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문제는 무엇인가.

2010.07.04 22:45

마르세리안 조회 수:2675

지지율 45%.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년 반만에 받아든 성적표에는 '미'가 찍혀있습니다. 지지율 45%. 그의 취임 이후 최저 지지율이지요. 자연히 왜 이렇게 됐냐?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 분석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완연한 하락세를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나왔죠. 매우 다양하고 세부적입니다. 이 모든 이유들이 어쩌면 다 맞을 껍니다. 예를 들어 6월들어  하락폭이 넓어진 오바마의 지지율에 대해 멕시코 만 원유분출 사건의 영향이라는 지적은 맞다고 보여집니다. 확실히 오바마는 멕시코 만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우물쭈물했습니다. 그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미시적 분석'에 불과할 뿐입니다. 각 사건에 대해 오바마가 취한 행동들의 득실을 계산하고 공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지요. 이것만으로 오바마의 지지율이 왜 계속해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지, 그리고 반등 가능성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할 수 없습니다. 그가 과연 반전할 기회가 있는가 3년 뒤에는 재선할 수 있는가? 를 따져 보려면 더 광범위하고 종합적이며, 오바마에 대한 '거시적 분석'이 필요하지요. 제가 지금 오바마 지지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오바마의 스탠스

 

저는 오바마의 자서전을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느 정도의 발자취를 읽어내고 있습니다. 그런 제 느낌상 오바마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왼쪽에 있는 대통령입니다. 제 생각이 틀리지 않을껍니다. 대다수의 정치학자들의 의견이나 일반 대중의 의견과도 거의 일치할테니까요. 다년간의 시민단체 생활, 주의회 하원의원에서 상원의원까지의 경력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정체성,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공동체에 대한 굳건한 신뢰. 대통령 직을 지내면서 보여준 발언등 그는 확실히 가장 왼쪽에 있습니다.

 

사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요.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후 미국이 선택하고자 했던 건 단순히 부시 행정부의 부산물을 치울 수 있는 사람이냐가 아니라, 부시 행정부 이후 파괴되어가는 미국을 어떻게 부터 기초를 세울 것이냐. 였습니다. 구식 인물로 보여졌던 힐러리가 무너졌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죠. 멕케인이 별다른 힘도 못쓰고 무너졌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구요. - 금융위기도 한 몫하긴 했습니다만.- 오바마아게 주어진 역할은 주어진 미국을 고쳐라. 가 아니라 새로운 미국을 세워라. 였습니다. 그의 유명한 선거 캠페인인 yes we can!은 이런 대중들의 요구에 대한 오바마의 명쾌한 대답이었지요.

 

이상과 현실.
문제는 오바마 앞에 놓여진 현실은 대중들의 요구를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것에 있었죠. 물론 그는 자신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의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공약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턱 없이 부족했죠. 당연합니다. '그가 가장 왼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에 있었던 건강보험 법안 처리과정에서 오바마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건강보험 확대 문제는 역대 민주당 행정부들이 모두 다 관심을 가졌던 사안입니다만 오바마 처럼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금융위기의 한복판을 지나가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건강보험 확대 정책은 시기상으로도 옳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이 사안을 제 1순위로 놓고 밀어 붙었죠. 대통령의 관심이 이 지점에 계속 있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당연히 말해 이 사안은 오바마가 가장 중요시 여겼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오바마는 왜 자신이 건강보험 확대 정책을 중요시 여기는 지 정확히 표현했습니다. 시민단체. 그리고 인권변호사 시절의 그가 겪었던 시카고 하류층의 건강보험 문제 때문이라고요. 즉 이겁니다. 오바마는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자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이를 이뤄낼 수 없습니다. 그를 둘러싼 주위 환경은 끊임없이 그에게 오른쪽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파적으로 변해가는 언론들이 상징적입니다. 이미 친 공화당 계열의 폭스 티비는 중립성향의 CNN보다 뉴스 청취율이 높습니다. 뉴욕타임즈의 판매부수는 점차 떨어져 가지요. 미국 금융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영향력은 강고해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이룩해야 합니다. 의회 역시 그에게 우호적이진 않습니다. 민주당의 모든 의원들이 그에게 협력적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좌파에 속하는 오바마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보는 의원들도 많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하지만 그는 가장 왼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의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2006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로 오바마의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당선된 의원들이 아닙니다.  오바마에게 빚을 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더 근본적으로 그는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 여기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입니다. 유럽의 정치성향에 따르면 잘해봤자 중도파인 그가 미국에서는 좌파라 욕먹고 공산주의자라고 욕먹는 이유죠. 그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뤄 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정치적 이상향을 달성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고 대통령이 된 겁니다.

