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무슨 이야기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정말 1도 짐작할 수 없는 불성실한 포스터 이미지 되겠습니다.)



 - 에밀리와 루크라는 젊은 커플이 남의 결혼식에서 자기들끼리 사랑에 불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 장면의 마무리는 남자의 청혼이구요. 여자는 기쁘게 승낙하고 둘은 약혼 관계가 돼요. 그리고 다음 날, 둘은 같은 집에서 일어나 출근 채비를 하고 각각 출근을 해서 같은 직장에서 만납니다. 사내 커플이고, 회사 규칙상 사내 연애가 금지래요. 그리고 그 회사는 살벌하기 그지 없는 헤지펀드... 라고 옮겨 적지만 전 그게 뭔지 잘 모르고 암튼 투자사인 거죠. 엄청난 거액이 한 방에 휙휙 오가고 엄청난 수익, 어마어마한 손해가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곳이네요. 그리고 모든 사원이 다 경쟁자에요. 누군가가 잘리면 나머지는 모두 대놓고 기뻐하고, 라이벌이 실패를 하면 굳이 다가와서 기쁨을 표현해주고 가는 그런 아름다운 직장인 것인데요. 이야기의 첫 날에 바로 간부급 직원 하나가 잘리고, 둘은 풍문을 듣고 루크가 진급할 거라 생각하고 기쁨을 나누지만 다음 날 진급하게되는 건 에밀리였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직장에서의 몰래 연애를 즐기다 약혼까지 해버린 커플입니다만. 영화 장르 특성상 우리가 보게 될 것은 추락 뿐이죠.)



 - ...위와 같은 설정에서 바로 딱 떠오를만한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끌고 나가는 영화입니다. 에밀리는 좀 어색하지만 루크를 믿고 둘이 잘 해보려 하겠죠. 루크도 오우 신경쓰지 마 허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능! 이럴 거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색함이 쌓이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사소한 일들로 오해가 생기고 그러는 와중에 이 둘이 매일 출근하는 곳은 서로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인 전쟁터인 데다가, 이 양반들의 보스가 위대하신 에디 마산님이시거든요. ㅋㅋㅋ 파국은 당연한 일이고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하는 에디 마산님이십니다만. 이런 악역을 맡았을 땐 좀 반칙이라는 생각도 들죠. 워낙 독특하고 압도적인 비주얼 때문에... ㅋㅋ)



 - 그리고 영화는 균형 따윈 집어 치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에밀리의 입장에서 흘러갑니다. 그런데 이 분이 어떤 분이냐면, 흙수저에서 출발해서 죽어라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이에요. 남다른 성실함에다가 빼어난 두뇌와 감각까지 갖춘 수퍼 직원!!! 이고 실제로 성과도 좋았고 우리 에디 마산님께서도 그런 점을 인정해서 빠른 진급을 허락한 거죠. 다만 이 분의 단 하나의 약점은 바로... 모질지 못한 성품에다가 자기 남자 친구를 정말로 사랑하며 계속 그러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영화의 설정상 앞으로 그 남자 친구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불 보듯 뻔하니 결국 에밀리가 하는 일은 영화 내내 제 발로 수렁 속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아주 확실하게 걸어들어가는 거죠. 본격 스트레스 유발성 영화라 하겠습니다. ㅋㅋ


 게다가 딱 봐도 영화 속 에밀리의 세상은 해피 엔딩이란 게 거의 불가능한 환경입니다. 성과 말곤 아무 것도 믿지 않는 몰인정 냉혈한 보스에다가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직장 선배와 동료들은 본인 빼고 싹 다 남자에 하루를 거르지 않고 성희롱성 농담이나 주고 받으며 낄낄거리구요. 그나마 의지가 되어 줬던 남자 친구는 차근차근 흑화되어 가고 있는데 이 직장에선 이 남자 친구의 존재 자체가 에밀리의 약점이란 말입니다. 보는 내내 숨이 콱콱 막히는 기분이에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한 장으로 보는 에밀리 직장의 성별 구성.jpg)



