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어로 "천연"이라는 말을 쓰잖아요. 오가닉 이런 게 아니고, 사람이 일부러 웃기려고 안하는데도 멍청한 짓을 하면 주변에선 귀엽게 봐주고.. 그런 류의 캐릭터 말이에요. 대표적인 게 드라마에서 덜렁대는 드라마 여주인공 캐릭터? 그럼 남주가 "아, 얘는 나 아니면 안되는구나" 하고 더욱더 좋아하는 'ㅅ';;; 솔직히 이런 캐릭터는 경멸하는 거까진 아니고,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흥, 정도로 생각했는데 글쎄 목요일 아침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침 9시에 회사에서 강의가 있어가지고 8시쯤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9시 5분이 되어서야 겨우 일을 마치고 회의실로 가서 강의를 들었는데 2시간 강의가 끝나자 옆자리 앉은 분이 조심스럽게 너 카디건 거꾸로 입었어, 하고 말해주더라고요. 우왕,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자리에만 앉아있었던 것도 아니고 회의실 안에서 커피 가지러 한번 과일 가지러 한번 움직였는데 엉엉. 더이상 그런 캐릭터 미워하지 않을래요.



2. 한국에선 지금 개봉해서 글 올렸을 때 (2주 전쯤)는 답을 못 들었던 것 같아요. 블로그에서 옮겨온 거라 반말이고요,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불편하신 분은 피해주세요.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 있으면 마음껏 지적해주세요. 실은 영화 시작할 때 두통이 좀 심해서 초반 집중력이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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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오후 파닥거리면서 일하고 있는데 회사님이 영화 상품권을 주셨...주말 선물이야, 하고 상품권이 떨어졌다. 안그래도 주말이면 무슨 샐러리맨 아저씨도 아니고 침대에서 죽은척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싶어서 상영시간 확인한다음 오늘 아침에 꾸역꾸역 극장으로 갔다. 며칠 쌀쌀하다가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진 눈부신 가을날이었다. 상품권을 써야지 했는데 11시55분 상영작은 조조로 치고 50%할인이래서 그냥 돈내고 샀쩌. 극장은 Kips Bay라는 위치 탓인지 나이든 커플을이 아주 많았다. 특히 내 바로 옆(아니 자리도 많은데 한칸 남기고 앉지)에 앉은 할아버지로 불러도 될 아저씨 커플. 굉장히 재미없어하던데 아니 페이스북도 안하시는 분이면 이 영화를 왜 택하셨나요.

이하는 기록 차원의 짧은 감상. 의도하지 않게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 민감한 분은 피해주셔요.

- 전체적으론 화면도 예쁘고,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장면 - 앞부분 마크 주커버그하고 에리카의 긴 대화장면이나 회상과 함께 전개되는 deposition 등 - 도 빨리빨리 넘어가는 편이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구축한 마크 주커버그 캐릭터는 외모도 깜짝 놀랄만큼 닮았고 말투도 꽤 닮은 느낌이다. 지금 궁금해서 NPR의 마크 주커버그 인터뷰를 듣는 중인데 실제 주커버그도 영화속 주인공처럼 다다다다다 하고 말하는구나.

- 역시 NPR 인터뷰를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영화의 기초가 되는 소설 The Accidental Billionaires는 픽션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인물 - 션 파커나 래리 서머스 -과 협의는 하고 그렇게 묘사한 건지 살짝 궁금 (하지만 귀찮아서 찾아보지는 않았어).

- 영화 제목은 소셜네트워크이지만 소셜네트워크 웹사이트 자체에 대한 고찰은 그렇게 심도깊게 다뤄지지 않는다. 친구가 와서 너 그 수업 같이 듣는 아가씨 싱글인지 아닌지 알아, 하고 묻는 상황으로 Facebook status 기능을 추가한다는 설명은 그럴듯하긴 했어.

- 잘 모르겠는 캐릭터는 2년차 어소시에잇 아가씨. 샐러드만 먹고 배 안고파? 하고 주커버그가 묻자 난 다른 거 못먹어, 하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왜?

- 영화 초반부에 주말 오전의 두통이 몰려와서 좀 힘들게 보다가 후반부에선 넋을 잃고 보았다.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몰라도 페이스북의 상업적 성공과 그에 동반한 스캔들은 딱 하나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처음도 끝도 전 여자친구 에리카와의 관계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영화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주인공이 에리카에게 얼마나 집착했는지를 알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럼 상업적 성공인건가 하면 역시 그것도 잘 모르겠고. 그렇게 애매한 너드 천재 캐릭터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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