 

오바마의 선택

따라서 오바마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자신에게 국민을 맞출것인가. 국민에게 자신을 맞출것인가. 아이러니 하지요. 하지만 오바마로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오바마가 이를 어정쩡하게 처리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오바마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고 냉철합니다. 하지만 속물적이거나 낭만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문제를 자신이 관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요. 하버드대 법대 편집장 시절에서 부터 생긴 오바마의 버릇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이러한 성격은 과히 좋지는 않습니다. 물론 관리자로서 오바마의 행동은 실수를 최대한 줄인다는 점에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더욱이 현재 상황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할은 이미 깔려진 레일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레일을 까는 겁니다. 이미 제가 위에서 지적했었죠. 근데 오바마의 선택은 대부분 이미 깔려진 레일을 보수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타협하고, 또 타협하는 거죠.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에서 절충의견을 받아들여 3만명을 파견하거나, 건강보험을 누더기로 만들면서까지 통과시킨 것, 가장 최근에는 금융개혁법안에서 월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상당부분 훼손 시킨 것. 이 모두가 오바마의 선택이 과감한 것이 아니라 절충적인 걸 암시합니다.

 

물론 오바마 입장에서 나름의 항변은 있습니다. 오바마가 추종하고자 했던 사람은 애이브러햄 링컨입니다. 링컨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보다는 타협을 전문적으로 했죠. 연방주의자로서 링컨은 연방을 위해서라는 노예해방도 미룰 수 있다고 말한 사람입니다. 그런 링컨을 따르겠다고 말하는 오바마로서는 현재 심각해지는 당파현상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된다는 생각을 먼저 가질법 하죠. 실제로도 현재 미국의 당파현상은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구요. 더불어 가뜩이나 가장 왼쪽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오바마로서는 당파적으로 한쪽으로 휩쓸릴 수 있을 만한 정책을 추진할 동력도 없습니다. 만약 힐러리가 오바마와 비슷한 법안을 내놓았다면 오바마 보다는 덜 역풍을 맞았을 껍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자가 가장 왼쪽에 있는 법안을 추진한다. 정치 역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역설이죠.

 

오바마의 문제는 무엇인가.


누군가 오바마의 당선 직후 이런 말을 했죠.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업적은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이 말이 맞아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건 오바마의 능력 부족이나 경험 미숙때문에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이라크 전쟁의 고생길을 예측하고, 가장 완벽한 선거운동을 지휘한 사람이 능력 부족이라 말하는 것도 만무하고,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누구나 맡기 전에는 다 경험이 일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바마의 문제는 그의 한계에서 파생되는 것입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그로 하여금 자꾸만 선택의 폭을 좁아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을 자꾸 악재로 밀어붙이게 만들죠. 하지만 현재 오바마의 선택을 '어쩔 수 없다.'로 마냥 쉴드를 쳐줄 수는 없습니다.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미국 국민들은 그런 상황에서 뚫고 나가는 오바마의 지도력을 기대한 겁니다. 애시당초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것도 아니죠. 오바마가 어느정도 한계에 부딪힐 것인라는 건 누구나 예상했습니다. 오바마는 그 예상보다 더 낮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바마에게 새 레일을 까라는 목표를 줬는데 예산이 모자라다고, 또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기존의 레일을 보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오바마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탓을 하면서 그를 옹호해주기는 어렵습니다. 최소한 새 레일을 깔만한 설계도나 기반 공사라도 해야 합니다. 지금 오바마는 이것을 못하고 있습니다. 통합이라는 이유로. 당파 싸움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때문에 말이죠. 그가 링컨을 자신의 이상으로 삼는 이상 이 문제는 평생 오바마를 따라다닐 것입니다. 현재 오바마의 문제는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그의 태도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오바마 금융개혁 법안이 또다시 누더기가 됐다는 기사(관련기사)를 보고 심심풀이 삼아 적어본 문서입니다. 백악관이나 미국 내에서도 이 문제의 원인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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