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쓴다는 게 너무 길어졌네요. 누가 읽으실 지는 모르겠으나 제 태도도 정리할 겸 써봅니다.


1. 잘못된 행위를 하는 개신교 몇몇이 아닌, 개신교 비판이라는 걸 해도 되냐.

 

개신교 일반, 적어도 한국 개신교 일반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몇 정신나간 사람들이 우연히 개신교인 것이 아니라, 개신교가 그런 사람들을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며,

개신교는 한국 극우 세력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며 그 결과 한국의 제도적 비판 장치의 힘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신교의 주류는 그것을 반성하고 수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드는 쪽으로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신앙인의 눈으로 볼 때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광신'인 행위를 개신교는 가장 신실한 사람으로 자랑스러워하지 않습니까?

개신교가 아닌 다른 군소종교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개신교 분들은 일부의 문제일 뿐 그 종교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나요? 역사적으로 가장 극렬하게 그렇지 않게 행동한 집단이 기독교 아닌가 싶습니다.

 

안 그런 개신교도 있지 않냐 하시지만, 적극적으로 대안적인 개신교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소수이고 (그분들은 오히려 비판을 환영하실 겁니다.)

안 그렇다는 개신교 대부분은 그냥 저런 행동을 하지 않다는 거지, 잘못을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데는 별 관여를 하지 않으면서 조직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무엇보다 비신앙인으로서 제가 화가 나는 건, 그런 개신교가 성장하는 방식이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는 미성년자에게 비과학적이고 편파적인 환경을 친숙하게 하거나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으나 개신교의 방식은 세뇌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에요),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협박과 강권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개신교 일부가 아닌 개신교 자체에 대한 비판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2. 사리에 맞는 비판과 비난은 다르지 않나

 

사회 문제에서 특정 집단의 잘못이 계속되는 것이 일정 임계점을 넘으면 비판과 비난은 당연히 함께 가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극우단체나 조선일보 등을 쓰래기라고 부르는 건 비판이 아닌 비난이지만, 그 비난은 계속되는 비판 공감대로 깔고 하는 비난입니다. 한국 개신교의 해악은 그런 공감대는 형성한 걸로 보입니다. 게다가 주류 개신교는 개신교 외의 타종교와 비신앙인에 대한 비난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나는 개신교가 싫어요. 이 말에 상처를 받는 분도 계시기에, 개신교 혐오를 소수자 혐오에 비교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전자가 비판의 맥락에서의 비난이라는 점, 방어적이거나 대응적인 공격이라는 점, 실제 개선이 필요한 사회제도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 등에서 소수자 혐오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3. 개신교인 개개인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맞나

 

1,2번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것에는 반대합니다. 역사에서 경험적으로 우리는 종교를 타의든 자의든 바꾸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강제로 그것을 바꾸려 하면 항상 더 큰 문제를 겪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즉, 세뇌든 영성이든 뭐든 어떤 종교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그것의 어떤 면이 옳지 않다고 느낀다 하더라도, 거기서 완전히 분리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박멸해야 한다고 믿는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이 믿는 종교에 대해 비난할 수 있되, 종교를 믿고있는 그 사람을 비난하는 건 특정한 맥락에서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일이라고 봅니다.

 

앞서 '개신교' 혐오와 소수자 혐오가 다르다고 썼지만, '개신교인' 혐오와 소수자 혐오는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쩌기 어려운 정체성의 일부분을 갖고 그 사람의 인격 전반을 공격한다는 점입니다. 개신교 혐오가 곧바로 개신교인 혐오로 이어지는 건 지나치게 어려운 일을 개인에게 떠넘겨 생기는 게 아닐까요.

 

 

4. 결론

 

개신교를 비판은 정당하다고 봅니다. 비난과 비아냥 역시 원칙적으로 괜찮다고 봅니다. 표현 수단이 너무 심해서 일반적으로 보기 불편한 것만 아니라면요.

개신교분들은 그런 글을 보면서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만, 계속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한 개신교가 사회에 끼치고 있는 해악과 그 반응이 이렇다는 것을 보시고, 자신의 믿음은은 이런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며 간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와 별 상관 없는 글에서 개개인의 인격을 공격하는 일은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심한 경우에는 그것을 견제하는 데 저도 힘을 보탤 생각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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