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도에 나온 영화입니다. 한 시간 오십분 정도 되고 장르는 액션. 주로 헬리콥터 액션이죠. 아주 약한 스포일러는 있을 수 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나름 간지나는 포스터 아닙니까. 상단의 저 지나치게 친절한 텍스트만 좀 치워버림 더 좋으련만.)



 - 1983년의 LA. 우리의 주인공은 경찰 헬기 파일럿 로이 샤이더옹입니다. 80년대 헐리웃 액션물 주인공의 클리셰를 고루 안고 계신 분이죠. 월남전 트라우마. 상관 말 안 듣고 자기 판단대로 사고 침. 자유 분방하고 동료들과 사이 좋음. 연애&결혼에 소질 없음. 시니컬한 유머 감각 보유. 등등등...

 아무튼 영화는 이 분이 새로 만난 젊고 열정적인 파트너(!)와 함께 헬리콥터를 몰고 동네 순찰을 도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수상해 보이는 차를 발견해서 지상에 연락도 하고, 강도들 잡는 경찰들 공중에서 지원도 하고, 미모의 시민 집 근처에서 맴돌며 쌍안경으로 누드도 훔쳐보는(...) 등 경찰 헬리콥터의 멋짐을 관객들에게 어필한 후 중요한 사건이 하나 터지고. 그러고 돌아오니 상관께선 '너 땜에 잠 못잔다고 민원들어왔음. 너님들 당분간 지상 근무로 근신!' 처분을 내립니다.


 ...뭐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됐구요. 암튼 잠시 후 샤이더옹은 특별 프로젝트에 투입돼요. 1984년 LA 올림픽 때 테러나 폭력 시위를 막기 위한 공격형 헬기 도입 프로젝트! 그리고 그 공격형 헬기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사기템, 이름하야 '블루썬더'!!! 


 그런데 이 프로젝트 때문에 샤이더옹은 월남전의 악연 말콤 맥도웰씨와 재회하게 되고. 우리 맥도웰씨는 뭔가 거대한 배후를 등에 업고 나쁜 짓을 꾸미는 듯 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포스터 중앙의 저 남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 존 바담. 요즘 말로 존 배드햄 감독의 작품이죠. '비평적으로 큰 주목은 못 받았지만 알짜 같은 소품 오락 영화들을 많이 만든 유능한 감독'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 분이고. 또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대략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가 리즈 시절이었는데 그 시기 이 양반들 영화 제목들을 보면 하나같이 그때 최고는 아니었으나 꽤 많이 사랑받았던 영화들이거든요. 이 '블루썬더'도 마찬가지구요. 물론 그 시절에 제 또래 남자애들이 '에어울프랑 블루썬더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 같은 뻘논쟁을 벌여댄 덕에 실제보다 인기가 더 부풀려지는 감이 있긴 합니다만. ㅋㅋㅋ


 그러고보면 그 시절엔 유난히 이런 식의 스토리가 많았던 것 같아요. 뭔가 끝내주는 물건을 득템한 주인공의 환타지급 활약 스토리 말이죠. 그리고 그 중엔 유난히 '첨단 무기'를 득템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뭐 레이건 시대, 미국의 군수산업체 운운하는 비평들을 흔히, 자주 볼 수 있기도 했죠. 근데... 이 영화는 그런 말을 듣긴 좀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이 '블루썬더'를 만든 놈들은 극중에서 그냥 악당으로 그려지고 결국 주인공이 탈취해서 좋은 일(?)에 쓰긴 하지만 그 마지막도 음... 스포일러네요. ㅋㅋㅋ 암튼 그렇구요.



 - 이런 류의 영화에서 스토리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먼저 이 '블루썬더'라는 가상의 헬리콥터 성능 얘기나 해 보죠.

 일단 당연히 어지간한 총탄들은 다 가볍게 튕겨내는 몸체를 갖고 있구요. 부스트 모드인지 뭔지 해서 다른 헬기보다 겁나 빨리 날 수 있고, 반대로 무소음 모드(!?)라는 게 있어서 조용히 숨어 있을 수도 있네요. 여기까진 뭐 그냥 당연한, 디폴트에 가까운 설정인데... 이 헬리콥터는 여기에서 한참 더 나아갑니다. 

