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안은영 시리즈를 다 봤습니다.
여운이 너무 오래 가네요. Ost를 들으면서 드라마 후반의 쓸쓸했던 분위기에 젖어있습니다.

젤리에 얽힌 사건이나 젤리를 해치우는 과정의 이야기와 컨셉이 강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봤는데 젤리와 싸우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소소해서 또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한바탕 큰 사고를 칠 것 같았던, 젤리로 연결된 커플 학생들 이야기의 결말이 그냥 겨드랑이 털을 매듭짓는 걸로 해결된다든지 하는게요. 일이 확 커지지 않고 밍밍한 듯 마무리 되는 것이 매력있고 재밌었습니다.

드라마를 꽤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시리즈가 5회에서 생각지 않게 확 뭉클해지더라고요. 이전의 귀엽고 유쾌한 분위기와 낙차가 있어서 더 먹먹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5회는 참 좋았어서 다 보고나서 이 회를 나중에 따로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강산은 안은영의 삶의 방향을 바꿔주었고 은영이 행복하기를 바랐던 정말 소중한 친구였는데, 은영이가 가로등 아래에 서있던 죽은 사람이 강산이라는걸 알았을때 얼마나 가슴이 내려앉았을지 생각하면 안타깝더라고요.
"피할 수 없으면 당해야지." 라는 말, 어찌 보면 무력한 말 같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느낌도 들어서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하는 좋았던 메세지였어요.

6회에서 은영이와 인표가 압지석을 여는 시퀀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웠습니다. 장면 내내 흐르는 음악도 정말 아름다웠어요.

장난감 칼에 다시 빛이 들어오는걸 확인한 은영이가 어린 애처럼 주저앉아서 짜증이 섞인 울음을 뱉을때 참 귀엽고 짠하더라구요.
자기 숙명을 깨닫고 받아들이면서도 너무 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미쓰 홍당무 후반부에서 황우슬혜가 공효진을 안자 공효진이 짜증을 내면서 울던 장면의 연기 스타일이 떠올랐어요. ㅋㅋ
전생은 노예였고 전전생은 닭이었다는 얘길 듣고 '그래 그래서 내가 이런가?' 코믹하게 열을 내던 ost곡의 가사도 떠올랐고요. 이경미 감독 특유의 감성이 제대로 느껴졌던 장면이에요.

밤하늘로 거대한 하트 젤리가 날아오르는 화면과 그 위로 흐르던 내레이션도 참 시적이고 아름다웠고, 이경미 감독은 대사를 참 압축적이고 위트 있게 쓰면서도 멋을 안 부려서 좋아요.

인표가 강산이 누구냐고 묻자, "있어요. 죽었어요." 대답하는 은영의 대사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 일상적이고 짧은 말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게..

아무튼 쓸쓸하고도 아름다웠던 시리즈의 후반부를 보고나니 그 여운에서 빠져나오는게 쉽지 않네요.
시즌2도, 이경미 감독님의 차기작도 너무 기다려져요.

P.s 시리즈 중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유머 코드 두 장면이 있습니다.

1. 인표 : 야, 인경아. 너 혹시 승권이 봤니?
미경 : 1반 이승권이요, 6반 오승권이요?
인표 : 야 인경아, 너도 우리반이잖아..

2. 은영이 메켄지 집을 다녀간 뒤에 메켄지 욕조 옆에 '건들이지 말아주세요' 문구가 '건들이지 마라주세요'로 고쳐져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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