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온 블룸하우스 버전 영화 맞습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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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손바닥을 보고 타이타닉 생각을 하면 좀 이상한 거겠죠 ㅋㅋ)



 - 바닷가의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자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사실은 자는 척을 하고 있었죠. 남편을 약을 먹여 재운 후 미리 챙겨서 숨겨 놨던 짐들을 꺼내서 탈출하는데... 탈출 준비에 한 세월을 투자하면서 자고 있는 저 남자가 좀 제정신 수준을 넘은 통제광인 것 같다는 느낌을 팍팍 심어줘요. 암튼 그 남편과 보낸 세월의 여파로 이 여자분은 살짝 제정신이 아닙니다. 사방이 무섭고 두려워서 얹혀 사는 집 밖으로 발도 못 내밀 정도이고 별을 스치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그럽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날아온 희소식! 남편이 자살해서 죽어 버렸대요. 그리고 남편의 변호사 겸 친동생이 나타나 '너 유산으로 매달 10만 달러씩 받을겨' 라고 말해줍니다. 기쁨에 파티를 벌이고 행복해하는 주인공입니다만. 당연히도 이 때부터 뭔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합니다...



 - 어렸을 때 열광했던 능력자 중 하나였던 투명인간. 나이를 먹고 나서 이 캐릭터와 이 능력에 별반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이유는 뭐 사람이 철 들고 개념이 생겨서... 가 아니라 너무나도 한계가 분명한 능력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뭐 있으면 아주 편할 상황이 있기도 하겠지만 일단 보이지만 않을 뿐 실체는 그대로 있으니 어디 부딪히지 않게 잘 피해 다녀야 하고 사람 많은 데도 함부로 못 가죠. 발자국도 남고 숨소리도 들릴 거고 기척도 숨길 수가 없구요. 옷을 다 벗어버리지 않으면 능력 발휘가 안 되니 겨울엔 활동도 못 하고. 게다가... 먹은 음식과 체내의 물, 피 같은 부분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금식 후 화장실 다녀오고 활동하지 않으면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똥 때문에 들키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전 금니 때문에 이미 글렀어요.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의 투명인간 설정 한 가지는 꽤 괜찮습니다. 약을 먹고 몸이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첨단 기술로 자체 제작한 수트를 입으면 투명해지거든요. 그 기술 구현의 가능성은 차치하고, 일단 구현되었다고 치면 몸이 투명해지는 것보단 훨씬 말이 되죠. 나쁜 짓도 맘껏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기척과 발소리를 완전히 숨길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납득이 안 되지만 그러지 않으면 이런 영화는 만들 수 없으니 넘어가주는 걸로.



 - 이야기의 설정도 아주 잘 잡았습니다. 사실 투명인간이라는 능력을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일이 뭡니까. 몰래 숨어서 지켜보기. 곧 스토킹 아니겠습니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평범한 인간들을 능가하는 수퍼 파워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 정도가 적절하겠구요. 통제광 사이코패스 스토커 남편에게 괴롭힘당했던 아내... 로 설정을 잡으니 주인공에게 불안한 멘탈 속성을 부여해서 이야기에 긴장감을 줄 수도 있고. 또 주인공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에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구요. 그래서 주인공을 더 불쌍해보이게 만들 수 있고. 덕택에 막판 반격 타이밍에 더 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2020년 헐리웃에 걸맞는 페미니즘 영화가 됩니다. 아니 정말 완벽해요. 이렇게 깔끔하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효과적인 설정은 흔히 보기 힘들죠. ㅋㅋㅋ



 - 런닝 타임이 두 시간이 살짝 넘습니다. 보통 90분 근처에서 노는 경우가 많은 호러 영화 치고는 꽤 긴 편인데, 보다보면 납득이 됩니다. 길긴 하지만 또 따져 보면 낭비되는 시간이 없어요. 처음으로 투명인간이 활동을 시작하는데 30분이나 걸리지만 그동안 주인공과 주변 캐릭터들을 잘 잡아줌과 동시에 긴장감도 유지가 되구요. 주인공이 뭔가 반격 비스무리한 걸 시도하는데에는 그 후로부터 한 시간이 더 걸리지만 사악하고 치밀하게 주인공을 압박하는 투명인간의 섬세한 나쁜 짓들 덕에 심심하지도 않고, 또 주인공이 그렇게 장시간 고생한 덕에 막판 주인공의 반격을 더 열렬하게 응원하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막판 30분간의 본격적인 싸움도 그냥 단순한 쌈박질이 아니라 뭔가 슬쩍슬쩍 반전(충분히 예측 가능하긴 하지만)을 심어 넣으며 질릴 틈 없이 전개되구요.


