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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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영화로 착각한 건 아마도 이 포스터 덕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되게 클래식하죠? ㅋㅋ)



 - 자막과 함께 설정이 소개됩니다. 우리가 '지니'라고 흔히들 부르는 '진'은 사실 아주 사악한 존재였대요. 언리미티드 빠워!를 갖고도 인간의 소원을 들어줄 때만 그 능력을 쓸 수 있다는 슬픈 운명을 갖고 있지만 인간들이 비는 소원을 대충 비틀어서 이뤄주는 식으로 나쁜 짓을 하며 많은 인간들을 파멸 시켰다죠. 여기까진 그냥 범상한 변형이겠습니다만, 좀 특이한 점이라면 세 번째 소원을 들어주고 나면 다른 세상에 갇혀 있는 동료 진들을 싹 다 불러와서 세상을 파멸시킨다네요. 


 암튼 그래서 오래 전의 그 날도, 고대 왕국의 왕을 갖고 놀다가 마지막 소원을 빌게 하려는 순간 정의의 마법사가 나타나서 그걸 가로막고 진을 커다란 오팔에다가 봉인해 버려요. 그리고 수천년 후. 고대 미술품들 수집하는 취미의 프레디 크루거씨가 그 오팔이 숨겨진 석상을 멋모르고 미국으로 수입해 오고. 술 취한 크레인 기사가 그걸 고공 낙하 시켜 버리네요. 석상은 박살이 나고 오팔은 튀어 나오고 근방에 있던 인부가 그걸 갖다가 팔고 구입한 놈은 경매 회사에 다시 팔러 오고 거기에서 일하던 주인공 알렉산드라는 그걸 대학 연구실에서 일하는 썸남에게 분석해달라 넘기고 썸남은 그걸 분석하다가 레이저를 쓰는데 그만 오팔이 박살이 나면서 사악한 진이 튀어나오고 진은 당연히 도시의 거리를 쏘다니며 인간들의 소원 성취를 빌미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고 불쌍한 주인공은 오팔을 처음 봤을 때 훅 불고 옷에다 비빈 죄로 진과 연결이 되어서 '세가지 소원을 빌어라'며 쫓아다니는 사이코 살인마 진에게 시달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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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진 아저씨. 이 얼굴은 영안실 시체에서 뜯어낸 인간 세상 활동용 마스크입니다.)



 - 제목에 적은 대로 80년대 B급 호러 시리즈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영화가 시작되고 나니 예상 외로 때깔이 좋아서 당황하다가 개봉 연도를 확인해보니 1997년. 그럼 무려 '스크림'이 나온 것보다 1년 후잖아요? 갑자기 스크림을 소환하는 이유는 이 영화의 제작이 웨스 크레이븐이어서요. ㅋㅋㅋ 뭐 어차피 감독, 각본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암튼 제작은 그 분이 맞습니다.


 암튼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80년대가 아니라 1997년이라고 생각해도 특수효과들이 썩 괜찮아요. 거의 아날로그 특수 효과를 활용해서 20세기 특수 효과들 느낌을 주는 가운데 꽤 고퀄입니다. 무려 5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인 작품이지만 그래봤자 스크림 1편의 1/3 밖에 안 되는데요. 또 빌런의 특성상 스크림과는 달리 특수 효과가 쓰이는 장면이 영화 내내 되게 많이 나오거든요. 그냥 흉측한 괴물을 보여주기도 하고 고어 장면 묘사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튀어나오는 특수 효과들이 다 추억 돋는 스타일로, 하지만 고퀄로 나오니 재래식 특수 효과 좋아하는 입장에선 눈이 즐거웠습니다.


