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당갈~ (약스포)

2018.05.01 12:55

티미리 조회 수:1099


재밌게 봤어요. 이야기할 거리가 참 여럿 있는데, 영화 안에서 그것들 스스로가 서로를 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인도 최초의 여성 레슬링 선수 이야기, 라기보다는 '~를 만들어낸 아버지의 이야기!' 쪽이 더 정확하겠죠.ㅎ


이 영화의 추가 묘-하게 조금 다른 데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바로 이 지점일 것 같아요. 페미니즘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아내의 의견은 묵살하는, 영광적인 순간에 그 성취를 해낸 딸의 표정이 아닌 아버지의 얼굴로 바로 포커싱을 옮기는 카메라(솔직히 이건 좀 짜증스러웠어요. 뭘 이렇게까지..ㅎ), 딸의 인권 향상같은 결과를 냈지만 실은 아빠가 못다 이룬 꿈을 압박하다보니..? 나레이션은 삼촌이 적격이었을까? 같은 질문들이 흥겨움 아래 하나 둘 쌓입니다.


'당시' '실제' '인도 현지의-' 라는 것을 고려하면 성취와 한계가 뒤집어질 수도 있겠고요.


오히려 제가 흥미로웠던 것은,ㅎㅎ 이 '위대한 아버지'서사에서도 숨길 수 없이 빛을 발하는 여성들의 서사였어요. (마케팅도 그렇게 하고 있죠)

영화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면, 

1) 아버지가 딸들을 인도판 위플래시로 훈육 시작, 2) '태릉선수촌'(..)에 가서 신 기술 익히며 아버지와 갈등, 3) 하지만 아버지가 옳았고 그걸 따르며 마침내 승리! 인데,

2)에서, 두 자매의 대립이 불거질 때, 이때 영화가 새롭게 부각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계를 보니 70분쯤 지나있었는데, 앞의 흥겨움과는 다른 새로운 긴장감, 흥미진진함이 돋더군요. '앞의 것들 걍 빠르게 훅훅 전개하고 여기서부터 본격 시작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요. 하지만 <당갈>은 아버지의 이야기니까ㅋㅋㅋ 그러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아야 완성되는 것으로 끝나죠.


말하자면, 아버지가 가르쳐준 페미니즘 (되게 감동적이면서 명언 같은 말을 할 때 사실 실소가 터져나왔어요;ㅅ; 진지하게 말하는데 웃어버려서 죄송-.-), 아버지가 허락한 페미니즘 (서사상으론 그렇지 않지만 비유하자면.), 아버지를 공격하지 않는 페미니즘, 이랄까요. 이렇게 보면 아쉬움과 지적들이 끊이지 않지만,

의도하지 않았는데 뻐렁치게 빛나서 추를 흔들 지경인 여성 서사의 존재감이 참 흥미진진하네요.ㅎ


'인도'가 '영국'을 이기지만 '아버지' 품에 안깁니다. 하지만 운동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멋지고 재밌습니다! 영화 오락이 현재 어디 와 있고 어디로 갈지, 유쾌한 기대가 되네요.


덧.

- 후반부 레슬링 장면은 진짜 자막에 눈이 오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신나는 오락이었고,

- 카메라가 여성을 담는 장면이 아무런 불쾌감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 사실 여전히, 둘째에게 마음이 좀 쓰여요.

당갈당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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