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

2018.07.06 00:13

칼리토 조회 수:2512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진다는 건 어쩌면 환상일지도 몰라요. 점점 더 판단이 무뎌지고.. 옳고 그름을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제주에 왔다는 예멘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흠. 생각나는대로 맥락없이 써보자면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도저히 견딜수 없는 환경을 피해 온 난민을 받아주고 도와줘야 하는 것은 당위에 가깝습니다. 그렇지 않다.. 우리끼리 잘먹고 잘살면 된다..라고 한다면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이 아닌 타국의 사람들은 어찌보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겠지요. 사람이라도 이등 삼등이거나. 이런 걸 차별이라고 하는 건 다 아실 것이고. 


우리가 어렵게 살때도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가 그랬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우리는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맞았죠. 어찌보면 미국으로 일본으로 떠난 교포 1세대도 일종의 난민이었을겁니다. 만약 그때 미국이 일본이 너희는 난민이야. 우리나라에는 못들어와. 김치 냄새나는 눈찢어진 어디 붙었는지도 모를 나라의 3류 국민이 감히 어딜 넘봐..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그렇군.. 넘보지도 못할 나라를 넘본 내가 나빴군.. 하고 체념했을까요? 그런 상상도 해봅니다. 


서있는 곳이 달라지면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결국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가치관도 달라집니다. 맞죠.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독일과 영국에서 발생한 무슬림의 집단 강간이 일종의 게임이고 놀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처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난민 수용은 절대 안된다고 하지요. 그런 청원에 순식간에 50만명이 동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저도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으로써.. 이질적인 사람들 문화와 생김새가 낯선 사람들에게 가지는 거부감이나 공포심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난민을 받으면 정말 그렇게 되는 걸까요? 


이미 일정한 직업군에서는 오로지 저렴한 노동력의 필요성때문에 유입된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농업, 수산업, 축산업같은 분야 말이죠. 왜 그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죠? 왜 난민에 대해서만 유독 날을 세우나요? 


근로자야..우리가 필요해서 데려다 쓰는 일개미이고 난민은 세금으로 부양해야 하는 객식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요? 당장 우리 애들이 굶는데 한가하게 난민 걱정을 하느냐는.. 그런 마음인건가요? 동네에 굶는 애들한테 밥이라도 한끼 사준 다음에 그런 걱정 한다면 이해는 하겠습니다. 


난민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마다 떠오르는 사진 한장이 있습니다. 해변가에 마치 잠든 것 처럼 엎어져있던 시리아 난민 어린이요. 그 사진 보고 많이 아팠습니다. 마음이요. 또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울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죄없는 그 아이. 거친 세상, 어른들이 만들어낸 지옥속에서 죄없이 희생된 그 아이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유입된 난민이 문제를 일으키면.. 죄가에 따라 벌을 주면 됩니다. 치안이라는 측면에서는 세계에서도 탑급인 대한민국 아닌가요? 예멘 난민보다.. 이미 뿌리를 내린 조선족 거리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열배 스무배는 많을 거예요. 왜 중국인 거리 없애자는 청원은 없나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이가 든다고 현명해지는 건 아닙니다. 생각이 깊어져서 읽어볼만한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행동 하나 하나 사려 깊어서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닐거예요. 그래서.. 마침 밤이기도 하고.. 맥주를 한캔 하기도 했고 상당히 감정적인 이 글이 내일 아침이면 후회할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이 없다면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규정할 근거는 무엇인지 난민 반대 청원을 했던 분들에게 묻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지만.. 단지 그 사람이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슬프다고 차별한다면 그건 성차별, 인종차별보다 더한 차별은 아닐까요?? 


지난 며칠동안 고민해본 난민 문제를.. 저는 나름대로 이렇게 정리해 보렵니다. 다른 걸 떠나 고통받고 힘들고 슬픈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 모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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