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잡히면 동지에게 죽는다...

2010.08.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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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28만원 영감님이 그런거 좋아해서 참 침투/대침투 훈련 참 많았죠. 

독수리 팀정신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훈련 정말 많아서 뚫거나 방어하는 부대 참 골치아팠을 겁니다.

 

○○님이 언급하신 '땅벌훈련'은 거의 특공부대 침투훈련이었죠. 모든 훈련량을 뒤로 하고 걸리면 죽는다. 

그러나 죽이는 사람은 상대편이 아니라 우리 지휘관, 선임하사 인사계 등등 우리의 동지였습니다.

 

예전에 많은 전설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 전설들은 오히려 많은 부대들의 대침투 방어 노우하우가 되어, 80년대 후반만 되어도 정말로 

빈틈 존재하기 힘들 정도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하수구를 기어 들어갔다... 80년대 말 정도에는 지키지 않는 하수구는 거의 없고, 

거의 모든 부대 하수구에는 철망을 달아 놓아 한 물 같지 오래된 이야기였죠.

 

뭐 특이한 이야기로는, 공군기지 타격하는데 정말 틈이 없자 한 대원이 부대가 아닌 공군부대 관사 아파트에 숨어 있다가

부대버스가 오자 가디리는 동안 버스 위에 복지부동으로 숨어서 통과한 후에 기지 사령관 방을 타격했던 예도 있고, 

부대 정문의 모양이나 도로 위치에 따라서 부대 앞 T 코스에서 빨간불 걸리면 차량 하부 프레임을 매달려 잡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안 통하죠. 요즘은 비상 걸리면 쇠아피프 달린 유리로 하부 검사 다 합니다. 이미 예전에 미군들이 다 하던 전술이지요.

 

그러나 목표에 도달한 팀들은 바로 KAIST 수준의 연구회의가 소집됩니다. 정찰이 안되면 침투는 거의 100% 실패합니다.

 대대장님들은 항상 이야기하시곤 하죠.

 

"지역 경찰서에 작전 강평 하러 갈때, 내가 당당히 걸어들어가게 하라."

 

"니들 사령부 상황판에 곧바로 '9공수 3팀 전원 전사,' 붙는 거 알지?"

 

"14지역대보다 못하면 각오하라."

 

(인사계님. 그런데 14지역대 인사계님과 가장 친했다. 14지역대 인사계님 별명은 사이공. 의미는 금방 생각하면 아실 듯...)

 

 

20미터 5시간

 

예전 충청도에 방공기지 뚫는데, 요즘도 당연하지만 위성사진인지 항공촬영사진인지를 준다. 

그러면 폐지형 A4 용지 한 다발 가져다가 매일 그리고 그려서 익힌다. 그런데 이거 별 의미 없다. 

참고만 할 뿐이지 침투에 필요한 정황은 거기 가 봐야 안다. 그래도 그린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부대들의 구조나 필요한 시설이 뭐가 들어가는지 다 알게 된다.

 

초소들은 '난 너에게 나를 보낼 수 없어'는 형태로 거의 '손 잡고 선다'분위기 물씬. 

GOP로 말하면 2일간 거의 전원투입 A형 근무다. 예비참호까지 몽땅 들어가서 보초 선다. 

그 앞에 도달해서 철조망 통과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역시 무서운 것은 인간.

그럴 때 느끼는 것은 딱 하나...

 

"무조건 기다려라.... 끝까지 기다려라."

 

우리가 보초를 서면 떠나간 인솔자의 여운을 음미하면서 한동안은 철통같은 군기를 유지한다. 

가끔 빽도해서 놀래키는 간부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점차 사방에 익숙해진다. 

그래서 엎드려 있다가 움직이고 싶으면 최적기는 보초 교대시간이다. 아무리 그래도 저 멀리서

먼저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반야심경 외우며 사방에 5감을 집중하던 보초도 그 황홀한

찌그덕 소리에 마취되어 데이트하는 심정으로 딴 곳을 집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임근무자와 인솔자가 떠나고 고요가 찾아와서 한 2분만 흐르면 X대가리 딸꾹질 하는 소리까지 그들은 잡아낼 수 있다. 

