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11월말 블랙프라이데이때 아이 선물을 미리 준비합니다. 

이번에는 마트에서 아이가 눈을 떼지 못하던 레고를 큰맘먹고 공홈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할때 미리 사뒀어요. (레고 너무 비싸요)

재작년에도 그랬지만, 아이가 원하는 선물이 11월말이랑 12월말이랑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번에도 아이가 원하는 선물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1.

어느날 저녁, "어린이집 **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은 엄마 아빠가 주는거래~ " 라고 합니다. 아니 벌써..?

그래서 "**이는 엄마 아빠가 주나보다. 우리는 아닌데." 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누가 착한앤지 나쁜앤지~ 노래를 같이 불렀습니다.



2.

24일날 밤, 아이가 잠들면 거실에 선물을 놔둡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이가 선물을 발견하는 영상을 찍습니다. 세살때 부터 찍었으니 올해가 네번째입니다.

올해는 거실창문에 벽트리를 만들어서 트리 아래 놔두고 커튼을 닫았습니다.


대망의 25일 아침, 아이가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거실로 나갑니다 평소에는 저희 방으로 오는데, 거실로 나갑니다. 

저도 벌떡 일어나 폰을 켜고 거실로 따라나가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아빠, 오늘 크리스마스 맞지?"

"그렇지"


선물이 보이지 않자 아이가 당황한것 같습니다. 두리번 거리지만 커튼 뒤의 선물을 발견 못하고 쇼파에 앉아서 다시 물어봅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바쁘고 지치셔서 깜빡 하셨나?"


눈은 이미 동공지진중...


"오늘 밤에 다시 한번 오실까?"

"산타할이버지는 착한 아이한테만 선물 주시는데, 우리 뫄뫄는 착한 아이가 아니었나?"

"음.. 착한 아이였던것 같은데~"


결국 제가 '어? 저기 뭐가 있는데?" 하고 힌트를 줬습니다. 벌떡 일어나 커튼 뒤를 확인한 아이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어? 레고잖아!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레고를 주셨어!"


레고를 들고 엄마한테 달려갑니다.


"엄마!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레고를 주셨어! 숨겨놓으셔서 안 오신줄 알았어!"


레고 상자를 들고 싱글벙글 웃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레고를 마트에서 사셨나?"


뜨끔한 저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봅니다.


"내가 마트에서 본거랑 똑같은거잖아~"

"응~ 지난번에 마트 갔을때 뫄뫄가 그거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엄마 아빠가 산타할아버지한테 편지 썼어. 뫄뫄는 아직 글씨 못 써서 대신 써줬어"

"아~ 그렇구나! 아빠 이거 뜯어서 빨리 만들까?"

"아침 먹고 만들어야지"

"아빠 아침 빨리 먹자. 아빠 내가 아침 만들어줄까?"

"응? 뭐 만들어줄건데?"

"쨈 샌드위치 만들수 있어!"



아침을 먹는데 아이가 소곤소곤 이야기 합니다.

"엄마한테는 비밀인데, 아까 '내가 나쁜 아이였나?' 하고 고민했어" 



3.

저희 아이는 내년에도 산타 할아버지를 믿을까요? 저는 이 영상을 몇살때까지 찍을 수 있을까요?




P.S) 어제는 놀다가 뜬금없이 '크리스마스 선물 엄마 아빠가 주는거 아니지?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거지?" 하고 재확인 했습니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9
114639 희대의 성추행 [3] 사팍 2021.01.25 892
114638 남산의 부장들(2020) [1] catgotmy 2021.01.25 377
114637 [주간안철수] 험난한 단일화의 길 [4] 가라 2021.01.25 559
114636 화가 많아진 것 같아요. [5] 왜냐하면 2021.01.25 492
114635 넷플릭스에서 다른 ott 로 갈아 탈 수 없는 이유 ... 미미마우스 2021.01.25 590
114634 Alberto Grimaldi 1925-2021 R.I.P. 조성용 2021.01.25 213
114633 이런저런 잡담...(꿈, 도움) [1] 여은성 2021.01.25 291
114632 넷플릭스 푸념 [21] 풀빛 2021.01.25 1044
114631 쏘울 뭔가 착찹해지는 마음이 일게 하는군요 [3] 가끔영화 2021.01.24 493
114630 [obs 영화] 나이트 크롤러 [6] underground 2021.01.24 409
114629 엄마를 추억하며 [8] 고요 2021.01.24 521
114628 누레예프 [2] daviddain 2021.01.24 333
114627 부정적(?)인 얘기들 [5] 메피스토 2021.01.24 653
114626 Walter Bernstein 1919-2021 R.I.P. [1] 조성용 2021.01.24 230
114625 넷플릭스의 주가는 계속 오를 수 있을까? [7] S.S.S. 2021.01.24 814
114624 세상에 이런 일이 [4] 어디로갈까 2021.01.24 593
114623 [드라마바낭&짤아주많음] '케빈은 열 두 살' 시즌 1을 다 봤어요 [21] 로이배티 2021.01.24 26037
114622 영화 '청아집'의 갑작스런 상영 중단과 마윈 그리고 기모노와 한푸에 대한 이런 저런 잡설 [10] Bigcat 2021.01.24 1388
114621 래리 킹 코로나로 사망 [6] daviddain 2021.01.24 854
114620 [게임바낭] 미드 같은 게임을 추구하는 '컨트롤' 엔딩을 보았습니다 [2] 로이배티 2021.01.23 4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