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1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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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보니 참 적절한 포스터였네요. 1982년 기준으로도 한참 전의 영화들을 흉내낸 복고 무비였습니다.)



 - 제목도 있고 하니 늪지대가 배경이겠죠. 아마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듯한 과학자들이 이 늪의 식물들을 갖고 뭔 실험을 하고 있고 여기에 결원이 생겨서 백업 요원으로 우리의 주인공 케이블(이름이...;)씨가 도착합니다. 거칠고 매너 더러운 군인들의 경호를 받으며 실험실에 들어가니 살짝 매드 사이언티스트스런 열정남 홀랜드가 반겨주고요. 그리고 어째 도착하자마자 홀랜드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싱기방기한 용액을 만들어내는데요. 당연히 잠시 후에 이 연구소는 무장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그러다 홀랜드는 그 용액을 뒤집어 쓴 채로 늪속으로 사라지고, 도망치던 주인공이 괴한들에게 붙들려 생명의 위기를 맞는 순간 아주 못생긴 무언가가 나타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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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지만 다른 표현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 못생겼어요. 참 못생겼습니다. ㅋㅋㅋ)



 - 의외로 웨스 크레이븐 영화들이 OTT나 vod 서비스에 별로 없어요. 스크림 시리즈들만 잔뜩 있고 나이트 메어도 잘 없고... 그래서 일단 이것도 이 분 연출작이긴 하니 찜을 해뒀지만 별로 안 땡기더라구요. 딱 봐도 트로마 영화스런 컨셉인데 그것도 비교적 가난하던 시절 웨스 크레이븐의 초기작이니 크게 기대할 게 있겠나 싶었고. 리뷰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구요.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그래도 언젠간 봐야지!!'하고 마침 기대치 않았던 한가함이 찾아온 날이었던 오늘 봤습니다. 그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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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사실은 스웸프맨은 주인공도 아닙니다. 이 분이에요. 전통의 '괴물과 미녀' 스토리에서 미녀 역할을 맡으셨다고 보심 되구요.)



 - 영화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단 장르가 호러라기 보단 다크 히어로물에 가깝죠. 이건 당연합니다. 애초에 DC 코믹스 캐릭터가 오리지널로 존재하는 이야기니까요.

 줄거리는 대충 악당들이 얽힌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흉측한 비주얼 & 수퍼 파워를 갖게 된 과학자 아저씨가 악당들을 두들겨 패고 다니는 이야기인데요. 비슷한 예를 찾아보자면 샘 레이미의 '다크맨' 같은? 다만 '왼편 마지막 집'이나 '힐즈 헤브 아이즈'로 임팩트를 남긴 후의 작품이라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아주 조금은 했었는데. 음. 그런 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정석적인 그 시절 B급 다크 히어로물이었어요. 거기에 덧붙여서, 참으로 가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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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난한 최종 빌런님의 의용을 보십셔!!!!!)



 - 네. 되게 가난합니다. ㅋㅋㅋ 실험실이든 배경이 되는 늪지대든 권력자 빌런이 부리는 군인들의 규모와 능력이든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의 스케일이든 뭐든 그냥 다 돈 없는 티가 풀풀 나요. 어쩔 수 없겠죠. 총 제작비가 250만 달러. 위에서 언급한 '다크맨'의 제작비가 1,400만 달러이니 인플레를 감안하더라도 확실하게 가난한 게 맞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웨스 크레이븐이 특별히 비주얼리스트 같은 사람도 아니고 하니 그냥 그 가난함이 정직하게 드러납니다. 주인공 괴물의 분장만 봐도 참 애처롭다 싶을 정도... ㅋㅋㅋ 암튼 '볼 거리' 쪽으론 정말 1도 기대해선 안 되겠구요.


 덧붙여서 웨스 크레이븐이 직접 쓴 각본도 딱히 칭찬해줄만한 건 아닙니다. 기본 설정을 들으면 바로 뇌 속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클리셰 스토리 1번이 그냥 그대로 구현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런 클리셰스러움을 상쇄해 줄 독특한 포인트나 아이디어, 디테일 같은 것도 전무하구요. 괴앵장히 얄팍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얄팍한 스토리를 따라 어설픈 목각 인형처럼 움직입니다. 그리고 비주얼은 가난하구요. 평가가 안 좋은 게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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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들의 멍청함이 자꾸 실소를 유발하는데요. 그것도 생각해보면 감독 의도이긴 합니다. 의도이기는 해요. 의도이기는 한데...)



 - 하지만 보다 보면 살짝은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있긴 합니다. 


 일단 영화가 아주 분명하게, 옛날 옛적 SF 분위기를 의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난으로 인한 조악함과는 별개로 의도는 확실히 보여요. 예를 들어 우리의 '스웸프-맨'!과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 같은 걸 보고 있노라면 이게 의도한 복고가 아닐 수가 없다는 확신이 들지요. 액션 장면에서 굉장히 어색하게 와이어 티를 내며 붕붕 날아다니는 물체들을 보고 있노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ㅋㅋ 그렇게 개연성 따위 아무도 안 따지고 특수 효과 퀄도 당연히 떨어지던 옛날 옛적 영화 분위기를 열심히 재현하고 있으니 영화의 가난하고 어설픈 모양새가 어느 정도는 종합적으로 커버가 됩니다. 클라이막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참 민망하기 그지 없는 마지막 혈투 장면도 그런 컨셉을 생각하니 킬킬거리며 즐겨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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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쌩뚱맞기 그지 없는 러브 스토리인데. 그 쌩뚱맞음의 정도를 볼 때 일부러 이렇게 썼다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후에 우리에게 익숙해질 웨스 크레이븐 특유의 쌩뚱 맞은 유머 감각 같은 게 있습니다. 일단 악당들이 사실상 다 개그 캐릭터라는 거. 얘들이 참 하나 같이 탁월하게 무능한데 보다 보면 그게 각본이 구린 게 아니라 애초에 설정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괴상하게 웃기는 장면들이 좀 나오구요. 그 외에도 쓸 데 없이 싸움을 잘 하는 주인공이라든가, 중반에 튀어나와 쌩뚱맞게 활약하는 흑인 소년이라든가. 뭔가 좀 현대적인 느낌으로 피식 피식 웃음짓게 하는 요소들이 있어요. 참 다행이었죠. 이런 부분들 덕에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거든요.




