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인생이 꼬였다는 생각.
지 팔자 지가 꼰다는 말에 백 퍼센트 들어맞는 인생이라는 낭패감.
다시는 물 위로 헤엄쳐오르지도 못하고 영영 이렇게 물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을 것 같은, 물귀신에게 발목 잡혔구나 싶은 무력감.
여기서 나아져봤자 이 나이에 뭐가 더 있겠나 싶은 열패감.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는 이유는 뻔해요.
구직이 지치는 와중에
심지어 명절이 다가오고 있고 어느새 찬바람 불며 한 해가 벌써 이만큼 지났다는 걸 온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바꾸지도 못할 과거로 과거로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진짜 인생이 다 잘못되었구나 싶어요. 입학한지 십년이 넘은 대학은 물론이고 그 전 고등학교 시절의 선택들 마저 후회로 얼룩진다니깐요.

어떤 선택이든 이미 너무 멀리, 많이 지나왔기 때문에 통탄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이렇게 과거를 소환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이건 퇴행도 아니고 그냥 멈추어있구나 하는 자각이 들어서 또 우울해지곤 해요.

훌쩍 여행이라도 가고 싶지만
다음 달에 비싼 시험을 치는지라 마음 편히 떠나지도 못해요.
정신이 이 모양이니 공부는 공부대로 더디지만 떠나더라도 편하게 다 잊고 쉴 수 있는 배포가 없어서 그냥 꾹 참고 책장을 넘겼다가 폰을 들여다봤다가 하는 거지요.

한 십년 뒤에는 오늘 이런 부끄러운 생각을 했던 걸, 이런 글을 여기 이렇게 쓰고 있던 것을 귀엽고 우습게 여기는 순간도 오기는 오겠죠.
하지만 늘 오지 않은 미래는 알 수 없고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이 제일 무거운 법이잖아요.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소리라도 꽥 질러보고 싶지만 소리를 질러 봤자 그 소리를 들을, 들어야만 하는 사람은 결국 또 나 혼자라는 생각에 그냥 꿀꺽 삼켜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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