 - 이 영화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는 제가 굳이 설명 안 드려도 이미 다 이해하셨겠지만. 결국 여성 영화입니다. 헤지 펀드 회사 사무실이 내내 배경이고 굉장히 부정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특별히 헤지 펀드 쪽에 대해 뭘 고발하려는 건 아닌 걸로 보이구요. 중요한 건 능력 있고 업무 면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나 성실하고 믿음직한 한 여성이 이 유해한 환경 속에서 남성들에게 온갖 나쁜 일을 당하며 고통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그게 얼마나 숨 막히는지, 얼마나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지, 이런 환경에서 사람이 안 망가지고 버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보여주는 게 목적인 것인데요. 그래서 그걸 영화가 얼마나 잘 해냈냐를 따져 보자면...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구글은 이 영화를 '드라마/에로틱 스릴러'로 분류를 해놨던데요. 혹시라도 후자에 낚여서 보시는 불상사는 없길 빕니다. 전혀 아니에요. 하하.)



 - 일단 감정적, 정서적인 면에서는 정말 잘 해냈다고 느꼈습니다. 아니 정말로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영화에요. ㅋㅋㅋ 결국 이게 시작부터 끝까지 되게 극적인 사건 같은 건 거의 벌어지지 않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장르도 스릴러보단 드라마에 가깝지 않나 싶은데, 보는 동안 느끼게 되는 압박감은 어지간한 장르 스릴러물보다 훨씬 강렬합니다. 사방에 믿을 구석이 하나도 없는 주인공의 처지를 되게 압박스럽게 잘 설정해 놓았고 그걸 잘 써먹으며 배우들 연기도 좋거든요. 이것 자체로는 아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딱 한 가지 흠 잡힐만한 점이라면... 이게 아주 명백하게 처음부터 흑백을 구분지어 놓고 흘러가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그리고 주인공 하나 빼면 다 흑이거든요. 중간 지대가 없어요. 그게 워낙 명백하다 보니 살짝은 극단적,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래서 오히려 이야기의 설득력이 아주 조금은 깎여 나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나 클라이막스를 위해 이야기가 많이 세지는 막판 전개는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디 비할 데 없이 찌질함의 극을 보여주는 이 남자분. 전직이 한 솔로였다는 걸 알고 피식 웃었습니다. 연기 잘 하시나봐요.)



 - 뭐 대충 정리하자면요.

 여성 영화입니다. 개념 덜 잡힌 남자들만 가득한 직장에서 고난과 역경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인생 피곤한 여성이 믿었던 남자 친구에게까지 발목을 잡히면서 정말 암울하고 깜깜하기 그지 없는 상황 속에서 목이 졸리는 모습을 한 시간 오십 분동안 견디셔야 하니 섬세한 분들께선 그 날의 멘탈 헬스(...)를 감안해서 시청 결정을 하시길 바라구요.

 하지만 상당히 잘 만든 영화이고. 그냥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봐도 어지간한 본격 장르물보다 강력한 압박감을 즐길 수 있으니 그런 장르 좋아하는 분들 보기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뭐... 바로 요 전 단락에 적어 놓은 단점이란 게, 단점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 그냥 괜찮았어요. 애초부터 전 이 영화 장르를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봤거든요. 사회 비판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좀 아쉬울 수 있겠지만 사회 비판 소재의 스릴러라고 생각하면 뭐... ㅋㅋㅋ 암튼 그래서 전 재밌게 봤습니다. 추천도 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하구요.




