무협소설의 대유행을 불러왔다고 합니다.

(근데 국내에 나온 양우생 이전의 구파 작품이라고해야 '와호장룡' 정도니까 이 '신파'라는 말이 우리한텐 그닥 의미가 없긴 하지만...)
'용호투경화'의 히트로 신문사들이 너도나도 무협소설을 연재하게 되면서 그 유행에 양우생의 친구였던 김용도 동참하게됩니다.
그렇게해서 김용 양우생은 중국신파무협을 대표하는 대가가 되어 무림의 태산북두가...


이 대결 영상이 처음 인터넷에서 웃음거리로 떠돌아다닐 때에 저도 보고 킬킬거리긴 했지만 그 내력을 옛날에 책에서 보고 알고있어서 마냥 웃기만할수는 없는 뭐 그런게 있었어요.

확실히 요즘 사람들 보기엔 실소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은 그림이지만 사건이 있었던 당시 사람들은... 뭐 70년 전이니까... 지금 사람들이 비웃는것처럼 그렇게까지 허접하게 느끼진 않았을지도... 너무 빨리 끝나서 차비들여 구경간 사람은 본전생각 났겠지만...
어쨌건 뭐 일단 흥행은 대성공이었고 모인 돈은 자선에 썼다는듯합니다.

양우생 김용이 소설을 쓰게된 계기를 만들었던 대결이니 어쨌거나 역사적으로는 중요한 사건...일테고 무협팬이라면 나름 감개무량할 영상...일지도...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3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15
125090 이생진, 술에 취한 바다 jeremy 2023.12.29 147
125089 바낭 - 23년 전쯤 여름에 중학교 교실 대형TV에 나오던 힙합음악과,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와, SF영화 [2] 상수 2023.12.29 225
125088 [디즈니플러스] 괴작 소릴 들으려면 이 쯤은 되어야, '빅 트러블 인 리틀 차이나' 잡담입니다 [13] 로이배티 2023.12.29 396
125087 [스크린 채널] 비닐하우스 (9시 6분에 시작했어요.) [2] underground 2023.12.28 128
125086 [수정] 연말에는 주위에 '스타벅스 플래너'(다이어리)를 선물하고 있어요. [2] jeremy 2023.12.28 264
125085 프레임드 #657 [4] Lunagazer 2023.12.28 52
125084 '마약과의 전쟁'으로 얻은 것? [4] 왜냐하면 2023.12.28 605
125083 다시한번 전투기를 만들었어요 [6] 돌도끼 2023.12.28 195
125082 스키탈래 죽을래 음악 [3] 돌도끼 2023.12.28 128
125081 십전살수 오십호를 영업합니다. [2] 칼리토 2023.12.28 288
125080 이런저런 잡담... 여은성 2023.12.28 358
125079 [영화바낭] 재밌게 잘 만들었지만 보는 게 고문입니다. '이노센트' 잡담 [7] 로이배티 2023.12.28 465
125078 프레임드 #656 [4] Lunagazer 2023.12.27 88
125077 이선균씨를 비판한 걸 후회합니다 [2] Sonny 2023.12.27 1266
125076 訃告 - 이선균 (1975-2023) [24] 상수 2023.12.27 2072
125075 연말결산 - CGV아트하우스 영화흥행 Top5, izm올해의 싱글, 앨범(국내, 팝) [2] 상수 2023.12.26 358
125074 에피소드 #69 [2] Lunagazer 2023.12.26 69
125073 프레임드 #655 [4] Lunagazer 2023.12.26 67
125072 백만년만에 뽄드칠을 해봤어요 [7] 돌도끼 2023.12.26 260
125071 킹스 퀘스트 4 음악 [2] 돌도끼 2023.12.26 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