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일할 맛 안나요.

2019.10.14 10:29

가라 조회 수:989


1.

제가 일하는 공장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나오는데, 이걸 사가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폐기물이 아니라 부산물이라고 합니다.

예전 회장(창업주)이 있을때는, 그 부산물이라는걸 특정 업체가 싹 사갔는데 부산물 가격이 100원이면 그 업체가 40~50원에 사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가지도 않고, 서류상으로만 사서 그걸 다시 팝니다. 그럼 90~100원준 실제 업체들이 저희 공장 부산물 집하장에 와서 가져가는거죠.

사무실 하나에 직원 몇명, 전화, 팩스 몇대 놓고 장사 한거죠.

가격은 시세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계산해보니 연 100억 전후 하겠더군요. 

그 업체가 회장의 뒷주머니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회장 비자금 채워주려고 연 100억 정도를 회사가 손해본거죠. 

이래놓고 매달 경영실적 가지고 난리 치고, 구조조정하고 그랬던거죠.

결국 회사 어려워져서 (경영진의 큰 삽질이 있었음) 회장이 지분 다 포기하고 쫒겨났으니 수십년 회사에 빨대 꽂았던 벌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2.

그렇게 이름도 복잡한 펀드랑 은행, 금융권 등이 주인이 되었다가, 얼마전에 회사가 다른 중견그룹으로 매각되었습니다.


이렇게, 회사 오너가 바뀌고 여러가지 변화가 있어서, 사내 규정과 절차, 지침 등을 손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읽다보면 '왜 이런걸 굳이 문서화된 규정으로 만들어 놨지?' 싶은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윗분에게 '이런 규정이 굳이 필요한가요? 이거 왜 만든거죠?' 라고 물어봅니다.

그럼 윗분이 그 규정이 만들어진 썰을 풀어줍니다.


영업팀장이 대리점에 향응 받으면서 가격 싸게 주다가 걸림

공장영선팀에서 자재 빼돌리다 걸림

해외 수출 하는데 중간 상사에서 리베이트 받아 먹다 걸림

생산팀장이 1급품 재고를 폐기품으로 꾸며서 업자한테 팔아 먹다 걸림

생산관리팀이 수년동안 주기적으로 대리점들에게 향응 받고 생산스케줄 조정해주다가 걸림


뭐.. 회장 부터가 연 100억씩 빼먹고 있었으니, 아랫물들도 기회 있으면 빼먹은 모양입니다.


위에 적은건 실무자, 팀장급이 저지르다가 걸려서 짤리고 예방한다고 온갖 규정을 만든 케이스고..

임원이나 경영진들이 해먹었다고 소문난건 금액이 커서 그런지 도리어 쉬쉬합니다.

모 임원이 10년간 2급품 가격을 특정업체에 몰아서 싸게 주고 리베이트 받은게 몇백억대라더라...

모 임원이 해외 직수출을 상사 통해 나가게 바꾸고 그 담당자를 자기 아들을 박아놨는데, 거기서 세어나간게 몇맥억대라더라..

부사장이 자재 공급업체 바꾸고 리베이트 받아 먹은게 몇백억대라더라..


이건 뭐 몇천만원, 몇억도 아니고 몇백억대... (...)


회사 어려워지고 월 몇십억씩 적자 보고 있었는데, 소문대로 임원들이 5~10년간 빼먹은 돈 규모가 사실이라면 흑자 봤겠더라고요.

이래놓고 회사 어렵다고 구조조정하고, 임금 동결하고, 경영평가회의때 갈구고 그랬단 말이지... 햐, 드런놈들...


지난 십여년간 이 회사에 다니면서 매년, 매월, 매주 회사 어렵다. 최선을 다해라, 이렇게 일해서 버티겠냐, 회사 어려우니 보너스 반납해라, 비용 줄여라 온갖 난리 쳤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일하기 싫어 지네요.



P.S) 펀드랑 은행에서 와서 모든 비용 감시를 한 점령군 양반들은 이런거 못 잡아낸건지, 같이 받아 쳐먹은건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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