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어웨이Away 보았어요

2020.09.24 14:35

노리 조회 수:686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범작과 수작 사이랄까요.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습니다. 가족극과 우주 SF간의 서사 배분이 잘 잡혀 있어요. 느린 진행도 급박한 진행도 아니지만 충분한 몰입감을 주며 전개됩니다. 완급 조절이 괜찮아요. 메인 캐릭터들도 좋구요. 그리고 힐러리 스왱크가 전면에 있지만 찐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거. 비비안 우가 연기한 왕 루 박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처음엔 흔한 동양여자 과학자 스테레오 타입인가 했다가 점점 입체성이 부여되더니 후반부에 가면 가장 존재감이 뚜렷해지는 인물이에요. 또한 극에서 가장 짜릿하고 야릇한 순간을 연출하죠. 비비안 우 연기도 좋고요. 


힐러리 스왱크가 맡은 사령관은 이상적인 사령관은 아니어서 조금은 짜증스럽지만 현실 반영이려니 합니다. 가족과 영영 멀어지는 것이 두려운데다 저 먼 우주로 나가서도 어머니 역할 고민이라니. 우주선 크루와 지구에 있는 가족을 케어하는 것, 어느 쪽도 놓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일-가정 양립의 슈퍼맘 딜레마를 우주선에서 보여주죠. 남자 사령관이라면 이런 고민이 없었겠죠. 보통은 이미 가족과의 관계가 결딴난 상황이거나(그렇게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에게 이해받지 못한 외롭고 상처받은 애처로운 남자가 되고) 혹은 '우주 히어로'로인 것만으로 양육자 역할을 면책받으니까요. 근데 또 비슷한 처지인 닥터 우(비비안 왕)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요. 가정있는 여자들끼리 교감 ㅇㅋ! 하는 씬도 있지만 '난 너랑 다름'하면서 캐릭터의 독자성을 확보하거든요. 그래서 둘이 별로 안친해요ㅋ 밀도있게 그려지는 건 아니지만 교감과 반목을 거듭하는 두 인물의 관계 묘사도 소소한 볼거리입니다. 


지구에 남겨진 가족-특히 아이의 캐릭터와 묘사가 좋아요. 감동용 소품 역할을 넘어서서 양육자가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의 과정이 잘 묘사돼있어요.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캐릭터 간 미묘한 감정선의 묘사도 좋고, 연출도 섬세해요. 우주 유영 연출도 좋았어요. 고증 면에서 보면 무중력 상태에서 울게 되면 눈물이 방울져 공간에 흩날려야 하는데 흐르는 것이 옥의 티라고는 하던데 제가 우주덕까지는 아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는 크게 거슬릴만한 것은 없네요. 단 하나, 저 먼 우주에서도 지구와의 영상통화가 거의 딜레이없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주긴 합니다.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통신에도 제한이 생기긴 하지만요. 


인도, 영국, 중국, 미국, 러시아로 구성된 화성 탐사대간의 알력이 좀더 묘사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이것까지 넣을 틈은 없었겠고, 그래도 깨알같이 묘사되긴 합니다. 중국쪽 리더는 서태후 포스를 풍기며 지상 관제센터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도 유일하게 당당히 모국어를 사용하죠. 현재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도. 한편 다국적 크루들이 위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쓰는 연출도 좋고요. 


못돼먹은 갈등 조장 전용 캐릭터도 없고, 에피소드별 클리프 행어식 구성도 아니어서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제겐 장점이었습니다. 범작은 넘어서는 드라마입니다. '수작'이라기에는 가족극이나 우주SF로서는 무난한만큼 진부한 지점들도 있어서인지 묵직한 한 방이나 여운이 없다는 거. 그래도 최근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드 중엔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시즌 2 나왔으면. 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4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9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421
113633 축구 가십ㅡZenga/호날두/네이마르 daviddain 2020.10.07 283
113632 잡담...(bts와 군대, 파티가 없는 날) [5] 안유미 2020.10.07 750
113631 [넷플릭스바낭] 시간여행물을 빙자한 스파이물 '시간여행자들'을 보고 있어요 [11] 로이배티 2020.10.07 712
113630 코디스밋맥피를 어릴 때 보고 만난다면 가끔영화 2020.10.07 251
113629 <축빠들만> 다시 불붙은 경쟁구도 [10] daviddain 2020.10.06 647
113628 The boys in the band, 1970년작과 넷플릭스작 비교 [4] S.S.S. 2020.10.06 465
113627 <그린랜드>봤습니다-스포일러 [1] 메피스토 2020.10.06 456
113626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다시보고(스포) 예상수 2020.10.06 478
113625 [바낭] 수험생 클릭 금지 - 이번 추석의 승자는...... [2] 스누피커피 2020.10.06 749
113624 한자와 나오키 시즌 2 예상수 2020.10.06 426
113623 Clark Middleton 1957-2020 R.I.P. 조성용 2020.10.06 223
11362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조성용 2020.10.06 553
113621 [넷플릭스바낭] 범죄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머더: 이웃집 살인 사건'을 봤습니다 [25] 로이배티 2020.10.06 1484
113620 잡담...(스웩과 건강관리) 안유미 2020.10.06 387
113619 완전 코미디 좀비 영화를 봤어요 [1] 가끔영화 2020.10.05 459
113618 에어팟 프로를 샀는데, 공간감 패치가 정말 놀랍네요. [6] 하워드휴즈 2020.10.05 1006
113617 Sometimes i feel so sad [4] 예상수 2020.10.05 488
113616 소니가 드디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군요. [10] Lunagazer 2020.10.05 995
113615 [웨이브] 007 스펙터 뒤늦게 보았습니다. [10] 가라 2020.10.05 723
113614 월요병 [5] daviddain 2020.10.05 4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