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42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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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성격과는 잘 맞지만,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굳이 영화를 보게 만들만한 포스터는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 아주아주 외딴 곳에 위치한 모텔 헬로. 라는 곳이 배경입니다. 네온 간판을 보여주다 잠시 후 파지직! 하면서 마지막 o의 불이 꺼져요. 그것이 제목의 참된 의미...

 이 모텔은 빈센트와 이다라는 나이 지긋한 남매가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실은 숙박보다 바베큐 요리가 메인입니다. 동네방네 소문나서 인근 주민들이 다 먹으러 온다는 로컬 대박 맛집이죠. 그리고 빈센트는 한밤중에 스리슬쩍 샷건을 들고 마실을 나가 특정 포인트로 가서 망을 보다가 교통 사고가 나서 뻗은 사람들을 모텔로 끌고 가요. 네. 맛집의 성공 비결은 더 이상 궁금할 일이 아니겠죠.


 그런데 그 와중에 빈센트가 사고난 사람들 중 젊은 미모의 여인을 모텔에 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굳이 얘만 데리고 온 걸 보면 딴 맘이 있는 것 같고. 그걸 지켜보는 이다의 심기는 매우 불편해지고. 그리고 어려서 이 집을 나가 따로 사는 막둥이 동생 겸 동네 보안관이 미모의 여인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서 이 평화롭던 로컬 맛집에 피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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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주인공 남매 커플샷입니다. 첨엔 당연히 부부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 참 보도 듣도 못한 영화였는데 왓챠 가입하고 호러 카테고리의 영화를 하나하나 다 훑으면서 만들어 놓은 찜 목록에 어쩌다 들어가 있었어요. 언젠간 봐야지... 하면서도 언제나 볼 건 많고, 아는 배우도 없고 제목도 시시한 영화인지라 밀리고 밀리고 밀리다가 엊그제 ND님께서 올려주신 '80년대 호러 영화 베스트' 리스트에서 이 제목을 발견하고 당황해서 봤습니다(?) ㅋㅋㅋ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역시나 무슨 명작 같은 건 아니구요. 하지만 그런 리스트에 올려 놓은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는 영화였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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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시작부터 대놓고 힌트를 던져 주는 상냥한 영화에요. 호러 영화의 빌런이 고기집 주인이라면 무슨 이야기가 나올진 뻔하지 않겠습니까.)



 - 설정을 놓고 보면 참 뻔하고 흔한 영홥니다. 죄 없고 개성도 없는 젊은이가 어쩌다 사고로 굴러들어간 미국 시골 농가집이 알고 보니 사람 잡아 먹는 괴인들 소굴이었다! 이거잖아요. 찜만 해놓고 안 본 데엔 이런 이유도 있었죠. 근데 어쨌든 일단 보기로 맘 먹고 재생을 꾸욱 누른 후에 시간이 한 10분쯤 지나니... 이게 좀 특이합니다. 


 그러니까 일단 코믹 호러에요. 그리고 막 황당한 장면 던져대며 깔깔대며 웃기는 게 아니라 걍 느긋하게 보다 보면 으아니 뭐야 이게? 하고 쌩뚱맞게, 웃으라는 건지 고통 받으라는 건지 사람 애매하게 만드는 류의 코믹 호러입니다. 그리고 어쩌다 재수 없게 굴러든 젊은이... 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특별한 주인공 없이 그 모텔과 훈제 요리(...) 제조 공장을 보여주며 흘러가는 이야기이구요. 그래서 보통 이런 이야기들이 택하는 가련한 피해자의 피칠갑 생존기 같은 식으로 진행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긴장감 같은 건 별로 없고 걍 이 기괴한 남매의 엽기 행각 감상 위주로 영화를 보게 되는데요. 뭐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할 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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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주인공일 줄 알았던 우리 희생자님은 알고 보면 쩌리였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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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우측 하단의 이 집안 막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 역시 비중은 크지 않고 오히려 할배가, 그러니까 빌런이 주인공에 가까운 영화에요)



 - 그냥 그 남매가 하는 짓들이 다 괴상망측합니다. ㅋㅋㅋ 글 제목대로 무슨 어렸을 때 씽크빅 수재들이었던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짜낸 것 같은, 어디 다른 데서 본 적 없는 상황들이 자꾸 나와요. 이들이 성실하게 구해 온 식자재(...)들을 보관하는 방식 부터가 참 황당하구요. 나중에 그걸 수확(?)하는 장면도 진짜 이 사람들은 뭘 먹고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구요. 클라이막스의 싸움 장면은 비교적 덜 유니크하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네요.