 + 이 영화의 사장님 캐릭터는 피도 눈물도 없고 거만한 데다가 싸가지 없고 아랫 사람들 조롱하길 좋아하는 빌런 그 자체입니다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장면과 이 대사는 프린트해서 직장 방방곡곡에 붙여 놓고 싶어지더군요. ㅋㅋㅋ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름 미덕도 있는 양반입니다. 사람 보는 눈 정확하고, 철저하게 실용적이구요. 뭐 그래봤자 결국 98%는 그냥 나쁜놈이지만요. 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처음엔 멀쩡한 척,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척 했고 그게 진심이 아닌 것도 아니었던 남자 친구 루크입니다만. 서서히 열등감과 자격지심의 늪에 빠져들며 에밀리의 행동을 의심하고, 자꾸만 에밀리의 성공을 깎아 내리려는 태도를 보이며 위험 상태에 접어들구요. 그러다 '나도 성공해서 함께 인정 받아야 해!' 라는 조바심에 에밀리에게 마구 적극 추천했던 투자 아이템이 대폭망을 하면서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고선 그걸 수습하겠다며 에밀리에게 새로운 투자템을 추천하는데, 에밀리가 심사숙고 끝에 그걸 씹고 본인이 찾아낸 아이템에 도박성 승부를 걸어 대성공을 거두게 되는 사건이 쐐기를 박죠. 자신의 존재감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루크는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사장에게 '난 너의 찐팬이다! 그동안 충분히 노력해 왔으니 나를 승진시켜 달라!'며 무릎까지 꿇습니다만. 친구의 부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루크를 채용했을 뿐 루크에겐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진작부터 내리고 있었던 사장은 피식. 하고 비웃으며 그 자리엔 이미 다른 사람을 채용했음을 알려줍니다. 이래서 완전히 멘탈이 나간 루크는 그날 밤 에밀리에게 상처를 주려는 소리들을 마구마구 퍼부은 다음에 잠적해 버리구요.


 그 와중에 에밀리의 눈치 없는 오지랖 엄마는 '아 둘이 약혼했으니 우리가 파티를 해줘야지~' 라며 파티 장소를 잡고 손님들 다 부른 다음에 에밀리에게 통지를 해요. 잠적했으니 당연히 출근도 안 하는 루크를 에밀리가 직장에서 죽어라고 쉴드를 치고 있는데... 며칠 후. 약혼 파티 날의 오전이자 에밀리가 아주아주 중요한 고갱님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와중에 예고도 없이 직장에 나타난 루크는 브리핑 현장으로 쳐들어가 "아 사장님, 이 여자가 나랑 한참 동거하며 사규 어겼던 건 아실랑가~ ㅋㅋㅋㅋ" 라든가. "사장 너같은 놈이 뭐 대단하다고! 내가 내 능력으로 성공해서 니깟 놈이랑 이 회사는 철저히 부숴버리겠어!!!" 라든가... 하는 뻘소리를 날려댄 후 다시 사라집니다. 완전히 멘탈이 무너져내리는 에밀리.

 근데 진짜 사건은 그 날 저녁이었습니다. 결국 엄마에게 설명도 못한 상태로 엄마는 파티를 강행해 버렸고. 루크는 전화 다 씹으면서 안 보이고. 그런데 그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지는데 루크가 파티에 가 있답니다?? 그래서 달려간 에밀리는 루크에게 대체 나에게 왜 이러냐며 화를 내고. 루크는 적반하장 모드를 발동해서 파티에 모인 손님들 앞에서 "왜 니가 상사들에게 몸 팔아서 출세했다는 걸 인정을 못해?? 니가 그럴 실력이 되냐? 내 도움 없음 아무 것도 못 했을 거면서!!!" 라고 고함을 치고는 또 도망을 가요.


 도망가는 루크를 쫓아간 에밀리는 화장실에서 서로 화내며 대화를 나누다가,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 잠깐 마지막 애틋함이 솟아났는지 난데 없이 섹스를 시작하는데(...) 우리 루크님께선 오늘 본인의 상놈 컨셉에 깊이 꽂히셨는지 마구 거칠게 밀어 붙이다가 에밀리에게 고통을 주고요. 황당해서 그만 하자는 에밀리의 말을 씹고 자기 볼 일을 마쳐 버려요. 더욱 더 멘탈이 황량해진 에밀리는 홀로 집에 돌아가 밤새 무슨 생각을 하다가...


