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웬만하면 듀게에 올라오는 아무 말들도 다 그러려고 합니다.

요즘엔 개인 생활도 피곤하고 해서 따따부따 말하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 지경이라서요.


근데 오늘 새벽에 잠깨서 이것저것 둘러보다보니, 

예전 글의 댓글에 모 유저가 '반페미니즘'을 공언한 바가 있네요.

아무리 속내가 그렇다 해도 게시판에 그 말을 쓰다니요. 

2018년 한국 사회에서는 '볼드모트' 같은 단어 아닌가요?


다른 모 유저가 답한대로 '반민주주의'랑 비슷한 대접을 받을만한 단어인데요. 

자랑스럽게 난 반페미니스트요라고 말하는 건 어찌보면 용감하고 어찌보면 ...


지금 남초 게시판에 여혐 글들을 올리고 맞장구치는 유저들이 미래의 극우가 될 거라 생각하니 식은 땀이.

그 전에 저는 죽겠죠. 나이 들어서. 


2.


자고 있던 사이에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의 인터뷰가 올라왔더군요.

그에 대해 남초커뮤니티는 "그래봤자 달라지는 것 없다"면서 재판부가 잘못 판단했다고 앙앙 거립니다. 

이전에 듀게에도 현직 변호사라고 밝힌 분이 이번 판결이 성추행 사건에서 '유죄추정의 원칙'이라 할만한 경향이 존재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된 적이 있었죠.

어디 남초 커뮤니티에는 또다른 현직 변호사라고 밝힌 분이, 내가 피고 변호사였으면 판결 나왔을 때 책상 뒤집었을 거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도 읽었습니다. 


근데 피해자 인터뷰 읽어보니, 피고(가해자)의 변호사가 재판 진행 중에 사임했다더군요.

그 이후 국선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했는지 아니면 피고 스스로 변호를 했는지는 인터뷰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10개월 정도 재판을 진행했다고 하고, 그 동안에 CCTV 영상과 증언들이 제시되었겠죠.


요즘 사법부가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욕을 먹고 있지만, 대부분의 1심 사건들은 괜찮게 판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소속단체를 대표해 진행하고 있는 소송이 하나 있긴 한데, 재판부가 두 번 바뀌었는데 그 동안 재판부가 엉터리였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전체적인 증거를 종합해서 볼 때,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피고가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해 보입니다.(이 표현 언젠가 꼭 써보고 싶었어요. 객관적인 것 같지만 아무말)


증거가 부족하다고 남초커뮤니티에서 앙앙 대고, 심지어는 CCTV 동영상을 프레임별로 분석하고 윤곽에 빨간 줄 치고 팔과 손목의 각도를 재면서 도저히 그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시간 낭비적인 게시물도 보배드림에 베스트 게시물로 올라와 있습니다. 그 글의 본문에는 이 프레임은 이런저런 주장의 근거로 쓰면 됩니다라는 마치 지령 같은 주문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저기 퍼날라지겠죠. 


그 반면에, 그랩은 0.5초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지하철, 버스, 공공 장소에서 매우 짧은 시간에 그랩 당한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냥 상상해봐도 0.5초만에 가능할 것 같아요. 숙달된 사람이라면 더 짧은 시간에도 가능할 거예요.  

정말 시간 남는 사람이라면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써서, 그 자세에서 그랩이 가능하다는 걸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추행이 인정된 마당에 굳이 그런 시간낭비적 일을 할 사람은 없겠지요. 


CCTV 동영상을 보면 움켜쥔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보여진다고 보구요.

피해자의 증언과 피고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혹은 재판부에 불경하게 대했을 수도) 점 등이 감안되었을 것 같아요.

피고의 변호사가 사임한 상태였으니 제대로 대응이 안 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죠. 


무죄추정의 원칙은 중요하죠. 하지만, 물적 증거가 부족해보이면 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게 무죄추정의 원칙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형사법상 증거의 원칙인 Beyond A Reasonable Doubt 수준의 증거가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무죄추정/유죄추정의 원칙의 문제가 아니지요. 

그리고 재판부가 BARD 이상의 증거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성추행 사건,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그랩 같은 경우는 물적 증거가 있는 경우가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증언에 많이 의존해야 하고,

그 증언의 신빙성을 떠받치기 위한 여러 자료들이 필요하죠.

피해자의 증언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볼만한 자료들이 재판 중에 제출되었을 거라고 보구요,

반면 피고는 신빙성 떨어지게 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CCTV 동영상이라는 물적 증거도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의 차이이죠.


이상한 점은, 피고는 사건이 나고 재판이 진행 중인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배우자한테 알리지 않았다가,

판결이 나자 배우자한테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잘 이해가 안 돼요. 

물론 저랑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많을테고, 

형사 재판의 피고가 되어서도 그 사실을 판결날 때까지 배우자한테 말 안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저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배우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할 것 같은데요.


3. 


저는 안희정 1심 재판도 시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다면 결과가 그렇게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동시에, 곰탕집 사건도 시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면 이 정도 논란은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심재판이 그 원조인 영국에서는 사라지고, 이외의 영미법계 중에서도 몇개 국가에서만 살아 있는 상황에서

배심재판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배심재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종종 배심재판이 판사가 법률심/사실삼을 모두 진행하는 형식보다 나아보일 때가 있습니다. 


4. 


안희정과 브렛 카바너의 공통점.


자기가 성추행 안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부인을 대동하고 언론 앞에 나타난다. 


옛날엔 남편이 바람을 펴도 가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정말 명목일 뿐이지 기저에는 더욱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착취구조가 있죠) 참고 살았던 게 여인네들의 삶이었는데, 

이젠 남편이 성추행을 해도 남편의 출세와 명망을 위해 남편을 변호하고 나서는 게 새로운 삶이 되었나 봅니다. 


두 경우 다 부인들이 '우리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네요. 


5. 


근데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무슨 역할을 하는 사이트인가요?

요즘은 이게 일종의 행위예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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