 일단 헤드 트래킹(!!)이 적용된 헬멧으로 기관포를 자동 조준할 수 있어요. 하늘을 날면서 가정집 유선전화로 끊김 없이 통화가 가능하구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서버와 교신해서 전국민 아무나 이름만 입력하면 신상을 탈탈 털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헬떨방(...)이 적용된 고성능 망원 카메라로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타겟을 흔들림 없이 촬영, 녹화가 가능하고 또 초월적 성능의 집음기로 6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도란도란 대화 중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잡음 하나 없이 깔끔하게 도청하고 녹음할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뭐 그냥 요술 지팡이죠. ㅋㅋㅋㅋㅋ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기능들은 죄다 스토리상 뭔가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툭툭 튀어나옵니다. 별 생각 없이 걍 작가들 편할대로, 스토리 전개의 편의를 위한 기능들을 하나씩 덧붙인 결과일텐데, 어쨌거나 참말로 80년대스럽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물건입니다. 농담 좋아하는 인공 지능은 왜 안 붙여놨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 


 암튼 그 시절 남자애들이 환장할 수밖에 없었을, 그런 물건입니다. 아직도 이 영화와 이 헬리콥터를 추억 아이템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는 사람이 많은 건 다 그 덕이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코앞에 들이댈 때까지 아무도 존재를 눈치 못 채는 식의 연출이 자주 나와서 좀 웃깁니다. 어째서 소리를 못 듣는 거니...)



 - 그럼 이제 스토리 얘길 좀 해보자면... 그게 좀 애매합니다.


 일단 당연히 말도 안 됩니다. 개연성 밥 말아 먹었습니다. 80년대의 헐리웃 작가들은 정말 관객들을 그냥 바보 멍청이로 보고 글을 썼구나... 싶을 정도에요. 그 시절 오락 영화들이 대체로 그랬다지만 이 영화는 그 시절 영화 시나리오들의 평균적인 멍청함을 한참 뛰어넘습니다. 정말 수많은 멍청함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것 딱 하나만 짚어서 얘기하자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영화의 빌런들이 도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안 알려줘요. 저엉말 대충 설명이 짧게 스쳐가긴 하는데 그걸론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고, 또 그걸 하는데 왜 주인공이 방해가 되는지도 알 길이 없죠.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좀 황당합니다. 주인공이 분명 뭘 막긴 한 것 같은데 뭘 막았는지 모르겠으니...;


 그런데 그게... 그 와중에 또 캐릭터들은 나름 잘 살아 있는 편입니다. 다들 클리셰 캐릭터들이지만 그래도 그 식상함 안에서 나름 개성도 있고 봐줄만한 재미도 있고 그래요. 말하자면 스토리는 개판인데 대사들은 그럭저럭 잘 썼다고 해야 하나... ㅋㅋ



 - 그리고 이런 영화에서 스토리보다 중요한 부분. 액션이 괜찮습니다.

 도입부에 블루썬더가 아닌 그냥 경찰 헬기 타고서 지상의 경찰들 지원하는 장면 같은 것도 꽤 볼만하게 잘 찍었구요. 클라이맥스의 도심 카체이스 & 도그파이트씬들도 꽤 볼만 합니다. 장면 연출 자체도 잘 된 데다가 요즘처럼 CG를 쓰지 못하던 시절의 영화이다 보니 '실제'의 질감이 살아 있어서 더 좋아 보이더라구요. 


 사실 위에서 말한 시나리오의 압도적 멍청함... 은 대부분 이 액션씬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거죠. 그래서 다 보고 나면 좀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덕택에 좋은 장면 봤으니 용서해주마... 랄까요. ㅋㅋ 아니 뭐 분명히 말이 되는 스토리로 그 장면들을 찍을 길이 존재하긴 했겠지만, 어차피 80년대 액션 영화 보면서 너무 진지하게 따지면 지는 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고소공포증 때문에 촬영 내내 고생했다던 말콤 맥도웰옹. 근데 애초에 출연은 왜 하셨는지... ㅋㅋ)



 - 다만 이걸 21세기에 보기엔 좀 껄쩍지근한 부분이... 유난히 많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맨 처음 도입부 설명에도 적었듯이, 21세기의 도덕 관념으로 볼 때 넘나 황당하고 어이 없는 장면들이 자주 나와요.

 헬리콥터 타고 쌍안경으로 동네 주민의 누드, 성매매 여성의 가슴을 훔쳐보며 아무 죄책감 없이 시시덕거리는 경찰들이 주인공이니까요 뭐. ㅋㅋㅋ

 게다가 그걸 단순히 웃기는 장면으로 집어 넣는 정도를 넘어서... 진지하게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장면으로 생각하는 게 티가 나서 더 부담스럽습니다.

 말하자면 첫 순찰 때 등장하는 누드의 여성이, 그냥 누드로 지나가는 게 아니라 요가를 해요. 그러면서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고 하는 걸 한참을 보여주는데 체모까지 다 보이는 모습을 클로즈업까지 해서... (쿨럭;)



 - 제 결론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 시절 헐리웃 오락 영화에 좋은 추억이 많으시면 보세요. 오랜만에 아날로그식 액션 영화 가볍게 한 편 때리고 싶은 분들도 보실만 하구요.