 거기에 덧붙여서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다 기괴하게 비틀려 있는 가운데 심지어 '운 없는 젊은이' 캐릭터 조차도 그다지 평범하진 않으십니다. 그래서 막판엔 정말 아니 이게 대체 뭔데? 싶은 전개가 나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암시도 성실하게다 되어 있었구요. ㅋㅋㅋ


 암튼 하나 같이 다 스포일러인지라 설명은 못 하겠는데,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디테일로 승부하는 영홥니다. 이걸 보고 재미 없고 구리다고 생각할 순 있겠는데, 적어도 '이런 거 다른 데서 본 적은 없음' 이라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 많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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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짤이 대략 취향에 맞는 느낌이라면 보셔도 됩니다.)



 - 그래서 스포일러를 피하자니 자세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핑계로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는 야심이 있는 영화 같은 건 아니에요. 흔한 설정 그대로 흔한 이야기인데요. 다만 거기에 정말 약을 빤 게 아닌가 싶은 황당한 아이디어들이 포인트를 콕 콕 찍어줘서 이런 장르 팬이라면 한 번 보고 나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저야 뭐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 좋아하니 당연히 낄낄대며 즐겁게 봤구요. 황당무계하고 비정상적으로 튀는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호러팬분들에게 소심하게 슬쩍 추천해 봅니다. 정상 & 진지한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피하시구요. ㅋㅋㅋ 뭐 그렇습니다. 아주 즐겁게 봤어요.




 + 배우들 연기가 의외로 괜찮은데. 그 중에서도 모텔 주인장 빈센트를 연기한 로리 칼훈이 꽤 연륜 & 관록 묻어나는 센스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검색을 해 보니 충분히 그럴만한 경력의 배우셨더군요. 나름 커리어도 화려하셨고, 거기에 덧붙여서 인생이 그냥 영화 각본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파란만장하셨더라구요.



 ++ 근데 이렇게 막나가는 코믹 호러 치고는 희생자 선정 기준이 되게 보수적입니다. '정신줄 놓고 씐나게 놀아보자!'라며 길을 가던 젊은 여성들이라든가, 락밴드 멤버들이라든가, SM 성향의 커플이라든가... 끝까지 다 보고 나니 별로 이 부분이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만. 보는 동안엔 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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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뭐 1980년에 나온 호러/슬래셔 영화이니 이런 취향의 사람들이 곱게 대접 받기란 어려운 게 당연하기도 하구요.)



 +++ 보니깐 나름 컬트 호러 클래식 리스트에서 한 구석 차지하고 있는 영화더라구요.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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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라이센스(!)로 이런 그림이 박힌 티셔츠도 팔고 그랬다고... 근데 이걸 입고 다녀도 되려나요. ㄷㄷㄷ



 +++ 스포일러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또 엄마가 잘못했습니다. 이 모텔의 주인 남매는 어려서 가난한 성장기를 보내며 엄마를 통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웠는데, 뭐든지 일단 훈제를 해서 먹으면 상하지도 않을 뿐더러 맛도 좋아진다는 인생 꿀팁이었죠. 그래서 엄마는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훈제를 해서 먹였고 그러다 개도 먹었는데 참 맛있었고 그러다 결국... 뭐 이렇게 된 겁니다. ㅋㅋ 그래서 이 남매는 그냥 맛있는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일 뿐 별다른 심오한 동기 같은 건 없구요. 또 그렇게 맛있으니 남들에게 내다 팔기도 하고 그랬던 거죠.


 그래서 그 수법은, 밤마다 집앞 도로로 나가 통제를 잃으면 바로 큰 사고가 날만한 커브에다가 커다란 곰덫을 설치해서 사고를 유발하구요. 불행하게 걸려든 사람들에게 마취 가스를 먹인 후... 집 근처 비밀 장소에다가 땅을 파고 '심어 놓습니다'. 차렷 자세로 땅에 심어 놓고 꼼꼼히 다져서 못 나오게 하구요. 목에 적당히 칼집을 넣어서 성대를 못 쓰게 하고. 거기에다가 누런 봉다리를 하나씩 씌워 놔요. 그러고선 주기적으로 와서 깔대기를 설치해서 양분을 공급해 주고요. 이렇게 재배(...)를 하다가 이제 다음 식재료가 필요해졌을 때 뽑아다가 집앞 고기 작업장에서 해체하고, 훈제하고 하는 건데요.