 ...다만 시기 특성상 cg도 종종 나오는데, 그 쪽은 거의 안구에 습기가 차는 느낌으로 구립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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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주인공 알렉산드라. 이 분에겐 몇 가지 특기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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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반부 영문 모를 헤어스타일 변경으로 배우 얼굴 못 알아보는 저를 당황하게 만든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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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강렬한 액션 (표정) 연기로 저를 즐겁게 해주거나... 뭐 그랬습니다. ㅋㅋㅋ)



 - 이야기 측면에서 장점이라면 뭐 역시 빌런 설정입니다. 무한대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상대방을 유혹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원을 빌게 하지 않으면 아무 힘도 못 쓰는 악당이니까요. 이런 핸디 속에서 우리의 진 아저씨가 사람들의 소원을 어떻게 배배 꼬아서 자기 맘대로 써먹는가... 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구요. 또 그게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짜증내는 진 아저씨도 재밌고.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자신의 상대가 진인지도 모르고 투닥투닥 말싸움을 하며 소원을 빌락말락하는 상황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적어도 복면 쓴 수퍼 빌런들이 튀어나와서 무한대의 피지컬을 바탕으로 아무나 슥슥 썰어 대는 류의 영화들보단 나름 작가가 머리를 굴려서 선사하는 재미 같은 게 있어서 괜찮았구요.


 또 설정이 이렇다 보니 은근히 웃기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다 보고 나니 그런 장면들이 더 많았으면 훨씬 재밌겠다 싶었는데. 유머가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간간히 코믹한 상황이 섞여 들어가서 포인트가 되어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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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유지하게 해줘!!! 라는 주문에 대한 솔루션입니다. 근데 마네킨이 어떻게 영원히 버텨...)



 - ...까지가 장점이고. 나머지는 거의 싹 다 단점입니다. 그리고 그 단점들이 아주 크고 확실해요. ㅋㅋ 절대 잘 만든 영화 아닙니다!! 라고 외쳐두고요.


 그러니까 스토리는 산만하고 캐릭터는 납작하며 개연성은 전혀 신경을 안 써요. '이야기'를 보는 재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주인공에게 별다른 캐릭터가 부여되지 않아서 막판에 억지로 집어 넣은 사연 비슷한 것도 감흥이 0.00000에 가깝구요. 진의 설정은 되게 인위적인 느낌이 아무 덧칠 없이 그냥 툭 던져져서 진지하게 봐주기가 힘들고. 결정적으로 클라이막스에 전개되는 주인공과 진의 대결이 참 썰렁합니다. 설정의 특성상 당연히 주인공의 마지막 소원이 대반전을 이루며 한 방을 날리게 되는데, 뭐... 그 시절 기준으론 나름 애썼다 싶은 소원이긴 합니다만. 21세기 기준으로 볼 땐 너무 쉬워요. 고작 이런 트릭도 눈치 못 채는 진이 뭐 그리 대단한 공포의 존재라고...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암튼 뭐 단점은 길게 적진 않겠습니다. 그냥 허술하고 싱거우며 덜커덩거리는 매우 흔하고 평범한 B급 호러의 퀄리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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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면 허접한데, 저 석상, 혹은 동상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아주 많이 자연스럽습니다. 아날로그 효과에 신경 좀 썼어요. 찾아보니 애초에 감독님 본업이 시각 효과였더라구요.)



 - 근데... 어쨌든 저는 꽤 재밌게 봤습니다. 이유는 이미 적었다시피 이런 장르에선 흔치 않은 설정의 빌런을 내세워서 시각적으로나 각본 면에서나 그걸 열심히 반영하려 애 쓴 부분이 나름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줬기 때문이었구요.

 이런 장점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그냥 못 만든 영화'를 감수하고 즐길 수 있는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ㅋㅋ 그래도 세상에 저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았는지 흥행은 제작비의 3배 정도로 괜찮게 해냈고 속편들도 나오고 그랬더군요. 뭐 속편까지 찾아볼 맘은 전혀 안 듭니다만, 이것 하나는 즐겁게 봤어요.