 다음 날 출근해서는 에디 마산 사장님에게 "더 이상 한 점의 거짓도 없어야 하겠기에..." 라며 사실은 루크가 지난 1년간 자길 스토킹 해왔으며 망상에 빠져 나를 자기 애인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성추행도 당했고 어쨌고 힘들었다... 라고 거짓 해명을 합니다. 사장님은 잠시 고민하다 "살면서 똥 밟을 순 있는데 다신 그걸 직장에 묻혀 오지 마라"며 넘어가구요.

 그러고 귀가를 해보니 같이 살던 집에 루크와 먼저 와서 짐을 싸놓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수줍은 미소를 띄고 "이거랑 저거는 내가 산 거니까 가져가겠지만 나머진 너 다 가져라. 내가 주인에게 얘기 해 놨으니 니가 원하면 더 살아도 된다." 라고 선심을 쓰듯 이야기하고. 또 "난 비행기 타고 어디로 가서 형이랑 무슨 사업을 할 거다. 아무래도 성공하려면 직원으로 발버둥 치는 것보단..." 처럼 묻지도 않은 본인 장래 계획만 늘어 놓죠.


 결국 에밀리는 울분에 차서 "넌 왜 나에게 사과하지 않아?" 라고 묻고요. 음? 사과? 음?? 내가 왜??? 이런 식으로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넘기려는 루크를 보고 드디어 인내의 끈이 끊어진 에밀리는 부엌 칼을 집어 들고 루크에게 달려듭니다. 설마 진짜 찌르겠냐... 했는데 살짝 찌르구요. 당황하고 겁 먹은 루크에게 직접 반성문을 한 문장씩 읊어주며 복창을 시키는 에밀리. 복창이 끝날 때쯤엔 루크는 오열을 하고, 오열하는 루크에게 다정하게 이마를 갖다 댄 에밀리는 애틋한 표정으로 루크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럼 이제 꺼져. 넌 이제 나에겐 완전히 끝이야." 라고 쐐기를 박고는 일어납니다. 무심하게 루크를 바라보던 에밀리가 비웃듯 피식 웃는 표정을 짓는 순간 영화는 끝이 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6
124796 듀나인]연남동에 일본 가정식 추천할만한 식당아시나요? [3] 산호초2010 2023.11.21 279
124795 존윅이 킬러 세계의 전설이 된 이유? [3] 돌도끼 2023.11.21 378
124794 버뮤다 삼각지대 [1] 돌도끼 2023.11.21 183
124793 연예계 가쉽잡담 - 아사코 주연배우들 근황 [4] 상수 2023.11.21 394
124792 외제차 빈집털이 catgotmy 2023.11.21 139
124791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3.11.21 505
124790 [웨이브바낭] 참으로 안 적절한 시국에 봐 버렸네요. '피닉스' 잡담입니다 [9] 로이배티 2023.11.20 468
124789 어린왕자 광동어 catgotmy 2023.11.20 99
124788 리그 오브 레전드를 생각하다 상수 2023.11.20 149
124787 이번에 산 책과 읽을 책 잡담입니다. [4] thoma 2023.11.20 277
124786 여성들의 치마바람이 극장 구조를 바꾸었다는 이야기? 돌도끼 2023.11.20 324
124785 듄 음악 돌도끼 2023.11.20 154
124784 에피소드 #64 [4] Lunagazer 2023.11.20 58
124783 프레임드 #619 [4] Lunagazer 2023.11.20 63
124782 승무원 [4] Sonny 2023.11.20 395
124781 한일전 야구 시청률/사우디 야구 진출 조짐 daviddain 2023.11.20 152
124780 Joss Ackland 1928 - 2023 [1] 조성용 2023.11.20 101
124779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11.20 62
124778 [왓챠바낭] 크로넨버그의 연기가 궁금하시다면, '심야의 공포'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1.19 282
124777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할머님 소식 [1] 상수 2023.11.19 37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