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테넷 - 뒤로 걷는 사람들'로 하고 싶었지만, 스포일러의 우려가 있어 쓸 수 없었습니다. 흑흑.

천재가 등장하는 창작물이 갖는 역설이 있습니다. 이 슈퍼 굉장한 천재는 그를 창조한 작가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슈퍼 굉장하다는거죠.

테넷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래의 오펜하이머'와 그의 '인버전'에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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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 혹은 그 실체인 인과 개념에 익숙한 장르 관객이라면 벽에서 튀어나온 인버전 탄두가 인버전 탄환으로 변하는 시퀀스에 적잖이 당황했을 겁니다. 놀란은 시작과 함께 터뜨린 논리 폭탄으로 쑥대밭이 된 플롯을 구할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죠.

'미래의 멀린'과 '인버전 마법'이었다면 좀 나았을 것 같습니다만, 그쪽은 장사가 안되니까 어떻게든 좀 더 '과학적인=그럴 듯해 보이는'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는 어른의 사정은 영화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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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뿔테남은 물리학자를 앉혀두고 양자역학 스고이, 천재천재 우쭈쭈를 한 모양이던데.. 음..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건 둘째치고 영화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파탄난 영화를 갖고 뭔 양자역학 타령하며 약을 팔고 있나 싶더군요.

인버전 상태에서 보는 세계는 거꾸로 돌린 필름처럼 묘사되는데, 영화가 주인공과 그 일행의 시점을 쫓기 때문에 그들의 시간이 역행할 때 배경의 다른 배우들은 뒤로 걷거나 뛰어야 했죠.
빨간뿔테남도 그렇고 안팎으로 이래저래 밥벌이의 고단함을 설파하던 김훈을 떠올리게 만든 영화입니다. 그 고단함을 놀란도 피할 수 없었던 거겠지,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니.. 정도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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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은 꽤 좋더군요.

엘리자베스 데비키도 인상적이었는데, 기린이란 동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기린의 보행을 처음 보면 이런 느낌일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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