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를 켜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킬빌 part 1'이 눈에 띄어서 잠깐 재생했다가... 그냥 쭉 봐버렸네요.


시작부터 사람을 확 잡아 끄는 것이 지금 봐도 참 재밌게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아직은 악동소리를 듣던 시절의 타란티노 스타일을 오랜만에 접하니 반갑고 좋은 것도 있었구요. 뭐 이제는 거장대우를 받고 있고 여러모로 더 성숙해지고 깊이 있어졌다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분명히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요즘 타란티노 영화들도 여전히 짓궂긴 하지만 이 시절처럼 팔랑팔랑 경박해 보일 정도로 과장되고 뻔뻔스러운 느낌은 아니죠. 요즘엔 모르겠지만 한 때 절친이었던 로드리게즈 영화 느낌이 날 정도로 현란하게 안무를 짠 액션씬들 같은 것도 그렇구요.

 

최소한 가볍게 낄낄거리고 웃으며 즐기기엔 오히려 타란티노의 요즘 영화들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음악이었네요.


타란티노 영화야 처음부터 늘 선곡 센스 좋고 OST 좋기로 유명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음악을 쓰는 스타일이 요즘과 좀 다릅니다.

이건 타란티노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화판 경향의 차이 같은데, 킬빌이 나오던 이 시절의 영화 음악은 뭔가 좀 음악 자체가 존재감을 뽐내는 경향이 강했죠. 이 영화도 보면 중요한 장면이 시작될 때마다 귀에 팍팍 꽂히는 임팩트 강한 곡 하나가 풀버전으로 흘러 나오는 식의 연출이 많은데 그래서 짤막한 뮤직비디오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최근의 트렌드는 음악이 좀 효과음스럽게 쓰이고, 너무 드러나지 않게 극의 흐름에 조용히 어우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그런 스타일도 세련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또 오랜만에 이런 과시적인 음악 사용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오히려 신선하고 좋더라구요.

특히 위에 올린 저 곡과 저 장면은 정말. ㅋㅋㅋㅋ 웃음이 날 정도의 고색창연 오버액션인데 그게 또 간지가 나고. 뭐 그래서 웃으면서 감탄하고 그랬네요.




그리고...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 심지어 마이클 매드슨까지 정말 말 그대로 '뽀송뽀송'하네요. 마이클 매드슨까지도!!! ㅋㅋㅋㅋ


1편 초반에 나오는 흑인 꼬마애를 주인공으로 킬빌 part3을 만들 수도 있지만 안 만들 수도 있고 뭐 그렇다는 떡밥이 오랜 세월 오락가락했었는데. 이제 타란티노가 공언했던 은퇴 카운트다운이 1밖에 안 남았으니 설마 은퇴작으로 킬빌 3부를 만들진 않겠죠.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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