 한참 보다가 이 참으로 훌륭한 영화를 만든 양반은 누구신가... 하고 확인해보니 '업그레이드'를 만들었던 그 감독이더군요. 것참 장래가 촉망되는 분입니다.



 - 특수 효과는 거의 막판 싸움 파트에서만 사용됩니다. 그 전에도 당연히 나오긴 하지만 그게 되게 소박하게 사용되고, 그마저도 빈도가 적습니다. 폴 버호벤판 '할로우맨'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역시 영리한 선택이죠. 애초에 소재가 투명인간이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뭔가가 있다'는 두려움을 표현하는데 눈에 띄는 특수 효과를 쏟아부을 필요 있나요. 어차피 눈에는 안 보여도 어딘가에 그 놈이 있을 거다! 라는 걸 주인공도 알고 관객들도 알고 모두 알기 때문에 그냥 느릿느릿 빈 공간만 스윽 훑어줘도 긴장감이 생깁니다. 


 게다가 시대가 다르잖아요. 버호벤 버전이 벌써 나온지 20년째인데,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최첨단 특수 효과' 같은 걸 진심으로 신기한 구경거리로 여겼던 시절이고, 헐리웃 블럭버스터 하나가 새로 나올 때마다 '이번엔 어떤 신기한 볼거리가 나올까?' 같은 걸 기대하던 시절이었죠. 그러니 그 영화에서 주인공의 투명함을 자랑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만. 요즘 관객들은 특수 효과 같은 건 부자연스럽고 허접해서 웃기지만 않으면 뭐가 나오든 걍 다 그러려니 하죠. 그러니 무리하지 않고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짜고 장면을 구성한 건 시대에 맞게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블룸하우스 영화거든요. ㅋㅋㅋㅋ 찾아보니 제작비는 고작 700만 달러. 참 대단합니다.

 덧붙여서 글로벌 수입은 1억 3천만 달러가 넘네요. 뭐 블룸하우스에서 아무도 기억못할 망작도 쏟아내긴 하지만, 정말 히트했을 때의 가성비는 세계 최강인 것 같아요. ㅋㅋ



 - 암튼 그래서...

 어디 하나 딱히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재밌게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훌륭한 호러 무비이면서 동시에 꽤 탄탄한 여성주의적 서사를 갖춘 드라마이기도 하구요.

 전반부 내내 무기력하게 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견디기 힘든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참고 엔딩까지 봐 줄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네요.

 덧붙여서 폭력 장면도 레알 15세 관람가 수준을 안 넘어가니 잔혹한 거 싫어하는데 호러는 보고픈 분들에게도 훌륭하죠. ㅋㅋ

 어지간하면 재밌게들 보실 것 같아요.




 + 주인공 역할 배우 캐스팅이 정말 좋아요. 주인공이 혼자서 이야기의 90% 이상은 그냥 혼자 끌어가는 영화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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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 궁상맞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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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확실히 정신은 좀 나간 것 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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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냥 혼자서 다 죽여 버릴 것 같은 모습까지 다 잘 어울리게 잘 소화해냅니다.

 이 분이 '시녀 이야기' 주인공이라는데 웨이브 사용 기간 남은 김에(사실은 2개월차로 접어들었습니다; 더 연장은 안 할 거구요) 그 드라마도 한 번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 탑골 클럽 멤버 회원으로서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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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인간의 시그니처인 이 붕대 간지(...)를 볼 수 없었다는 거죠. ㅋㅋ

 제작진도 그 생각을 했는지 잠깐 나오는 병원 장면에서 주인공이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고 실려가는 환자를 잠깐 쳐다보게 해주더군요.


 +++ 영화 내내 주인공이 하도 완벽하게 몰려 버려서 보는 내내 과연 마지막에 주인공이 저 투명인간 놈은 물리친다 해도 본인의 억울함까지 풀 수가 있을까... 라는 게 궁금했는데요. 뭐 결말은 직접 확인하셔야겠지만 그냥 이 정도면 나름 격한 무리수는 피해간 적절한 마무리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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