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이라고 너무 달리는 것 같은데 이제 슬슬 미뤄뒀던 게임도 해볼까 생각 중이라 이후로는 좀 글을 적당히(?) 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시판 도배에 양해를. ㅋㅋ 



 - 이 글에도 결말 스포일러는 없어요.



 - 스토리를 길게 요약하는 게 무의미한 영화 같습니다. 이정현은 '수남'이라는 이름의 여성이고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지만 어려서부터 남들이 다 말하는 대로 '성실하게 열심히'만 사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주변 여건이 안 좋고 운이 없으면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을 연달아 당하는 모습을 80분동안 보여주다가 5분 정도 폭발한 후 끝내는 영화입니다. 한 마디로 '수남 잔혹사'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겠네요.



 - 보면서 '지구를 지켜라'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과장된 만화 같은 연출이 많다... 라기 보단 그걸로 시작부터 끝까지 가구요. 현실 비판적인 소재를 다루고 현실적으로 전개되면서도 장면장면은 환타지 삘. 

 그러면서 폭력 장면이 꽤 구질구질하면서도 잔혹하게 연출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현실을 바라보는 염세적인 시선도 그렇구요. 살짝 맛이 간 주인공 캐릭터가 자기 인생 만악의 근원을 붙잡아 놓고 어찌저찌 해보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아, 이 얘긴 그만하구요.



 - 거의 이정현의 영화입니다. 말끔하게 영화 잘 만들어 놓은 감독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나긋나긋 사근사근한 말투로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여가며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는 '수남' 캐릭터에 작고 여린 체구와 말간 얼굴의 이정현이 너무 잘 어울려요. 참 답답하면서도 애처로운 느낌에서부터 막판의 맛이 간 모습까지 정말 소화를 잘 해냅니다. 시종일관 수남의 입장에서만 전개되는 이야기이니 팔십여분 내내 이정현만 구경하게 되는데 이렇게 잘 해주니 좋지요.



 - 감독도 자기 할 일을 잘 했어요. 연출이나 시나리오도 크게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괜찮습니다. 불필요한 겉가지를 다 쳐내버리고 핵심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수남에겐 대체 가족이 있는 걸까요 없는 걸까요. 보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ㅋㅋ) 태도도 영화의 우화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렸구요. 맘에 들 수도 있고 안 들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창작자가 자기 의도에 걸맞도록 깔끔하게 만들어낸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 다만 아쉬웠던 점이라면... 이게 결국 블랙 코미디를 의도한 영화인데 웃기지가 않습니다. 사실 전 지구를 지켜라도 이렇게 봤습

 그게 못만들어서 안 웃긴 게 아니라, 상황이 너어어어무 암울하고 암담해서 웃기가 힘들어요. 뭐 애초에 감독의 의도도 웃기기 보다는 이런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괴롭히는 거였겠습니다만.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이렇게 스트레스 쌓이는 영화는 보기 힘들어지네요. 십 년만 젊었어도 웃으면서 봤을 텐데!!! (쿨럭;)



 - 정리하자면.

 여전히 충무로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 원톱 영화이면서 그 원톱의 비중이 엄청 높은 영화인데 그 원톱 이정현이 참 잘 하고 완성도도 괜찮습니다.

 '과장된 만화 스타일의 코믹 잔혹극'에 특별히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상영 시간도 꽤 짧구요.

 뭣보다 결말이... 음. 그러니까 전 맘에 들었습니다. 관객들을 80분간 고문한 보답으로서 이게 적절한가 아닌가에 대해선 이견들이 있겠지만 전 만족했어요.




 - 그리고...

 쌩뚱맞지만 이정현의 얼굴을 보면서 계속 러블리즈 케이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현과 닮은 건 아닌데 이미지가 좀 비슷한 데가 있더라구요. 

 연기쪽으로 갈 사람은 아니지만 만약 연기를 한다면 이런 역할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물론 케이가 이정현만큼 연기를 잘 할리가 없겠지만요. ㅋㅋㅋ



 - 갑자기 이 영화를 왜 보고 싶었을까...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 제가 이정현의 '하피'를 봤죠. 그래서 그랬던 것 같은데, '하피'에 나왔던 명계남이 이 영화에도 나옵니다. 그리고 엊그제 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 나왔던 서영화가 이 영화에도 나와요. 그냥 혼자 재밌어했습니...



 - 생각해보면 결말이 제 맘에 들었던 이유는 그게 정말 철저하게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테니 여기까지만.



 - 이 영화로 배우 이정현에게 호감이 막 치솟아서 검색을 해 보니 다음 영화가 올해 개봉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속편이군요. 동시에 신정원 감독('시실리2km', '차우', '점쟁이들'을 만든 괴작 전문...)의 신작에도 캐스팅 되어 있습니다. 좋습니다!!! B급(정서) 영화의 여신이 되어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81
126003 오! 야동 봐야지! [5] chobo 2013.04.29 20129
126002 [팬질] 그래서 조동익 씨, 장필순 씨가 부부라는 건가요? [16] 샤워실의 바보 2013.08.28 20073
126001 다양한 글쓰기 툴들을 소개합니다. [15] Ostermeier 2011.05.20 19962
126000 외국연예인 글자 문신 [5] 가끔영화 2011.12.11 19885
125999 직소퍼즐 맞추는 방법과 액자에 넣는법 [6] 무비스타 2012.10.26 19764
125998 위대한 탄생 출연자 김혜리 양이 사기꾼이라네요. [17] 잉여공주 2011.01.25 19646
125997 오늘 백진희.... 그리고 다른 배우들도... [5] DJUNA 2011.09.08 19618
125996 [공지] [60만번의 트라이] 시사회 이벤트 DJUNA 2014.08.20 19592
125995 [공지] [아버지의 이메일] 시사회 이벤트입니다. 4월 14일(월) 저녁 8시입니다. DJUNA 2014.04.05 19588
125994 잊어버린 한글파일 비밀번호를 복구할 방법이 있을까요? [8] 일희일비 2017.06.19 19579
125993 미국 작가조합상 시상식 결과 [3] SnY 2019.02.19 19536
125992 듀나의 영화낙서판 회원 여러분께(서울대 조국 교수) [29] 조국 2011.09.14 19506
125991 불쾌지수녀 (자동재생) [12] fan 2010.08.08 19434
125990 사각 턱 여배우 [36] magnolia 2010.08.26 19423
125989 [듀나인] 눈 점막 부분에 생기는 좁쌀만한 물집이 뭔가요? [12] 레사 2011.08.05 19255
125988 동양인으로 분장한 서양배우들 [40] DJUNA 2012.09.09 19247
125987 정명훈 / 레브레히트 <거장신화> [16] 먼산 2014.12.12 19069
125986 여행 갈때 꼭 필요한 어플 모음(2015. 9월 기준) [2] 약속해줘 2015.09.17 19064
125985 [공지] [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 서평 이벤트 (당첨자 발표) [1] DJUNA 2014.08.15 18997
125984 샐러리 잎도 먹는 건가요? [7] mystery tour 2010.11.27 1897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