군부대는 항상 대자연과 함께 있고 보통 조용하다. 이때, 철칙으로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예전 그 방공기지는 재래식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1선에 3-5미터 간격의 2인 보초들이 있어. 한 20미터 통과하는데 

우리 팀 병 두 명이 통과하는데 5시간 걸렸다. 조명지뢰 같은 것은 느리게 통과하면 걸리는게 아니라 수도 없이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다.

 

 

침투자들이 원하는 것

 

1. 기상청을 무시하고 비내리고 천둥쳐라. 하늘아 미쳐라.

2. 보초들이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언쟁이 났으면 좋겠다

3. 한 보초의 입담이 굉장히 좋았으면 좋겠다. (운전중 핸드폰 통화 효과)

4. 보초가 짬밥이 비슷했으면 좋겠다. (졸병들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못한다)

5. 여자에게 차인 보초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언가 계속 말하고 싶어하거나 보초에 관심 엄따)

6. 순찰자가 자주 나타났으면 좋겠다. (분명 잠깐이라도 산만해진다. 그들의 적은 우리가 아니라 순찰자다)

7. 마이마이나 라디오를 가진 보초는 굉장히 친절한 보초다 (없으면 구입이라도 해주고 싶다)

8. 숨겨온 담배 피우는 보초도 7번보다 약하지만 친절한 편이다 (담배 피면 보통 말을 한다)

9. 중대장이 의심이 많았으면 좋겠다. (딸딸이 벨소리는 상당히 강하다. 통화내용은 안 받는 놈도 집중한다) 

10. 부대가 피곤해야 한다. (의외로 독수리에서도 잠 많이 잔다)

11. 인솔자 가자마자 탄띠 푸는 보초는 우리부대다. (훈련 관심 없다. 내 앞에 온다고 상상도 안 한다)

12. 보초들이 음담패설을 시작하면 한 단계 통과다. (내가 먹은 게 있는데.... 대학 1학년...M...)

13. 2시간 동안 완전 침묵하는 두 명의 보초는, 북한군보다 더 하다. 인간이 아니다.

14. 똥싸는 보초는 처음에 위험하고 나중에 좋다.

  (진지를 이탈해 으슥한 곳으로 오는데, 그런 곳에 항상 우리가 엎드려 있다.

   그러나 똥냄새는 일정한 5감 분산을 준다)

15. 작더라도 노래 부르는 보초는 우리의 귀순자다. 그들은 보통 마음을 울리는 가사가

    주로 부르는 노래다. 가사에 집중하게 되고 고막은 다른 곳을 향한다.

16. 오자마자 병장이 자고 일병이 근무서면 곤란하다.

    일병의 책임이 막중해서 굉장히 민감한 상태가 된다.

 

 

보초들의 일반적인 행동

 

1. 보초 교대 후 인솔자가 사라진 곳을 경계한다

2. 한동안 침묵한다. (받은 명령은 같다. 뚫리면 니들 죽는다)... "기다려라...기다려라..."

3. 그들은 결코 침묵을 참지 못한다. 내무반 이야기를 먼저 한다. (너 참 기자재 챙겨놨지? 등등)

4. 침묵은 계속 반복된다. 그러나 그 침묵은 간격이 점차 짧아진다.

5. 일어서서 몸을 푼다. 하품한다. (지루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6. 이야기를 한다 - 잠시 본연의 임무로 침묵 - 안전이 느껴지면 다시 말한다

7. 10개 팀 중에서 반 정도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한다. 낮게 조용히.

8. 교대시간이 다가오면 말을 자꾸 끊고 가끔 길을 본다...

9. 교대시간이 되면 사람들의 주의가 산만해진다...

10. 새벽 두 시 넘어가면 사람들이 졸기 시작한다.

 

가까운데서 듣다 보면 그냥 침묵과 졸음으로 인한 침묵을 판단할 수 있다. 졸음으로 인한 침묵은 가끔 헥 컥 이런 흑 이런 소리를 동반한다. 

