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일 전 이사온 윗층집 때문에 벌써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입니다.


저희 가족은 이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웃과 아무 문제 없이 지냈었는데, 갑자기 이러한 평화가 깨질 위기입니다;

(사실 저는 이웃분들을 잘 모릅니다; 어머니는 옆집과 윗집 정도에 어떤 분들이 사시는 지, 그리고 대충의 사정이 어떤 지 아시는 것 같고요)


어느 날 오전 윗층이 너무 시끄럽길래 대체 뭔가 했더니 이사를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 대문에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할 예정이고 초반 일주일은 많이 시끄러울 거라 양해 바란다고요.

이 쪽지는 참고로 집주인이 아니라 인테리어 공사 하는 분이 쓰신 것이었습니다. 아래에 그렇게 적혀 있더군요.


처음엔 인테리어 공사를 한 달씩이나 한다는 데 놀랐지만 어머니는 요즘엔 다 그렇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시끄러울 것이라던 기간에 저는 집을 비워서 모르겠지만 진짜 시끄러웠다고 하고,

그 기간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몇 번은 드릴 소리, 망치 소리 등으로 완전히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저희 윗집의 윗집도 어머니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서 그러셨다더군요. 대체 공사 소음이 언제 끝나냐고요.

물론 한 달이라는 공지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참았습니다.

한 달만 참으면 되겠지 하고요.


그러나 진짜 고통은 윗집이 공사를 끝내고 들어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사 들어오신 날 누가 벨을 누르길래 물건 사라는 건 줄 알고 처음엔 무시했는데 한 번 더 누르시더군요.

알고 보니 윗집 이사오신 분이었는데 여자분이었고 나이가 좀 있어 보이셨습니다.

'한 달 동안 시끄러우셨죠?' 한 마디는 하실 줄 알았습니다만 그런 얘기 없이 ***호에 이사왔어요 한 마디 하시면서 떡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저희 앞집을 가리키며 '어디 가셨어요?' 물으십니다. (그걸 제가 어찌 아나요...)

사실 이 때부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얘기를 들으시면서도 요즘 떡 돌리는 사람도 많이 없다며 그냥 넘기셨습니다.

저는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날부터 조금 시끄럽더니, 크리스마스였던 어제부터 정말 엄청나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아침 7시에 쿵쿵거리는 소리에 깼고, 멈추지 않고 5~10분 간격으로 계속 쿵쿵거립니다.

시끄럽기도 하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뭘 하면 저렇게 쉬지 않고 쿵쿵거릴 수 있는지. 저렇게 움직이는 것도 힘들텐데 말이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오후에 어머니가 경비실을 통해 휴일인데 좀 조용히 해달라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청소 중이라며 미안하다고요.

하지만 쿵쿵거리는 소리는 조금 사라지는 듯하더니 금방 다시 계속되었습니다.


어머니와 장을 보고 온 것이 오후 7시 안 된 시각. 역시나 계속 쿵쿵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그 소리가 사라진 건 정확히 밤 10시였습니다.

어머니도 시계를 보셨더라고요.

청소를 어떻게 그렇게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격하게 12시간 넘게 할 수 있는지 저는 그 체력이 더 신기합니다;


하여간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내일부터 갑자기 조용해질 리가 없죠.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지하철역이 멀어도 이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가 조용하고 공기가 좋아서인데, 지금까지 10년 넘게 잘 지냈는데 갑자기 그 당연한 것들이 깨지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도 불안했습니다. 

사실 출근이라도 하면 그나마 잊을 수 있는데 마침 제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회사를 때려치고 집에 있는 시기라-_-

역시 오전 8시가 다 되어가자 쿵쿵거리기 시작. 으악!


어머니 아버지는 오전에 나가시고 저 혼자 남았는데, 가만 들어보니 아이가 있는 것 같더군요.

그때 떡 주러 내려오신 여자분이 나이가 좀 있으셔서 아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손자들인 것 같은데 모르죠.

하여간 아이가 전속력으로 끝에서부터 끝까지 다다다다 뛰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쿵쿵거리는 소리도 여전했습니다.

미쳐버릴 것 같아서 다시 경비실에 연락했습니다.

어제처럼 답변은 오지 않았지만 다다다다 뛰는 소리는 뚝 끊기더군요.


하지만 그게 지속될 리는 없죠. 예상은 했습니다.

쿵쿵, 우당탕탕(뭘 그렇게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것인지 사실 궁금합니다), 다다다다...

볼 일을 보고 들어오니 오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합니다.

(오전처럼 전속력으로 달리는 소리가 계속 났으면 또 한 번 경비실에 연락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바로 전, 밤 9시 40분까지 계속되다가 멈췄습니다.


아버지는 등산 갔다 늦게 들어오시는 날이라 어머니와 이렇게도 얘기해 봤습니다.

우리가 너무 소리에 집중해서 그럴 수 있으니 조금 관심을 두지 말아보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해 보아도 이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어제 바로 층간소음 관련해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 직접 대면하지 않는게 좋다고 해서 직접 올라가지는 않기로 했고요.

소음이 계속되면(99% 계속될 거라 예상됩니다) 일단은 관리사무소에 중재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안 되면 국가소음시스템에 중재를 요청할 생각이지만, 이 기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F'라 많이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이제 이사온 지 5일째인데 너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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