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어체로 씁니다. 양해바랍니다)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114996.html



편의점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을 폭행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서 ‘나는 남성연대다.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 고 말했다고 한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5일 “특수상해·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20대 회사원 ㄱ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6일 ㄱ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말을 종합하면 ㄱ씨는 지난 4일 새벽 0시10분께 술에 취한 채 진주시 하대동 한 편의점에서 고른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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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은 다른 사건과 유난히 조응한다. 20대 회사원 김모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가 면허정지를 맞은 사건은 개별적일 수 있다. 같은 날 어떤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을 했는데도 무혐의로 조용히 넘어간다면 두 사건 사이에는 읽지 않을 수 없는 맥락이 생긴다. 왜 같은 음주운전인데 어떤 자의 음주운전은 원칙 외의 용서를 받는가 하는. 김모씨도 나쁜 놈이고 국회의원도 나쁜 놈이라는 단순한 양비론으로는 아무런 의문도 풀리지 않는다. 같은 음주운전에 다른 법적 해석이 적용된다면 그 때 의문은 법과 사회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어떤 20대 남성이 생판 모르는 20대 여자를 폭행했다. 둘이 시비가 붙었다거나 그 남자가 폭력충동을 누르지 못하는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 남자는 또렷한 이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원칙을 적용해 처음 보는 여자를 두들겨팼다. 그 남자가 폭행을 행사한 이유는 '여자가 머리가 짧으면 페미니스트이다'라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아주 평범하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한 개인이겠지만 그가 내세우는 논리만큼은 비범하다. 실제 눈 앞에 있는 여성을, 자신이 때려도 된다고 믿었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허세를 떨고 악플을 도배해도 실제로 사람을 향해 그런 폭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의 조사가 끝나면 또 한번 증명될 것이다. 그는 교육, 직업, 소득 수준, 인간 관계 등 모든 게 다 별 날 게 없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엔번방과 박사방을 운영했던 남자들이 그랬듯이. 그리고 이 사건은 공교롭게도 "핑계고 유아차 자막 논란"이라는 기사들이 유통되던 날에 보도되었다. 두 사건은 과연 독립적인 사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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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건 모두 "하필이면" 페미니스트를 둘러싼 사건들이다. 신남성연대 남성회원의 편의점 여성 직원 폭행 사건은 그 자체로 너무 명확한 안티페미니즘 사건이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물론 남자가 여자를 아무리 많이 죽이고 때리고 강간해도, 그 모든 사건들을 전부 다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그 자기기만은 사이비종교의 레벨이라 함부로 남초 커뮤니티 남성회원님들의 이성을 담보할 순 없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화장실에서 숨어 기다리면서 남자들은 보내고 여자가 나타났을 때 골라 죽였어도 이들은 여자들이 두려워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핑계고 댓글 테러 사건에서도 안티 페미니즘의 결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의 의식구조를 뒤집어서 질문해보자. 유아차라는 단어가 누굴 기분나쁘게 하는 단어도 아니고, 예능에서 출연자의 말을 임의로 다른 자막으로 내보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면 이 남자들은 대체 뭐에 화가 났냐는 거다. 거기엔 두가지가 있다. 유아차라는 단어가 유모차라는 단어에 비해 "성평등"한 단어라는 것. 그리고 방송작가가 여자라는 것. 왜냐하면 평상시 여자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두고 "페미 혐의"를 뒤집어씌운 다음에 이미 답이 정해져있는 사상검증을 신나게 하다가 일자리를 짜르는 등의 막대한 현실적 타격을 입히면서 노는 게 어떤 남자들의 노는 패턴이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의 사용이 부정확하면 거슬리고 말거나, 조금 더 정확한 단어 사용으로 점잖게 권하고 말일이다. 그러나 유아차란 자막에 대해 여자들은 단 한명도 불편해하지 않는데, 오로지 남자들만이 불편해하고 화를 낸다. 오로지 "남자"들만이 그 난리부르스를 친다는 이 성별편향에 대해 이들은 설명을 못한다. 그렇다고 안티 페미니즘을 철저히 숨기지도 못한다. 당장 펨코만 가도 이들이 무슨 의도로 저런 작당을 벌이는지는 수도 없이 많은 고백들이 나열되어있다. 성평등이 페미니즘인 것 같고, 문제 없는 단어여도 그게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하는 거니까 괜히 싫다는 지들 어깃장을 논리적인 척 포장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하는 짓이라는 게 국립국어원까지 가서 "페미들 깝치지 못하게 좀 부탁드립니다"이다. 대체 뭘하자는 건가? 다른 글들을 살펴봐도 그냥 지들 기분 나쁘다고 떼쓰는 거 말고는 아무 논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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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가소롭다. 자신들이 무슨 언어의 전문가이고 국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흉내를 내지만 실질적인 논점은 건드리지 못한다. 유모차를 왜 유아차로 순화하면 안되는지, 사회적 당위를 설명하지 못한다. 국립국어원에 달린 다른 글들도 변죽만 울리는 건 매한가지다.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꿨을 때 생기는 사회적 폐해라든가, 유아차라는 단어의 성평등을 포기할 만큼 유모차란 단어가 가진 유별난 가치라든가, 유아차란 단어가 다른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박탈감을 주는 부작용이라든가, 그런 걸 말할 수 있어야하는데 단 한마디도 그런 건 없다. 유아차란 단어가 얼마나 부정확한지 설명하면 뭐하나. 21세기에는 "유모"란 존재 자체가 이미 거의 없는데? 유아차에는 유아가 탄다. 그런데 유모차를 유모가 끄냐는 말이다. 유모차의 단어가 가진 부정확함은 대충 얼버무리는데 유아차는 밑도 끝도 없이 정확해져야 한댄다. 대체 뭔 개소리들인지.