실전이면 그런 식으로 지키지도 않고 그냥 무성무기 쓰면 되지만 뭐 북한도 아니고 숨바꼭질 훈련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을 통과해 뒤로 넘어가기 시작할 때의 감동도 상당하다.

 

 

 

시체놀이 침투훈련

 

그나마 산에 있는 목표는 숨을 수풀이나 많다. 대도시나 비행장 같은 경우는 주변에 도로가 잘 뚫려 있어서 숨을 곳도 별로 없다. 

담장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쉬우나 예상되는 행위라 작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 팀에서 시체놀이는 딱 두가지가 있었는데, 그 20미터 5시간 팀과, 85년도 팀정신 훈련이었다. 

이 팀정신 훈련은 우리가 사기를 쳤다. 아무리 봐도 강원도 현리 부근 방공포 기지였는데, 부대도 작고 틈이 거의 없어 보였다. 


결론은.... 작전 전날 침투했다. 


그리고 거기서 팀원 5명 정도가 분산해서 24시간을 폐진지나 기타에 숨어 있다가, 다음날 저녁 외부에서 나머지 들어가는 조가 

신경을 온통 잡입조가 들어간 다른 방향에서 소란을 떨어 공격신호를 줬다. 당시 3월 초였다. 강원도 졸라 춥다. 

전날 침투조는 야상하나 달랑입고 특전식량 쪼가리 빨면서 24시간을 버텨서 지친 몸을 일으켜 상황실을 타격했다. 

다음날 보니 아우슈비츠 얼굴 저리가라다. 


당시 공술부대는 특히 하의 군복 속에 팬티 외에는 거의 입지 않았다. 행군 때는 굉장히 땀나고 자꾸 걸리적거린다. 

그래서 내의나 스타킹을 입는 사람이 원래 많지 않고, 행군이 들어가면 다 벗어버린다. 

그 습관 때문에 난 아직도 한 겨울에 내복 등을 입지 않는다. 춥지만 팬티와 바지 외에 

현 인생에서 거의 입어본 적이 없다. 그런 건 입대 전 어릴 때만 입어 봤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24시간 강원도 3월의 24시간을 혼자 외롭게 버티는 것은 심신도야에 정신적 요가 수준이다.

 

3-5미터 양쪽에 보초 각 2명씩 네 명 사이를 통과한다는 그냥 시체놀이다. 

이 말은 이미 1차 철조망을 통과했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잘하면 그 보초들의 학력, 고향, 취미, 인간성, 아픔과 애환까지 느낄 수 있다. 

보초들이 한번 떠들기 시작하면 (처음엔 조용히 말하다 탄력받으면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커진다), 

우리가 보초를 서면서 하는 평범한 이야기들의 분량이 얼마나 많은지 아마 놀랠 것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같은 이야기로 군생활 내내 떠든다는 사실일 것이다. 

나중에는 아마 스토리 윤색이 들어가, 특히 졸병 입장에서 듣는 이야기는 고참의 여자가 손예진이었고 

크래식보다 더 애절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가끔 눈물도 찔끔하면서... 

그러나 아름다움 이야기보다는 주로 시식기(?)가 많다.

 

말이 없는 보초는 전시라면 정말 쏘고 싶다. 굉장히 무서운 보초는 말도 없고 아무런 부시럭거리는 소리도 없는 보초다. 

우리도 섬짓하고 놀랜다.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불쑥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독수리와 기타 침투훈련은 비오는 날이

우리에겐 정말 하느님의 선물이다. (전시에도 정확히 같다. 비오면 게릴라 천국이다... 천둥은 보배다. 

다만, 소리 들리면 플래쉬 터질 때까지 그대로 멈춰라다)

 

* 무슨 도둑놈 이야기 같군효 *

 

그 20미터 5시간 조는 합해서 4-5명으로 반씩 나누어서, 그 비슷한 밀집지대를 약 50미터 간격을 두고 양공으로 뚫고 있었는데, 

사실 이 조는 당시 신 상병이 이끌었다. 우리 팀에는 당시 병 팀원이 그 정도 인원이었고, 신상병이 짱이었는데, 운동을 하건 뭘 하건,

그 병팀원들을 신상병한테 맡기면 그게 더 효과가 좋다. 같은 팀원이라서 봐주는 것도 많지만 엄격할 때는 정말 엄격했다. 

