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긋이

2020.10.29 20:00

은밀한 생 조회 수:775


살면서 가끔 어떤 비슷한 경험을 연달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최근 으응? 하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아이들의 대화를 들었어요. 저만 싱긋하기 아까워서 올립니다.

 

# 붐비는 도심 쇼핑몰 화장실.

 

엄마 : 다 되셨습니까

여자아이 : 아직입니다아

엄마 : 이유는 뭘까요오

여자아이 : 돈까스 양이 많았습니다아

엄마 : 혼자서 끝낼 수 있나요

여자아이 : 물론입니다아

엄마 : (저벅저벅 걸어서 아이가 사용하는 화장실 문을 톡톡 두드린다)

여자아이 : 혹시 사기꾼입니까아?

엄마 : 아닙니다

여자아이 : 정말 아닙니까아?

엄마 : 네 저는 엄마입니다

 

이러고 둘이 재밌게도 놀더군요. 옆 칸에 있던 저도 저는 나무꾼입니다아하고 하마터면 동참할 뻔...

 

#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의 파스타 가게

-대략 8살과 6살쯤으로 보이는 형제가 앉아있는 테이블.

 

: 그거 먹으면 많이 매워

동생 : 맵게 안 생겼어

형 : 맵게 생겼어 먹지 마

동생 : 이거 이름 혹시 알아?

: 할라피뇨 (올 정확한 발음)

동생 : 할리핑ㄴ? 이거 우리나라 꺼 아니지

: 응 이탈리아 꺼 (확신에 찬 목소리)

동생 : 아빤 좋아하시나?

: 아마 그럴걸?

-화장실을 다녀온 아버지가 자리에 앉는다

동생 : 아빠 이거 좋아해?

-손으로 할라피뇨를 집어 들어 보인다

아버지 :

: 아빠 매운 거 못 먹자나

아버지 : 아니? 나 좋아해

동생 : 그럼 나도 먹을래

: 야 너 매운 거 먹으면 설사하잖아

동생 : 궁금해

아버지 : 걍 먹어 맛만 봐 그 정돈 괜찮아

: 아빠!! (한심하단 듯이 한숨) 얘 설사한다니까.

아버지와 동생 : .....

 

결국 그들은 할라피뇨 접시는 저 멀리 밀어놓고 파스타를 맛있게 먹더군요. 저기 할라피뇨는 멕시코 고추야... 하고 싶긴 했는데 그냥 나왔습니다.

 

#조용한 평일의 어느 골목길을 지나 횡단보도

-공기는 맑고 햇빛은 풍만한 오후

 

남자아이 : 엄마 이쪽으로 오세요

-엄마는 횡단보도 신호등만 쳐다보고 있다

남자아이 : 엄마 여기가 그늘이에요 엄마 얼굴 따갑잖아요

-엄마는 말없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신호등이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남자아이가 엄마의 팔짱을 다정하게도 끼더군요. 어제 밤샘 작업의 여파로 일하다 졸려서 잠시 산책하러 나갔다가 순식간에 잠이 확 깨더라고요.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안겨버린 그런 기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6
114047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다크나이트 - 12/3일 용산 아이맥스 재개봉 [1] 분홍돼지 2020.11.25 381
114046 통계 왜곡 사팍 2020.11.25 311
114045 직장 지인이 코로나에 걸렸어요 [2] theforce 2020.11.25 716
114044 [영화바낭] 로보캅!!!! 1편을 봤습니다 [20] 로이배티 2020.11.25 604
114043 내가 만난 용서할 수 없는 정신과 의사2 (복수하고 싶다!!!!) [13] 산호초2010 2020.11.25 947
114042 문제영화 "HOLD-UP", 목수정, 프랑스여자 로어 [2] 사팍 2020.11.25 671
114041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식에 대하여 [18] MELM 2020.11.25 781
114040 여러분이 생각하는 스티븐 킹의 최고작은? [12] MELM 2020.11.25 770
114039 절대 피했으면 하는 정신과 의사 유형(유명 의사와의 충격적인 만남) [13] 산호초2010 2020.11.25 1278
114038 전기밥솥에 대한 영양가 없는 잡담 [6] 해삼너구리 2020.11.25 760
114037 Jery Hewitt 1949-2020 R.I.P. 조성용 2020.11.25 221
114036 아직도 무리하게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사람도 있더군요 [14] 산호초2010 2020.11.25 1323
114035 [영화바낭] 그렇게 유명한 줄 몰랐던 호러 영화, '심령의 공포(=The Entity)를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20.11.25 833
114034 산책, 존경심과 연기력 [1] 여은성 2020.11.25 401
114033 KS 준우승’ 김민재 코치, SK 수석코치로 부임…조인성 코치도 LG行 [5] daviddain 2020.11.24 296
114032 이런저런 잡담들(게임, 아이돌) [1] 메피스토 2020.11.24 351
114031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 밖에 없다. [6] 귀장 2020.11.24 786
114030 [책] 리처드 매시슨 단편선 - 나에게만 보이는 괴물이 비행기 엔진을 뜯고 있다면? [8] eltee 2020.11.24 550
114029 혜민스(님), 자본주의 [13] Sonny 2020.11.24 1276
114028 Ks 6차전 [95] daviddain 2020.11.24 37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