이들의 이런 "논리"는 정말 짜증이 난다. (내 블로그에 찾아온 어떤 얼간이도 계속 '유모'란 단어가 왜 어머니를 가리키는 게 아니고 유모를 가리키는지 사전적 의미만 설명해댈려고 애를 썼다. 그러니까 그 유모들이 지금 있냐고?) 언어의 정확성을 따지려면, 언어가 현실과 어떻게 연계되어있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 아닌가? 이 부분에서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죄다 실패한다. 논리가 무슨 언어적인 법칙으로만 뚝 이뤄지는 건 줄 안다. 그래서 현실을 모르는 채로 계속 뭔가를 설명해대려고 달려든다. 어떤 논리를 논리로 성립시키는데 제일 중요한 '사회성'이 아예 결여되어있다. 그래서 대화 자체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질 않는다. 이들은 자기들이 뭔가 대단히 논리적이고 언어학적으로 예리한 감각을 가진 것처럼 구는데 실상은 유모차를 모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유모"란 단어가 현실에서 얼마나 부정확한지도 체감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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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거의 있지도 않은 "유모"의 존재를 빌미로 유모차란 단어를 주장하는 인간들이 무슨 사상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이야기하나? 이 때다 싶어 성범죄자 정치인을 들먹이는 것도 우습다. 지금 현실세계에서는 미성년자 성매수를 저지른 남자 배우의 말이 남자들 사이에서 신나게 유행을 하고 있고 미성년자 성매수를 저지른 남자가수의 노래는 몇대보컬 어쩌고 하면서 지들끼리 추앙한다. 지들이 얼마나 성범죄자와 거리낌없이 어울리는지, 또 성범죄 이력을 얼마나 문제삼지않는지 이미 사회적으로 다 판명이 난 사태를 지들만 모른다. 그러면서 갑자기 '성범죄자가 제시한 단어는~~'이라면서 떠든다. 이런 지점이 너무나 같잖다. 이런 인간들이 쓴 글을 조회해보면 여자들을 맥락없이 비난하거나 페미니스트들이 싫다면서 발광하는 글들이 꼭 있다. 자기들이 얼마나 정치적 존재이며 얼마나 싸구려 정치를 하는지 (공식기관 홈페이지에 온라인 도박이나 성매매 광고글을 올리면서도 본인들이 뭔가 대단한 열사가 되는 것처럼 착각한다) 는 생각을 못하고, 갑자기 페미니스트의 정치적 입장을 인용해서 헛소리를 한다. 


이따위 사회성으로 자신들이 토론의 대상이라도 된다고 믿는 게 웃기는 지점이다. 이들의 유일한 논리는 "못본척"이다. 유모차란 단어를 우기면서 '유모가 거의 없는 현실'은 못본척한다.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거나 폭행하거나 여자를 사람취급하지 않는 현실도 못본척한다. 백날 페미니스트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남자들이 페미니스트들에게 살해협박을 하고 신상 다 까발려버린다고 하고 수많은 언어폭력을 저지르는 현실은 못본 척 한다. 이제 신남성연대라는 안티페미집단의 남자가, 어떤 여자를 페미니스트냐고 폭행해도 그건 또 못본 척을 할 것이다. 혹은 죽어도 그게 여성의 현실이라는 걸 인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언제나 "NOT ALL MEN"의 세계관이 뿌리박혀있기 때문이다. 모든 남자가 여자에게 위험한 건 아니고, 그런 남자는 지극히 일부이고, 여자들은 딱 일부만 재수없게 그런 폭행이나 살인을 당하는거니 페미니스트들이 모든 남자를 욕하는 건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어떤 개인이 한 집단의 표본이 될 수 있다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인정하지 않으려는) 쌩떼만 쓴다. (그런 남자들이 언제나 "모든 페미니스트"를 일반화하는 발언은 숨쉬듯이 내뱉는 게 웃기는 지점이다)


이들의 논리가 단순히 틀린 것이 아니라 사회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점에서, 나는 피로와 짜증을 느낀다. 또 그것이 온라인이라는 지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비정상적인 권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도 짜증이 난다. 누군가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 방구석에서 유아차란 단어를 쓰지 말라며 화를 내는 이들의 꼬라지가 진짜로 우습다. 한 때 온라인도 엄연히 현실이라고 주장하곤 했으나 오프라인의 세계와 그 연결이 너무나 허약하며 오로지 자기자신의 사고에만 유폐되어 살아가는 이들의 온라인 세계는 진짜로 "가상"이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모든 정치는 누군가 실제로 겪는 고통과 위협을 무지한 인간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라지만, 그 대상에 세상물정 모르는 얼뜨기들을 포함시켜야할지 의문이다. 그들은 늘 온라인에서 논리를 따지려고 하지만 그걸 정확히 판별하고 해독할 '사회성'이라는 자본이 아예 일천하다. 나는 그런 인간들이 그들만의 심연에서 기어나오지 않길 바란다. 무식한데 천하기까지 해서 혐오스러우니까.






@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는데 김현철씨가 "집사람"이라고 말을 했고 자막은 "아내"로 나갔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 자막 순화를 보면서도 어떤 멍청이들이 시비를 걸거라고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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