즉, 진심으로 따르면서도 항상 긴장해야 하는 사람. 신상병은 정말 보스 기질이 있었다. 일단 말이 거의 없다.

무언가 잘못하면 그 시커먼 얼굴로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 두 조 중에서 한 조는 걸렸고, 한 조는 통과했다. 걸린 시간은 거의 같았는데, 걸린 조는 이미 보초선을 통과해서 더 가다가 걸렸다.

보초는 등뒤에 침투조를 잡은 것이다. 신상병도 그때 잡힌 조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준 건달 물을 먹은 신상병은 

잡히는 과정에서 50미터 측면에 가던 조를 끝까지 조력했다. 행패를 부리면서 큰 소동을 일으킨 것이다. 

그 틈에 측면의 조는 박박박 기어서 기지 안쪽으로 모두 마지막 스파트를 했다.

 

막는 분들도 고심하고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뚫는 사람의 준비도 정말 대단하다. 우리 단독군장 상태 그대로 가면 

몸에서 소리나는 것이 한 20개가 넘는다. 엑스반도를 꼭 해야 하면, 테이프로 소리 안나게 다 발라버리고, 

천연색 부대마크와 계급장도 뜯거나 다 테이핑하고, 가장 좋은 것은 엑스반도를 제거하고 총도 놔 두고 

야상에 폭파딱지만 들고 들어가는 것. 신문지 태워서 얼굴은 물론 상대방을 체크해주면서 목, 귀 옆, 가슴, 

손부터 팔뚝까지 완벽하게 다 칠해서, 밤에 침투하러 이동하러 가다 뒤돌아보면 3미터 뒤의 우리 팀원이 안보인다. 

그러면 알아서 '잘 따라가고 있다'라고 잇빨을 하얗게 드러내 준다. '따라오는 구나 새끼...'

 

당시 두건은 별로 없었고, 베레모를 뒤짚어 쓰거나 아니면 베레모 모표를 테이핑해서 완전히 죽인다. 

그리고 절저하게 정찰을 한다. 이 정찰은 정말 침투에서 성공하느냐의 관건이다. 그러므로 독수리 작전을 하게 되는 방어부대는

그 전날 정도에 매복조를 만들어서 (작전상 잡지는 못하나) 잘 조우해서 경청해주는 방법도 좋다.

 

그 전날 보초 서는 상태와 보초의 상태를 보면, 이번 목표 쉽다 어렵다가 느낌으로 딱 온다. 

앞서 말한 보초들이 말도 않고 시간 내내 경계를 잘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에이 씨바, 족 가튼데 걸렸다.." 그냥 그 부대 지휘관의 느낌이 들어온다. 물론, 그런 지휘관은 우수한 지휘관이다. 

인솔자 떠나고 간부 욕부터 하는 부대는 약간 침투에 널널한 부대다.

 

그리고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지형'이란,

 

안에서 보는 방향과 밖에서 보는 방향이 절대로 다르다는 것. 항상 우리에게 이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으로 봤지만 의외로 난코스와 위험이 도사리는 곳도 있고, 생각보다 쉬운 곳도 있다.

이 지형의 난점이란, 우리가 보는 입장에서는 보이는데 상대는 그 부대에 근무하면서도 

어떤 사각지대를 모른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방어를 잘하는 지휘관이 되려면 작전 전에 

밖으로 나와서 침투자 입장에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보면 루트 반 이상은 그냥 다 드러난다. 

부대 안에서 아무리 봐도 안 느껴지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 눈에는 한눈에 그냥 확 들어온다. 

이미 기지의 참호를 축성할 때, 당시 지휘관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면 침투자 입장에서 참호와 초소의 위치가 까다롭다.

그러나 어쨌거나 새로 팔 것도 아니고, 잘못된 위치로 파여진 참호들은 다른 지휘관이 와도 그 위치를 기점으로 

방어계획을 삼기 때문에 영원한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건 내가 보기에 힘들어도 교범을 참조해서 파야 한다. 

