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 무어냐? 토요일 밤이 다 무어냐?

오늘도 군만두 데워다 넷플릭스나 콘솔을 벗삼아 무료한 밤을 보낼 

나와 같은 당신을 위한 심심한 위로, 혹은 잡설...


기철과 신돈, 우왕과 창왕을 봐버린 고려의 신진사대부들은 각각 "못 살겠다 갈아보자" 파와, "구관이 명관이다" 파로 나뉩니다.

결국 풍운아 방원의 쇠몽둥이로 하나의 군복을 걸치게 된 그들은, 지존을 하늘이 아닌 상감으로 여기라 가르치는,

총재정치 하나만 보고 달려오다 죽어버린 사나이. 정도전(aka 조선빨갱이) 아래 헤쳐모여를 하기에 이릅니다.


오늘날에도 여의도의 노회한 정치인들이 카운터파트너가 꼴보기 싫을 때 전가의 보도로 쓰는 말,

"새 술은 새 부대에"가 그때도 유효했던 걸까요? 구도(부산이 아닙니다. 부산이!)를 벗어나 천 년 왕업의 기틀을 짜고자 했던

개혁사상가 정도전과, 어쨌든 사상가 무학은 각각 유가의 도와, 풍수의 도를 내세워 마침내 한양 땅을 수도로 삼기에 합의 합니다.


사실 합의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정도전의 승리에 가까웠습니다. 무학은 한양 땅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았어요.

배산임수라고 하기엔 물줄기를 맡은 청계천이 갈수기에는 거의 말라붙을 지경이었고, 

안산으로 삼은 남산은 화산이라 불을 일으킬 것이 뻔하였으므로 궁여지책으로 궁궐 앞에는 불을 잡아먹는 요괴 해치를 세웁니다.


그러면 뭘 하나요? 무악은 도성이 주산으로 삼은 백악산(북악산)을 가리켜 삼봉에게 말 합니다.

이보시오 삼봉, 삼봉 보기에는 저 백악이 과연 주산으로 보이요?(니 눈깔이 동태니?)

풍수에 능했던 승려 무악의 눈에는 아무래도 백안산이 북방의 주작으로 보이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풍수지리 상, 유가의 도리 상, 군왕은 남면하므로 등에는 주작을 상징하는 주산을 두르게 되어 있는데,

무악이 아무리 봐도 삼각산으로부터 줄기가 이어지는 백악산은 주작이 아닌 용의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리 되면 청룡으로 삼은 낙산이 용이 아니게 되는 것이거니와, 그렇다고 백호를 맡은 인왕산이 주작은 또 아니었던 것이지요.


문제는, 그 용이 어떤 용인가인데, 삼각산의 줄기를 타고 우뚝 선 백악산은 아무리 뜯어봐도 흑룡이었던 겁니다.

흑룡은... 미친 용입니다.

지난 용의 해에 방송에서 얼마 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라며 호들갑을 떤 적이 있었더랬지요? 과연...


정도전은 정도전 나름 정지척, 경제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새 왕조 개창을 백성들에게 납득시켜야 할 때,

고려조 때부터 백성들 사이에서 떠돌았던 남경길지설을 충족 시키는 한양으로의 화려한 천도는 가히 최고의 오프닝 이벤트 

한강으로는 조운선과 무역선이 직접 닿을 수 있었으며, 남녘으로부터 발생할 유사 시에 그만한 요새가 없었습니다.


결국, 무악은 200년이 지나지 않아 도성에 큰 불이 날 테니 조심하라는 말을 남긴 채 이 거대한 심시티에서 퇴갤 합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1392년 이성계 장군이 나라를 세운 후, 1492년에는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이건 상관 없나?)

드디어 무악이 예언한 바로 그 해. 개국으로부터 200년이 되는 1592년에 경복궁은 분노한 백성들에 의해 불 타고 맙니다.


그렇다면 무악이 제시 한 제1의 도읍지는 어디었을까요? 좀 의아하게 여겨지시겠지만 대전이었습니다.

갑천이라는 하천이 흐르고, 산에 둘러 싸여 방어에 유리한데다, 땅이 순해 지금도 대전에는 이렇다 할 풍수해가 없습니다.

거기에 계룡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주작의 형상을 한 용이 도사리고 있는 산.


한양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게 북주작, 남현무... 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백제 성왕이 무역을 목적으로 천도했던 공주와 면하고,

호남과 경남, 충북을 관문으로 강원도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였으니 제법 괜찮은 곳이었지요.

거기에 혼란과 전란의 시대를 끝내고 백성을 편하게 할만한 땅으로 그만한 곳도 없었으니까요.


바로 그 곳.


계룡산 일대는 산세가 지엄하여 능히 만신을 품어 안을 수 있기에 당대 도가의 선인들이 몰려들어 수행을 하는 도량이었고, 

한양의 궁궐에선 당대의 술사들이 왕조를 지키기 위해 궁의 한 켠에서 은밀히 술법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술법과 도량의 만신들이 인간의 역사를 거스를 수 있었던 적 있나요?

왕조는 멸망하고 세월은 흘러 1980년대,

향을 피우고 제각각 도량에서 치성을 드리고 있던 무녀와 술사들 앞에 소총을 둘러매고 몽둥이를 든 군인들이 들이닥칩니다.



힘들다... 나중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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