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사랑인가, 그외 이것저것

2020.09.29 23:10

겨자 조회 수:1051

1. 그것은 사랑인가 


"사랑이라고? 그런 둘도 없이 소중한 감정에 대해 네가 아는 게 뭐냐, 율릴라? 비천하게 흉내를 내놓고 사랑이라는 말을 더럽히다니!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냐? 사랑하는 사람에게 원하지도 않는 약속을 하도록 강요하는 게 사랑이더냐? 말해보아라 율릴라, 이 중 어느 것이라도 사랑이라 할 수 있느냐?"


"없어요.


율릴라는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로마의 일인자 (콜린 퍼스 맥컬로 지음), 1부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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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웹툰에서 연재하는 '창백한 말'이 거의 끝나갑니다. 여주인공 로즈는 남자 주인공 페터를 죽지 않게 만들어 자기와 영원히 살게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유가 뭐냐면, 자기는 집착을 버리고 신이 될 수 있었고, 열반에 들 수 있었고, 죽음도 가질 수 있었는데 단지 페터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지상에 끌려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째서 고대 로마인조차도 이해할 수 있었던 (혹은 로마인의 입을 빌려 콜린 퍼스 맥컬로가 이해한) 사랑을 로즈는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원하지 않는 불사를 주는 것이 사랑인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안식을 빼앗는 것이 사랑인가요? 추혜연 작가의 '창백한 말' 캐릭터들은 레몬 빼고는 잘 성장하지 않는군요. 


2. 말레피센트 2.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보았습니다. 미쉘 파이퍼가 나옵니다. 이 사람 정말 아름다웠죠. 특히 'dangerous liaison'에서요. 이 작품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장면은 전투장면이 아니고 안젤리나 졸리와 미쉘 파이퍼가 식사하는 장면입니다. 베테랑들 답게 아주 대사를 잘 칩니다. 이 영화의 교훈은 나라를 지키려면 STEM 전공 (이공계), R&D에 투자해야 한다로 보이네요. 과학자 한 명으로 요정 나라를 이기려고 하다니 너무 이공계 대우가 박한 거 아닌가요. 


3. 감자는 치아를 박살내고 


Xiaoying Cuisine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아십니까? 웬 중국인 여성이 요리강습을 하는데,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지 엉망진창으로 영어제목을 답니다. "Potatoes are so fragrant, they tend to smash teeth and taste delicious." (감자가 너무나 향기롭네요. 치아를 박살내고 맛은 좋습니다)라는 식입니다. 링크 


이 분 채널을 보니까 영어권 구독자들이 너무나 재미있어합니다. 엉망진창 구글 번역을 보고 농담을 합니다. "The next time my boss is bullying me, I'll give him some fragrant potatoes" (만일 내 상사가 나를 못살게 구면 향기로운 감자를 대접해야겠는걸) 이라는 식이죠. 아마 이 분이 말하려고 했던 건 - 감자향기 드높아, 입에 착착 붙는구려 - 이겠지요. 이 채널의 즐거움은 댓글에 있는데, 세상에 사람들이 서로 댓글로 기쁘게 해줍니다. 이 여성이 뭐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에 힐링된다는 사람들도 있네요.


4. RBG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법관이 사망해서 슬픕니다. RBG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공적으로 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중 제 눈에 띄는 건 여자가 남자 보증인 없이도 신용카드를 열 수 있고, 은행 계좌를 열 수 있고, 모기지 (집 담보 대출)을 열 수 있는 Equal credit opportunity act를 여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겁니다. 제인 오스틴의 책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듯이, 물적 기반 없이 여성의 독립은 힘듭니다. 


미국의 다음번 대법관 후보로 에이미 코니 바렛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 사람 미국 민주당이 싸워서 이기기 힘든 사람이네요. 가톨릭이고, 임신 기간에 다운 증후군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면서도 낳았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죠. (인디애나 노틀담대학교에서 로스쿨을 다님. 전액장학금) 얼굴을 보면 약간 Southern Bell 스타일.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아이도 많이 낳았고, 입양한 아이까지 일곱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textualist (번역하면 문자주의자?)라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constitution에 없으므로 우리는 판단하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아젠다를 밀어붙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Roe vs Wade은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한다고 연방대법관 법원에서 판결했지만, Roe vs. Wade를 준수하면서 여성의 낙태권을 침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거든요. 낙태하는 여성이 아니고 의사를 처벌해도 되고 (앨라배마에서는 낙태 집도한 의사에게 99년형 징역) 아니면 건강보험에서 낙태를 지원하지 않게끔 할 수도 있죠. 물론 돈이 많다면 어떻게든 낙태할 수 있겠죠. 낙태가 합법인 다른 주에 가서 낙태를 받고 와도 되고 자기 부담으로 낙태를 해도 되고. 하지만 가장 가난하고, 가장 시장에서 팔 게 없는 여자들에게 낙태권 제한은 힘든 일이 될 거예요. 가장 강간을 당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경제적 독립을 필요로 하는 계층이 가난한 여자입니다. 


에이미 바렛의 지명은 젊고 가난한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차상위계층 (혹은 보다 더 세밀하게는 near poor) 전반에게 나쁜 소식이 될 수도 있어요. 오바마 케어를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역시 textualist라면 어떻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 잘 알 거예요. 기존에 질병이 있는 사람을 보험회사가 얼마만큼 차별할 수 있느냐 그 문제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이 두가지가 결합되면 - 낙태 반대와 건강보험 무력화 - 저소득층 젊은 여성 미국인들에게는 앞으로 40년이 힘든 나날이 되지 싶습니다. 


에이미 바렛은 People of praise의 회원이라고 하는데 (뉴욕타임즈) 여기는 남성은 머리 (head)로, 여성은 시녀 (handmaid)로 불리웁니다. 최근 이 단어는 women leader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링크 


5. 시녀 이야기 


훌루에서 '시녀 이야기 (The Handmaid's tale)'을 본 적 있습니까? 저는 1부 1편 도주장면 보다 괴로워서 껐습니다. 한 30년전에 마가렛 애트우드의 작품을 보고 천잰가 하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여성의 과거, 여성의 현재, 여성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출산 장면은 흥겹기 그지없죠. 그러나 그건 누구의 출산인가요? 한 몇년 전부터 미국 출산율이 낮아서 (미국도) 젊고 건강하고 교육받은 이민자를 데려와야한다 이런 기사를 월스트릿저널에서 내더군요. 그때마다 댓글란이 아주 대단합니다. 미국 여자들더러 더 낳으라고 하면 될 거 아니냐. 요즘 여자들이 이기적이라서 아이를 안낳는다. 우리 어머니들은 엄청난 노동을 하고도 예닐곱명씩 낳았다. 


6. 미제레레 


유튜브에서 천상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찾다보니 소년들이 부르는 미제레레가 나오는군요. 1분 40초에 그 환상적인 고음이 나옵니다. 


https://youtu.be/IX1zicNRLmY?list=TLPQMjkwOTIwMjAZd4YMzEcoLw


7. 곧 겨울이 올 텐데 독감 백신은 다들 맞으셨는지요? 올 겨울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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