 

물론 새 지휘관이 와서 참호망 잘못됐다고 묻고 다시 파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말년에 딕된 거다. 

애송이 일병이 파는 것보다 말년 병장이 두 배는 빠르게 파니, 심성이 매우 고운 여러분들은 보다보다

"존나 여고생 삽질하냐. 저리 비켜봐."하고 대한민국 육군의 대표과업인 땅파기에 돌입하게 된다. 

우리 대한민국의 군대생활은 잡소리 듣는거보다 그냥 땅이나 파는게 맘은 편하다.

 

도망치는 놈 잡기 정말 힘들다고, 85년도 팀정신때 본부팀을 따라갔다가, 게릴라 전술이 아닌, 

전격전처럼 아군 포병부대에 종심으로 들어갔다가, 잡혀서 개쪽 먹고, 판정 결과 반팀 사살로 나와, 

마지막으로 10분을 통제관이 주어, 잡히면 전원사살, 도망에 성공하면 그걸로 끝나기로 해서 

요이땅하고 우리는 그 무거운 군장에 도망쳤다. 도로 약간 뛰다가 지역대장님이 소리친다.


 "산으로... 산으로..."

 

아침이 되니 온 몸에 긁히고 기스나고 쪼인트 까이고 개차반 지경이었지만, 그렇게 산중을 뛰면서 

도망을 치는데 이건 절대로 잡힐 수 없다는 것이 5분 안에 느껴졌다. 우리는 아무데로나 막 도망치지만

(아무데나는 아니고 고참 상사가 멀리 산들의 그림자를 보고 판단한다. 산 중심을 향해 깊이 들어가는 쪽으로), 

그들은 살짝 갈래길이 나오면 2-5초라도 판단하는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도망치고 잡으려고 릴레이를 벌인 것은 팀정신에서 한번 독수리에서 한번이었다.

 

그러므로 여러 분이 다이아몬드를 달고 계시고 다음에 꼭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면, 게릴라들을 잡을 때 

무조건 따라가면 안된다는 걸 기억해 두시라. 추적하는 자신들의 소음으로 인해서 상대를 못 듣는다. 

그러므로 한동안 옳다는 방향으로 추적을 하다가 항상 잠깐식 멈춰서 도주하는 자의 소음을 경청하고 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잘못된 방향으로 체력소모는 하지 않게 된다. 밤에 소음 저낸 멀리 간다.

 

침투와 대침투에서 철칙은 별거 없다.

 

"침묵은 금이다."

 

"자체소음은 아사다 마오 실버다."

 

"인내심으로 기다려라... 먼저 움직이는 놈이 진 거다."

 

 

가끔은 손톱자르고, 머리카락 잘라 봉투에 넣고, 유서 쓰게 하고, 그리고 정치장교 버금가는 대대장님의 훈시를 듣고 

"자, 얘들아, 애국가 부르자."라고 해서 애국가 부르면 동공 팽창하고 쥐라도 씹어먹을 듯한 마음이 든다.

역시 가장 무서운 무기는 장비가 아니라 어쩌면 그 병사의 정신상태일 수도 있다. (북한군대가 무서운 면이기도 하죠?)

그래도 지휘관들은 일정하고 자극적이며 좋은 문구가 들어간 '잇빨'을 보유해야 한다.

 

"나 진급해야 돼. 이번에 잘해...." 보다는

 "내 마누라가 옷 벗으면 뭐하냐고 자꾸 운다."가 훨 강하다.

 

아니면 조금 싯적으로

"그들에게 뚤리는 것은 좋지만, 너희들 자신이 나태해서 내 마음을 뚫지는 마."

가 훨씬 괴벨스틱한 것이라고 본다. 적당한 잇빨은 동기욕구에 상당히 좋다.

 

우리 두번째 중대장님이 그런 거 매우 잘하셨다.

 

전입오자마자 우리 팀 술 진탕 먹고 일병 병장하고도 형동생 먹었다.

그래서 심각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형 좀 이해 해줘라..." 멘트를 했는데

어.... 이 멘트하면 졸라 취한다. "힘든 거 아닌데, 형... 좀 도와줘라."