 + 처음에 적었듯이 웨스 크레이븐이 직접 손을 댄 건 거의 없는 작품이라 해도 무방합니다만. 그래도 이죽거리며 나타나서 사람들이랑 잔머리 대결을 벌이고 승리한 후에 우쭐대는 초현실 빌런님을 보고 있자니 '프레디' 아저씨 생각이 조금 나긴 하더군요. 아 나이트메어 1편도 한 번 다시 봐야 하는데 대체 이걸 볼 수 있는 OTT가 단 하나도 없는 이유가 대체 뭡니꽈. 레전드 무시의 도가 지나칩니다... ㅠㅜ



 ++ 전 도입부에 나오는 프레디 아저씨... 그러니까 로버트 잉글런드 배우님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는데요. 나중에 보니깐 캔디맨 아저씨도 잠깐 나와서 즐겁게 해주고 가십니다? 혹시나 해서 다 본 후 검색을 해보니 이 분 말고도 유명 호러 영화 빌런 배우들이 여럿 나오셨더군요. 대표적으로 제이슨도 나왔구요. 유명 빌런 배우는 아니지만 테드 레이미도 작은 역할로 나오고 그랬어요. 그리고 모두 다 진에게 농락당하고 죽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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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프레디 아저씨의 순박 가련한 연기는 이미 익숙합니다. 사실 한국인 중 대부분이 이 분을 'V'의 윌리로 먼저 접하지 않았겠습니까? 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야기가 산만하여 정리하기가 힘들어서 대충의 전개와 결말 부분만.


 우리 진님께는 한 가지 제약이 더 있는데. 사람들을 소소하게 속여서 소원 하나씩 빌게 할 때마다 그 사람의 영혼을 킵해두게 되구요. 킵해둔 영혼은 진이 원할 때 소환해서 자신의 영력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충전을 만빵으로 해야 진짜 무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주인공 알렉산드라에 의해 일단 해방된 진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소소한 사기 행각(...)으로 인간들의 영혼을 찜해 놓고 있다가, 클라이막스 직전에 그 영혼들을 한 방에 불러들여 자길 해방시킨 알렉산드라와의 소원 셋 성취 쇼를 준비해요.


 그리고 이쯤에선 이미 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알렉산드라는 진의 물리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네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달라."를 첫 번째 소원으로 빕니다... 만. 이를 예측한 진은 자신이 봉인 되어 있던 보석 안으로 알렉산드라를 끌어들여 정직하게 설명을 다 해 준 후에 자기만 뿅! 하고 빠져 나가 버립니다. 이렇게 해서 알렉산드라가 두 번째 소원으로 '여기서 내보내줘!'라고 빌도록 강제하는 나름 똑똑한 진 아저씨의 활약!


 다만 알렉산드라는 "네가 없는 나의 아파트로 옮겨줘!" 라고 비는 센스를 발휘해서 일단 진에게서 떨어집니다만. 역시나 그것도 예측한 진은 이미 알렉산드라의 동생을 미끼로 확보해두고서 알렉산드라가 자신을 찾아오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최종 결전이 벌어지는 장소는 어쩌다 보니 쌩뚱맞게 갑부 아저씨(=프레디!)의 미술관 파티장인데요. 일단 이 갑부를 '역사에 오래 남을, 어디 가서 전혀 못 볼 장대한 볼거리로 파티를 장식하지 않겠니?' 라고 꼬드겨서 예스라는 답을 받아내고. 한 순간에 파티장은 살아 있는 흉기가 된 미술관에 의해 아수라장이 됩니다. 이 부분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장면이었구요. 그래서 기겁하고 도망가는 알렉산드라를 집요하게 따라간 진이 마지막 소원을 요구하자 눈을 감고 한참을 머리를 굴리던 알렉산드라는...


 "미키 토렐리가 이틀 전에 술에 취하지 않도록 해줘" 라는 소원을 빕니다.


 그게 뭔데? 님 이상함?? ㅋㅋㅋ 하면서 시크하게 그 소원을 이뤄주는 진입니다만. 요 미키 토렐리란 사람이 누구인고 하니 도입부에서 석상을 떨어뜨려 진이 풀려날 빌미를 제공한 크레인 기사였던 거죠. 진을 추적하다 그 기사를 찾아 읽었던 알렉산드라의 필살기로, 결국 턴 백 타임! 신공이었던 것.


 결국 진은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다시 오팔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알렉산드라는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간직한 채로 이틀 전으로 돌아가서 썸남에게 마구 들이대기도 하고, 동생과도 다시 잘 지내고 하면서 행복한 일상을 맞이합니다.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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