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렇듯이 다 게임패스 등록 작품들입니다. 다만 1번, 2번, 3번 게임은 15일에 마감하고 사라진다고. 사실은 그 소식 듣고 후다닥 클리어했습니다. ㅋㅋ



1. Lapin (PC, 엑박만 됩니다.)



쌩뚱맞게도(?) 국산 게임입니다. 제목에 한글 따윈 없고 구글에 검색해서 영문으로 검색해야만 나오지만 게임을 켜면 한글 자막 매우 잘 나오구요. 배경도 한국이라 한글 간판도 나와요.

트레일러를 틀어 보셨다면 금방 이해하시겠지만, 2D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귀여븐 토끼를 조종해서 사악하게 배치된 함정들을 죽어라 피해가며 목적 지점을 향해 달리는 거죠. 당연히 그 과정에서 숨겨진 길도 찾고 그래서 아이템 수집도 하고 뭐 그러는 거구요.


핵심 포인트는 귀여움과 애틋함입니다. 

저 귀여운 토끼들이 살 터전을 잃고 새로운 낙원(!)을 찾아 험한 세상을 누비는 내용이거든요.

도입부에선 아 이거 좀 부담스러운데... 싶을 정도로 많이 건전하고 어린이 애니메이션 삘인데, 다행히도 조금 지나면 그런 느낌 없이 즐겁게 구경할 수 있구요.

의외로 스토리가 좋고 연출도 좋아서 막판 가면 감정 이입도 꽤 되고 그랬습니다. 후원 받아가며 완성한 인디 게임인데 완성도가 많이 높아요. 다만...


어렵습니다.

되게 어렵습니다.

욕 나오게 어렵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막 불합리해서 짜증이 난다 싶은 구간은 없는데. 그냥 더럽게 어려워서 가끔은 짜증이 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ㅋㅋ

특이한 게, 주인공 캐릭터가 스킬을 익히거나 레벨 업을 하거나 하는 부분이 전혀 없어요. 그 흔한 이단 점프, 대시 하나 없이 정말 정직한 점프 하나랑 벽에 달라 붙기. 이 두 가지 기술만 갖고 험악 사악 살벌한 트랩들을 뚫고 나가야 하는데... 상대 평가를 하자면 '오리와 도깨비 불' 보다는 훠얼씬 어렵구요. '오리와 눈 먼 숲'에서 긴소 나무 구간 같은 게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참으로 다행히도, 티비 화면에 꽉 차는 장면 하나를 단위로 삼아서 딱 그만큼만 성공하면 바로 자동 세이브가 되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호흡이 짧구요.

또 상냥하게 자동 세이브가 되며 죽으면 즉시 그 장면에서 부활하기 때문에 계속되는 재도전에 부담도, 시간 낭비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 자리에서 수십 번씩 죽다 보면 어떻게든 클리어가 돼요.


근데 전체 6챕터로 된 게임인데 4챕터 말인지 5챕터 초인지 쯤에 도전 과제가 뜨더라구요. "1000번 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난이도는 있지만 재밌게 잘 만든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더 유명해지고 히트도 쳤음 좋겠는데 스팀 리뷰가 123개 밖에 안 달린 걸 보니 흥행이 쉽진 않겠어요. 아쉽습니다. ㅠㅜ




2. 건그레이브 고어 (PC, 엑박, 플스에서 가능합니다)



이미 역사가 20년이 넘은, 그러니까 시리즈 첫 편이 2002년에 나왔던 게임의 '신작'인데요.

나름 속편도 나오고 만화책도 나오고 애니메이션도 나오고... 하다가 수명이 다 해서 사라졌던 추억의 프랜차이즈를 매우 쌩뚱맞게도 한국 회사가 판권 계약하고 만들었네요.

뭐 일본 쪽에서 외주를 준 것도 아니고 걍 한국 회사가 돈 내고 일본 게임의 신작을 만든 거에요. 특이하죠. ㅋㅋㅋ


근데 문제는...

플레이스테이션2라는 고대 기기로 21년 전에 나왔던 1편보다 그래픽이 '보기 싫다'는 겁니다.

그래픽이 더 나쁜 건 아닙니다. 세월이 있는데 그럴 리가요. 근데 어쨌든 참 비주얼적으로 보기 싫어요. 게임 비주얼에서 미술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훌륭한 사례랄까요.


 (궁금하면 원작과 한 번 비교를 해 보시면...)


분명히 기술적으로는 이것저것 신경 쓴 걸 알겠는데, 그냥 디자인이 구립니다. 하나 같이 다 비호감스런 생김새들을 하고 나오는데 스토리도 구리고 대사는 더더욱 구리고...

그렇게 각본이 구리다 보니 성우들 연기도 다 '대충 만든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디폴트 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기껏 한국어 더빙까지 된 게임인데 귀가 괴롭구요.

결정적으로 웃기는 게, 액션 구간에서 달려드는 적들이 굉장히 리얼한 한국어 욕을 계속 하거든요. 그게 너무 리얼한 느낌에 너무 자주 나와서 나중에 옵션 메뉴로 가서 적들 대사를 다 영어로 바꿔 버렸습니다. ㅋㅋㅋ 그랬더니 많이 나아지더라구요. 그 전엔 정말 막 억울한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왜 즐겁자고 하는 게임에서 캐릭터들에게 쌍욕을 계속 들어야 하나. ㅠㅜ 


거기에 덧붙여서 게임 디자인도 참 모자랍니다.