 압권은 얘들을 '뽑는' 장면입니다. 식재료로 쓰이는 동물들에게도 고통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뽑아갈 애들만 머리에 씌운 봉투를 벗겨 주고요. 그 앞에 무슨 정신 산란한 소리와 함께 뱅글뱅글 돌아가며 싸이키델릭한 빛을 발사하는 장치들을 세워 놓고 작동 시켜요. 그래서 그걸 한참 보던 식재료들이 최면 상태에 빠져 행복해지면 그때 얘들 목에다 밧줄을 걸고, 그 밧줄을 트랙터로 당겨서 고통 없이 죽여줍니다. 아... 근데 이게 설명을 하니 되게 재미 없네요. 직접 보셔야 하는데요. ㅋㅋㅋㅋ


 암튼 문제는 우리 모텔 주인장 빈센트씨가 희생자 중 한 명에게 반해버렸다는 거죠. 그래서 얘는 식재료로 안 쓰고 집에다 모셔 놓고 선량한 시골 할배 행세를 하며 애지중지 상처도 치료해주고 돌봐주고 그럽니다만. 그 와중에 어려서 이 집을 떠나서 가족들의 실상을 모르는 막내 동생, 동네 보안관 놈이 맛난 고기 먹으러 집에 들렀다가 이 분에게 반해 버리면서 문제가 생겨요. 비록 무매력 찌질남에다가 성추행 수준으로 들이대는 비호감 캐릭터지만 어쨌든 악당은 아니거든요. 이 분이 열심히 들이대다 결국 차이고 좌절했는데. 잠시 후에 이 희생자가 난데 없이 빈센트에게 막 들이댑니다!! ㅋㅋㅋ 그제서야 처음에 이 분이 등장하던 장면을 돌이켜 보면, 자기 아빠 뻘 초로의 할배와 커플이었던 거죠. 애초에 노인 취향이었던 거고, 그래서 빈센트와 마음이 통하고!! 결혼을 약속합니다!!!


 그래서 다짜고짜 다음 날 결혼하기로 하고 행복한 결혼 전야를 보내는데요. 그 와중에 보안관은 어쩌다 사건의 단서를 잡고 캐다가 자기 형, 누나가 천인공노할 살인마들이라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그 모텔에 침입해 희생자를 구해내려고 하지만, 어찌저찌 일이 꼬여서 결국 형과 1 vs 1로 비장한 전기톱 배틀을 벌이게 되는데요. 그 와중에 희생자들을 재배하던 텃밭(...)에서 한 놈이 간신히 빠져 나오는 데 성공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도 풀어주고. 이들은 복수를 하겠다며 우루루 모텔로 몰려오는데, 한참을 땅에 꽂혀 있다 보니 어기적어기적 움직이고, 게다가 말을 못 해서 괴상한 소리만 우우우~ 하고 내는 꼴이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좀비네요. ㅋㅋㅋ 암튼 그래서 이 좀비들은 모텔 남매 중 동생 쪽과 치열한 싸움 끝에 승리해서 그 동생을 끌고 가 자기들이 묻혀 있던 곳에다 거꾸로 박아 두고 갑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미모의 희생자님을 두고 전기톱 배틀을 벌이던 형제는... 뭐 어찌저찌 하다 결국, 당연히도 동생이 이깁니다. 그러자 형은 옆구리에 전기톱이 박힌 채로 주절주절 마지막 말을 남기는데요. 이 농장은 네게 물려줄 테니 우리 가족의 비밀 레시피를 발전시켜 달라느니 하는 상황에 안 어울리는 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사실 난 모자란 놈이었다! 우린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해왔어!!' 라며 눈물을 흘려요. 그래서 아니 형, 그게 무슨 소리야! 라는 동생에게 우리 빌런님이 유언 삼아 남긴 마지막 말은 이겁니다. "사... 사실... 나는... 방부제를 써왔다!!!!"


 그러고 죽어요. 그러고 엔딩입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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