 

전술종합 나가기 전에 준비해서, 팀 일병의 생일까지 저 먼 산속에서 챙겨주는 세심한 중대장님이기도 했다. 

이 중대장님이 원래 그랬다기 보다는 이 공술부대는 그렇게 사는구나 빨리 간파를 하신 것도 같다. 

대위 달고 부임했는데, 팀원의 1/3은 말도 놓기 힘든 노땅 하사관들에, 어떤 인간이 왔나 주시하는 하사와 병들이 도사리는

2분대 급의 골치아픈 통솔인원을 위한 전술은 보병부대와는 확연히 틀림을 그 중대장님은 금방 알아차리셨다. 좋은 분이셨다. 

거제도인가 출신의 삼사 중대장님이였는데... 

 

 

2일 전에 도착해서. 정찰하면서 하루 지켜보고, 조를 편성해서 책임구역을 주고, 

그 복잡하고 말도 많은 여러가지 수칙 암기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거의 

논산 야간기동시간에 배운 기도비닉을 위한 처리. 해가 지고 위장하면 개판이기 때문에 

해지기 전에 완전하게 신문지 태워 침발러 졸라 위장하고, 마지막으로 불피워 밥해먹고 

담배 한대 빨고, 모닥불 군화발로 완전 조져서 죽이고, 임무지원지점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시계 맞추고 조별로 악수하고 흩어진다.

 

그 전에 부대 안에서 격리지역 활동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외우고 브리핑하고 점검을 받는 것은 정말 지겹고도 지겹다. 

이걸 대대 작전장교나 가끔은 대대장에게 모든 팀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캔슬나면 합격할 때까지 해야 한다. 

깐깐한 분들 만나면 정말 훈련 나가기 전에 진 다 빠진다. 침투 전날 힘겹게 도착해서 실시한 작전은 항상 결과과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수의 부대는 '왜 바뻐 죽겠는데 이런 거 만들어서 우리 힘들게 하냐'고 우리를 별로 반기지 않는다. 

휴가증을 위해서 정말 눈에 불을 켜는 부대보다는 피곤해서 짜증나는 부대도 적지 않게 봤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휘관 빡돌고, 하사관도 도미노로 빡돌고, 존나 쑥덕거리고 끝도 없이 위에서 뭐가 하달되고, 

모든 나이키 사수들이 소총들고 참호에 쳐박히고, 정비병이 총들고 전방주시하고, 그러니 우리가 뭐 반가운 존재가 되겠는가... 

그래도 작전 끝나면 라면은 꼭 준다. 공군은 좀 부유했는지 맥주 몇 박수를 준 적도 있다.

 

(사진) 


앉은 열 맨 왼쪽이 충청도 출신 우리 신병장님. 중간이 부드러운 사투리 쓰던 여수 출신 박병장. 

오른쪽이 다리 부러져 고생하다 나간 강원도 하진부리 출신, 내 통신 조수셨던 유병장님. 

신병장님 머리 바로 위가, 매산리에서 대기병 사역하다 허리 다쳐 두고두고 힘들었던 한병장. 

 

당시는 나이고 딕이고 없었지만, 이 현재 그림에 병분들은 기본 나이가 나보다 두 살이 많았다.

신병장은 아마도 세 살이 많았을 것이다. 살면서 만날 기회 있을지 모르지만, 형이라고 생각한다. 

내 얼굴을 포함한 위 분들은 소금 뿌렸음... 1985년 가을 수원 비행장 같다.

 

 

하여간, 이 신병장님을 포함한 그 휘하의 우리 병 팀원들은 자신들끼리 똘똘 뭉쳤고, 

침투작전을 하면 항상 어려운 곳을 마다하지 않았었다. 지휘관 급과는 문제가 조금 있었지만, 

우리 하사관들은 병 팀원들과 잘 지냈다. 특히 나야 어려서인지 모두 잘 해주었다.

 

20미터를 5시간에 걸쳐 기고 나면 복상사 한 놈처럼 일어서기도 힘들고, 일어서면 머리가 빙빙 돈다. 이른바 

다른 곳을 향해 돌던지기 전법도 구사해봤는데, 영화와는 다르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전술임이 밝혀졌다. 