 - 그리고 뭐... 더 말 할 게 없습니다.

 의도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잘 만들었단 말은 못 하겠네요. 라는 생각이 드는 소품이었구요.

 애초에 장르가 호러가 아니기 때문에 크레이븐의 호러 감각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겐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옛날 옛적 스타일의 나이브하기 짝이 없는 다크 히어로물을 틀어 놓고 딴 짓하며 가볍게 즐기시고픈 분들... 음... 있을까요? ㅋㅋㅋ

 어쨌든 전 이걸로 왓챠의 끝없는 찜 목록을 조금 줄였다는 데에 보람을 찾으며 그냥저냥 봤습니다. 끝이에요.




 + 2019년에 티비 시리즈로 다시 만들어졌는데 이건 놀랍게도 평이 좋네요. 뭐 DC 코믹스 원작이 있는 기획이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님이 거기에도 출연하셨더라구요. 딱 한 에피소드만 나왔다는 걸 보면 이 영화로 인한 카메오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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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보신 짤들과 때깔의 차이를 느껴보세요. ㅋㅋㅋ)



 ++ 여기에서 빌런의 비서 역으로 나오는 여성 캐릭터가 있는데... 이야기상 전혀 중요하지 않은 역인데 살짝 의외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필요 대비 분량이 많이 주어져요. 나중에 뭐라도 할 줄 알았더만 그런 것도 없어서 더 괴상했는데. 크레딧을 보니 이 분 이름이 미미 '크레이븐'이네요. 하핫. 감독님네 사모님이셨습니다.



 +++ imdb를 보니 괴인으로 변신한 후에는 레이 와이즈 아닌 다른 배우가 수트 입고 연기를 했더라구요. 그럼 우리 레이 와이즈씨는 고작 20분 정도 분량 밖에 일을 안 하셨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우리의 '스웸프맨'!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서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고 그래요. 그러는 동안 주인공은 근처 편의점을 찾아 보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합니다만 그 보스가 흑막이었고. 그래서 위기에 처했는데 이번엔 또 주유소를 운영하는 소년(!?)의 도움으로 빠져 나오구요. 이후로는 별 중요할 것 없이 걍 악당들 마주치고, 스웸프맨이 처치하고, 또 마주치고, 처치하고를 몇 번 반복하다가... 나아중에야 주인공은 그 스웸프맨이 연구소의 리더였던 훈남 박사님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그러고서 갑자기 사랑이 싹틉니다? ㅋㅋㅋ 사실 영화 초반에 그 박사님이 주인공을 보자마자 막 들이대긴 했어요. 그것도 뜬금 없긴 마찬가지였지만요.


 그런데 그때 악당들이 '스웸프맨의 약점은 여자다!'라는 걸 정말 빨리 캐치하고서는 주인공을 미끼로 스웸프맨도 생포하고, 주인공도 잡아갑니다. 그래서 스웸프맨을 그렇게 강력하게 만든 비법의 약물을 조제하는 데 성공하구요. 그래 놓고 그걸 자기네 부하 군인에게 술에 타서 먹여 버립니다. 라이브 생체 실험! 근데 당연히 강력해질 줄 알았던 군인은 꼬꼬마 어린이가 되어 버리고... 빌런은 스웸프맨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려주지 않으면 이 여자를 죽여 버리겠다!'고 외치겠죠 당연히. 그러자 스웸프맨이 어쩔 수 없이 털어 놓는 그 약물의 비밀이란... 참으로 순진무구합니다. '그 약을 먹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몇 배로 강화해주는 약'이라는 거에요. 결국 지는 내면이 강한 남자라서 강력해진 것이고, 방금 먹은 군인은 어벙하고 어린애 같은 놈이어서 어린 아이가 됐다는 참으로 과학적인 설명!!!


 이 설명을 들은 우리 빌런님은... 불행히도 자뻑이 심한 분이셔서, 이 설명을 듣고는 "그렇다면 천재인 내가 먹으면 우주 천재가 되겠군!!!" 하고 자신 있게 파워 드링킹을 시전합니다만. 결과는 귀염뽀짝한 얼굴을 한 스웸프맨 짝퉁 같은 게 되어 버리네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빌런은 그 상태로 달려가 스웸프맨과 대결을 벌이고, 어찌저찌하다 당연히 주인공이 이깁니다만 그 와중에 주인공이 칼에 찔려 버렸어요. 슬퍼하던 스웸프맨은 문득 자기 몸에서 돋아난 식물을 떼어다 주인공의 상처에 갖다 대고. 할렐루야. 상처가 사라지고 사람이 살아납니다!!!


 잠시 후 저 멀리서 편의점 소년이 나타나구요. (스웸프맨이 불렀다는데 대체 뭘로 어떻게 부른 건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함께 가자는 주인공의 요청을 슬프게 뿌리치고 홀로 늪속으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스웸프맨!!! 그리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년과 주인공은 벅찬 표정을 하고서는 '그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을 거야' 같은 랑만적인 대사를 읊네요. 뭐 그렇습니다.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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