액션 게임인데 스테이지 구성이 매번 스킨만 달라지면서 똑같아요. 적들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도 않긴 한데, 애초에 다른 적이 나와도 상대하는 법이 거의 다 똑같으니 의미 없구요.

원작 게임도 맷집 좋은 주인공이 압도적인 화력과 스킬로 와다다다 다 때려 부수는 재미로 하는 게임이었지만 그래도 '액션 게임'으로서 최소한 상황 따라 다른 스킬도 쓰고 머리도 굴리고 하면서 플레이하는 재미는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그런 것 없이 너무 단순해서 스킬들 새로 얻어서 써 볼 의욕도 안 생기더군요.


그래서 아주아주 비추천 게임입니다.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적들을 총질로 시원하게 밀어 버리는 게임을 원하신다면 '시리어스 샘'을 하세요. 그것도 많이 모자란 게임이지만 이것 보단 훨씬 낫습니다.




3. 커피 토크 (아무 기종에나 다 있습니다.)



뉘신지 시작부터 끝까지 얼굴 한 번 안 나오는 '나'는 바리스타 & 카페 주인장이구요.

매일 밤마다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 수다 떠는 걸 구경하면서 주문대로 음료 만들어 주는 게임입니다. 음. 정말로 이게 다에요.

그러니까 실제로 게이머가 '플레이'하는 부분은 오직 음료 만들기 밖에 없구요. 그마저도 커피, 코코아, 녹차, 우유, 생강, 계피, 꿀... 등등의 재료를 무조건 세 가지 이내로 조합하는 게 전부라서 진짜 별 거 없습니다. 손님들이 구체적으로 얘길 안 하고 살짝 흘려서 힌트만 주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머리는 좀 굴려야 하지만 어쨌든 '게임플레이' 자체는 거의 없다시피 한, 말하자면 비주얼 노벨 같은 게임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좀 옛날 사람들 로망 같은 게 담겨 있는 컨셉인 거죠. 

자그마한, 하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도 쌓고, 위로도 해 주고 하는 이야기니까요. 


장점을 말하자면 그 '이야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다양한 손님들의 희한한 사연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뭐가 어떻게 되든 시작부터 끝까지 훈훈한 분위기라 부담도 없구요.

단점을 말하자면 그 '이야기'가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밍숭맹숭한 기분이 들어요.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에 개입하는 요소가 없다는 것도 그렇구요.


그래서 제 기준으로는 별로 추천할 게임은 아닙니다만.

세상 사람들 맘이 저 같지는 않아서, 스팀 리뷰 수가 8천개를 넘기는 가운데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유지하고 있네요. ㅋㅋ


한적하고 아늑한 환상 속 카페 분위기를 즐기면서 아무 난이도란 게 존재하지 않는 편안한 게임을 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재밌게 하실 것 같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대사 하나하나 다 읽으며 천천히 해도 서너시간이면 끝이라서 여러모로 부담은 없었어요.




4.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PC, 엑박, 플스로 가능합니다)



요즘 액션 게임 쪽의 대세인 '소울 라이크' 게임인데 다만 소재가 삼국지입니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충 '다크 소울' 시리즈와 '세키로'의 요소를 이리저리 섞었는데요. 

결정적인 차별점이라면... 난이도입니다. 쉬워요. 우하하.


근데 여기에 좀 함정이 있습니다. 그냥 하면 어렵습니다. 오히려 레퍼런스 게임들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는데, 웃기게도 게임 플레이 방식에 따라 플레이어 본인이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어요. 그러니까 최대한 단순히 말하자면, 보스 잡으러 가는 길에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거점들에 깃발을 꽂아주면 하나 꽂을 때마다 보스 & 몹들 난이도가 한 단계씩 내려간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쭉쭉 달려서 보스를 만난 후 시작하자마자 두어방 맞고 사망. 이렇게 되면 그동안 지나쳤던 길 다시 돌며 눈물을 흘리며 깃발 꽂고 다니고. 그러고 다시 보스에게 돌아오면 아까 그 놈이랑 생긴 건 똑같은데 참 부담 없는 놈이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죠. 뭐 이런 식입니다. ㅋㅋㅋ


이것 외에도 이런저런 편의 요소들을 친절하게 잘 해놓아서 여러모로 본가인 프롬의 소울 게임들보단 쉽고 친절해요. 소울 게임 입문용... 같은 걸로 괜찮겠다 싶었구요.

다만 뭐랄까... 쓸 데 없이 다양하고 복잡한 게임 시스템들은 좀 짜증이 나고. 무성의의 극치인 스토리는 당황스러울 수준이구요. (아무 배경도 설정도 없는 주인공이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 한 마디도 안 하고 그냥 칼질만 하다가 끝나는 이야깁니다. ㅋㅋㅋ) 그래픽이나 미술도 그냥 그렇습니다. 그냥 '삼국지 캐릭터들 때려잡으며 즐기는 쉬운 소울 게임' 이라는 거. 여기에 꽂히는 분들은 하시고, 아니면 묻어두시면 돼요.


...마지막으로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말입니다만.

위에서 제가 '쉽다'고 적은 걸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안됩니다. ㅋㅋㅋ

다른 소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얘기에요. 보통의 액션 게임 생각하고 하시다간 마음의 상처가...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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