긴장하기는 서로가 마찬가지. 열심히 군생활 한 사람에게 우리가 충격파를 주느냐, 아니면 우리 중대장 쪼인트 까지느냐의 문제. 

아무리 대대라지만 인원이 워 200명 조금 넘으니 한번 찍히면 대위도 군생활 힘들어진다. 뭐라고 안해도 대대장에게 인정받는 지휘관과

그렇지 못한 지휘관은 차이가 좀 있고... 일단 서럽고, 그 팀도 인정을 못 받는다. 위에서 대대장한테 한 2-3팀만 선발해라...라고 

명령이 떨어지면 그 선이 명확하게 그어진다. 공술부대도 환상 가질 필요 없다.

인간적으로 남들이 보기에는 같은 위장복에 베레모 썼지만, 별에 별 사람 다 있다. 

다만, 어떤 짓을 하건, 성격이라도 좋으면 그래도 생활은 좋은 편. 센 놈, 이상한 놈, 고약한 놈놈놈 다 있다.

 

 

깨지지 않기 위하여.... 먹고 살기 위하여...

 

온갖 편법이 다 동원된다. 특히 독수리 훈련

 

가. 사복 가져가기. 육군복장 위조해서 휴대하기

나. 경찰우의 같은 거나 관공서용 물건으로 위장하기

다. 훈련 끝났다고 구라치고 침투하기

라. 팀에 붙은 타 여단 통제관과 공모하기 (이건 말 못함)

마. 가끔은 방어부대 부대장과 작전 전에 쇼부치기.

바. 애매한 판정에서 서로가 벅벅 우기기

사. 절대 침투 불가능한 지점만 골라야 하는 애환

아. 실작전 시간 어기고 침투하기 (뒤통수치기전법) - 시간을 그렇게 들었다고 우긴다.

자. 양동작전 (대표적인 것이 정문이나 큰 초소에 돌격하고, 그 동안 1-2명이 사각에서 과감하게 뚫는 것)

차. 작전 끝!이라고 구라쳐서 전파시키기

카. 크랙커 곡사포 형식으로 쏘기 (통제관 입장에서는 타격이 된다)

 

이미 전설은 끝났고 요즘 왠만한 목표 뚫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디 특전사 경험한 사람들이 한 둘인가. 어떤 목표에서 작전

끝나고 보면 술취한 예비균들이 오신다. 

"나 00공수 몇 기야..."

"단콜!!" "고생많다. 여기 술 머거라..." "단콜(진짜)!!!"

 

예비균들은 정말 좋은 분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뚧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신다.

일단 이순신 장군의 반대 행동을 하신다.


"나의 위치를 적에게 알려라. 그러면 우리 쪽으로 안 온다..."

 

(그러나 군대식으로 빡센 직장 예비군들은 제외. 포철이나 자동차공장 등)  

 

본인은 1989년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제주도에 한달을 훈련했는데, 그 중 반은 독수리 훈련 준비와 작전이었다. 

한 해안 방공포인가 레이더인가 기지가 있었는데, 한 쪽 면이 완벽한 암벽 절벽이었다. 그때 산악장비로 등반하던 

후배 하사 한 명이 추락해서 척추가 부러졌다. 정말 불쌍한 사건이었다. 직벽에 가까운 암벽에 무월광이었고, 

그날 따라 비까지 왔다. 이건 시킨 사람도 문제가 좀 있었다.  

 

어느 부대 가나 작전계획은 인텔리들이 하고, 맨땅의 헤딩은 개털들이 한다. 

그 국공합작이 잘 되면 한동안 편하고, 안되면 릴리함메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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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빨이란 닉네임 쓰는 조 아무개 중사님 홈에서

- 저번 수요일 예비군 때 모 중요 시설(핵원자로 있음-_-;)이 소리소문도 없이 특전한테 뚫린 기념-_-으로 퍼왔습니다.

(솔직히 대항군 떴다는 거 나중에 동대장한테 듣고 알았음. 대체 어디로 기어들어온거야? 이 서울 한복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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