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고베의 무역업자 후쿠하라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에게는 후쿠하라 사토코(아오이 유우)라는 아내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알고 지내던 츠모리 야스하루(히가시데 마사히로)라는 옛 지인이 관동군의 헌병이 되어 고베에 돌아옵니다. 유사쿠는 조카와 부산을 거쳐 만주에 가서 물자를 조달하기로 하는데... 예상보다 2주 늦게 만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여자를 데려옵니다. 그는 츠모리로부터 의심을 받기 시작합니다. 과연 그는 진짜 스파이이고, 사토코는... 스파이의 아내일까요?


영화에 대사가 많습니다. 저는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 처음보는데, 대사가 많다고 느낀 일본영화였어요. NHK에서 제작을 지원해서 도쿄올림픽 노리고 만든 대하드라마의 세트도 빌려썼던 건데 시대극 느낌도 물씬 나고 나름 잘만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토코는 스파이의 아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사쿠는 자신을 코스모폴리탄(세계시민)이라고 정의하고 그를 위해 만주에서 본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려고 동분서주 합니다. 그로 인해 헌병대에게 심문도 당하죠. 그러나 그는 정확히 미국의 첩자가 아닌 그저 무역상인이고 오히려 영화에서 일본군과 사토코가 잠깐 말하는 매국노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일본의 만행을 알리려는 행위로서 세계에겐 정의롭지만. 민족주의 전체주의로서 당시의 일본정국을 위협하는 행동이라는 견해가 영화속에 깔려있지요. 그점에서 영화의 태도는 2차세계대전 속 군국주의를 지적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에는 직접적으로 노몬한 사건이 언급됩니다.


영화는 생각보다 넓은 영화이고, 단순히 유사쿠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사토코가 남편을 위해 아내로서 행동하는 행위에도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녀의 입장은 처음 우리가 봐왔던 영화속 일본관객의 태도와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사토코는 영화 말미엔 그저 남편의 책략에 넘어간 사람으로 남을뻔 하지요. 그점에서 영원히 속을 알수 없는 반려자에 대한 부부의 관계적 태도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를 남깁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나아가 1945년 3월과 8월로 나아가 일본의 패전을 다루고 끝맺음을 하는데요. 각본을 쓴 하마구치 류스케적 색채도 조금 묻어나는 영화라고 할수 있겠네요. 대사만 읊는 연기지만 배우들의 호연도 엿보입니다.


이번주 같이 개봉하는 고질라 V 콩 같은 영화에 밀릴 거 같긴 합니다만...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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