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트의 역사

2022.12.04 21:48

메피스토 조회 수:411

* 이 동네로 이사온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요즘에야 동네 말고 동네 인근에 XX지구 같은게 생겨서 개발이 차근차근 되고 있고, 

이미 개발된 구역들엔 아파트와 상가들이 들어서있지만 그럼에도 '읍' '리'라는 행정단위를 사용하고 있는 동네입죠. 

딱히 영양가 있는 얘긴 아니고 그냥 이런 동네에 있는 마트에 대한 잡담입니다.



* 그러니까 이사올 무렵인 2005~6년, 동네엔 마트가 두 곳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편의점이나 구멍가게 보단 큰, 그렇다고 층을 나눠쓰는 수준의 중형엔 못미치는 소형 마트입죠. 

바로 도로 하나를 마주두고 두 마트가 있었는데, 이사오고 1년쯤 지나자 한 곳이 사라집니다. 그렇게 살아남은...편의상 마트 A.


한 곳이 사라지니 그 마트 A가 거의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금요일-주말같은 시간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사람이 꽤 많이 붐볐습니다. 계산대 세곳은 캐셔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었고 배달 아저씨도 두 분(씩이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얼마 뒤 마트A에서 2~300m 떨어진 곳에 저층 건물이 들어섭니다. 그 자리 1층엔 GS슈퍼마켓이 들어섰어요.

깔끔하고 잘 패키지된 제품을 파는, 브랜드 마트였지만 가격이 꽤 비쌌습니다. 그래서인지 여긴 항상 한산했고, 결국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토마토 마트라는 이름의 마트가 들어서지만 그조차도 3~4년전 망했습니다. 

꽤 넓은 규모의 실내인데, 어찌된 일인지 아직도 몇년째 공실입니다. 


한편 마찬가지로 마트A에서 아래 방향으로 마찬가지로 2~300m쯤 내려가면 대학교가 나오는데, 그 앞에 꽤 넓은 부지에도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딱봐도 중형규모의 마트로 쓸것같은, 눈에 띄는 건물이었고 완공 후 이마트 에브리 데이가 들어서게 됩니다. 

허나 어찌된 일이지 이마트 에브리 데이는 1년이 채 되기전에 철수했어요. 왜 그리 빨리 철수했는지 의문이지만. 

그 자리엔 '진로마트'라는 마트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곳도 1~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지요.

지금은 경기 남부권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아실수도 있는, '마트킹(with 자파킹)'이란 중형 마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2010년이 좀 지나, 이번엔 이제까지 언급된 마트A기준 반대방향으로 다시 3~400m쯤 되는 곳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게 됩니다.

마트계의 공룡, 큰형님, 동네상권의 핵폭탄, 이마트가 들어서게 되죠. 

이마트가 들어선 후 그 앞에 위치한, 마트A 정도 규모의 또다른 마트는 폐점했습니다. 지금은 볼링장이 있지요.


마트A에서 100m정도 위로 올라간 곳에 신축건물이 하나 생겼는데, 거기도 마트가 하나 생겼습니다.

근데 거기도 꽤 비쌌어요. 규모는 마트A의 세배정도였지만, 오픈을 제외하면 생각만큼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 자리도 두번정도 마트가 바뀌었고 지금은 깔끔한 디자인의 또다른 마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번엔 저희집 기준 2km정도 떨어진 곳, 꽤 넓은 부지가 있었는데, 근래에 중형 마트가 들어섰습니다. 

식자재마트 컨셉인데 앞에 꽤 넓은 전용주차장을 둔, 김장철에 사람이 꽤 붐비는 마트입죠. 

의정부에 사시는 이모님은 그곳 물가 생각하면 여기 물가 정말싸다며 놀러오실때마다 아예 장을 보고 가십니다.



* 뭐랄까. 꽤 쓸데없는 TMI가 적혀있는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근래 어떤 사건때문입니다.


마트A 바로 옆에는 상가건물로 치면 두칸? 혹은 세칸 정도 규모의 정육점이 하나 있었어요. 그냥 문자 그대로 정육점이었죠.

근데 (이게 합법인지 뭔지 모르지만)그 정육점에서 얼마전...11월부터 야채도 들여오고, 과일도 들여오고, 생선도 들여와서 같이 팔기 시작했습니다.

'대박세일'이란 커다란 현수막을 가게 정면에 붙여놓고 말이죠. 


마트계의 춘추전국, 난세라고 칭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이 동네에서, 코로나라는 엄혹한 시기를 맞이하여 꿋꿋하게 버티던 마트 A에서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인근에 그렇게 많은 마트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대형마트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이마트가 들어설때조차 마트 A는 전단지 뿌리는걸 제외하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런 마트 A가, 그 정육점에서 현수막을 써붙여 놓자 바로 일주일이 채 되기전 '왕대박 세일'이라는, 심지어 폰트까지 비슷한 현수막을 가게 앞에 붙여놓았더군요.

김장철을 맞이하여 세일도 엄청 많이 때렸고요.


사실 내용자체는 흔하디 흔한 '왕대박 세일'이란 내용이지만, 그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제 입장에선... 

마트 A 사장님의 짜증과 분노, 옆에 정육점 이놈들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더군요. 

지난 세월 숱한 경쟁에 스트레스 받을데로 받으며 참았는데, 정육점 네놈들만큼은 못참겠다는 느낌? 


각박한 세상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요. 뭐 이렇게 걱정해봐야 마트 A 사장님이 돈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벌고 계시겠지만.


주말 밤 끝나는 무렵에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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