 어려서 '에어울프vs블루썬더' 논쟁에 끼어들긴 했는데 사실 '블루썬더'를 못 봐서 할 말이 별로 없었던 분들도 지금이라도 보고 궁금증 푸시구요. (결론은 블루썬더가 짱입니다)

 다만 워낙 멍청한 시나리오에다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저런 단점들까지 있어서 두루두루 편하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네요.

 걍 추억 없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래도 요즘엔 cg 때문에 보기 힘들어진 도심 실물 비행물체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건 나름 분명한 장점입니다)




 + 로이 샤이더옹은 '옛날 배우' 아우라가 철철 흘러 넘치더군요. 그냥 비주얼도 그렇고 연기하는 느낌도 그렇습니다. 찾아보니 1951년에 연기자 데뷔한 양반이라 그게 당연하단 생각도. 이 영화 찍을 때 이미 배우 경력 33년차에 나이는 한국 기준 52세였더라구요.



 ++ 로이 샤이더 외의 유명한 배우라면 역시 이미 언급한 말콤 맥도웰이겠고... 이 분도 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전 모르고 보다 깜짝 놀랐네요. 다니엘 스턴입니다. ㅋㅋㅋ 아니 이렇게 멀끔하게 잘 생긴, 게다가 정상적인 훈남 캐릭터라니!!!



 +++ 주인공이 80년대 주인공답게 과학적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 초인적 능력을 시작부터 내내 보입니다만. 그 중 하일라이트는 열추적 미사일 회피씬이었습니다. 헬리콥터에는 아무런 감지 장치가 없는 걸로 나오는데 미사일이 발사될 때마다 그쪽을 슥 쳐다보고는 여유있게 피하는... 뉴타잎이셨습니까. ㅋㅋㅋ



 ++++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제 가장 강력한 추억은 개그맨 박세민씨가 만들어 보여주던 비디오 개그 꼭지였습니다.

 매주 유명 영화 장면들을 편집하고 본인 목소리를 얹어서 영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포인트인 개그였는데. 거기서 이 영화 하일라이트의 통닭집 폭발 장면을 갖고 드립 치던 게 매우 강력하게 뇌리에 남아서... ㅋㅋㅋㅋ 생각해보면 한국에선 대단히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네요. 노래 가사나 영화 내용 갖고 그렇게 패러디하는 개그가 당시 한국엔 없었죠. 이후로도 한참은 그냥 박세민 전매특허였구요. 



 +++++ 통닭집 폭파... 를 얘기한 김에 영화 속 장면을 갖고 검색해봤더니...


https://www.mapquest.com/us/california/amos-bbq-421172973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양반들이. ㅋㅋㅋ 실제로 있는 장소처럼 지도에 표시해 놓은 것도 웃기고, 리뷰도 웃겨요.


"I give this establishment 3 stars because the food was awesome, 

 but I got interrupted mid-meal by a crazed helicopter pilot, and I was told to get ou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3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7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372
115645 미션 파셔블(MISSION: POSSIBLE) [3] 왜냐하면 2021.05.03 513
115644 [핵뻘글] 'GS'의 의미... 알고 계셨나요 [41] 로이배티 2021.05.03 1492
115643 노매드랜드 보신 분 없나요? [11] 애니하우 2021.05.03 908
115642 쥬라기 공원(1993) [11] catgotmy 2021.05.03 368
115641 [넷플릭스] 워리어 넌 너무 재밌잖아요!! [10] 노리 2021.05.03 809
115640 중국에 부는 ‘일류’? & 에픽하이 새 ?앨범 [11] soboo 2021.05.03 828
115639 10대 남자는 지금... [6] 사팍 2021.05.03 1018
115638 파시즘 혹은 유사 파시즘 [35] forritz 2021.05.02 1292
115637 오스카 후보만 오르고 수상을 놓쳐 아쉬웠던 유색인종, 외국인 배우가 있으세요? [5] tom_of 2021.05.02 463
115636 킬링 [7] daviddain 2021.05.02 421
115635 [스크린 채널] 톰보이 [14] underground 2021.05.02 366
115634 <더 랍스터> 보고 왔습니다 [11] Sonny 2021.05.02 803
115633 바낭) 요즘 입맛이 없습니다. [5] forritz 2021.05.02 383
115632 애로부부를 즐겨보다 들은 생각,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 [14] tom_of 2021.05.02 1354
115631 [펌글]흔한 중세시대 여성의 일생(feat. 크루세이더 킹) [11] Bigcat 2021.05.02 2346
115630 일베나 메갈이나 본질은 다 관종이죠. [8] 잘살아보세~ 2021.05.02 940
115629 파행 장혜영 [23] 사팍 2021.05.02 1087
115628 [넷플릭스바낭] 아만사 사이프리드의 신작 스릴러 '허드 & 씬'을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1.05.02 630
115627 자산어보봤어요 [3] 채찬 2021.05.02 499
115626 [넷플릭스] 최근 본 작품들.... [7] S.S.S. 2021.05.02 11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