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른 곳에 먼저 올려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 사상 최고 걸작 중의 한 편이자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는 작품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를 상영해서 추천하고자 한다. (오늘 오후 5시와 1월 26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상영된다.) 나는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 중에 영화 관계자들이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사를 제치고서라도 이 영화를 꼭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듀게 회원분들 중에 <오데트>를 이미 본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여전히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다. 올해 개봉작을 포함해서 국내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중에 단 한 편만 추천할 수 있다면 나는 <오데트>를 추천하겠다. 이 글은 순전히 영업용이므로 사람들이 혹할 정보를 하나 주자면 <오데트>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고 이번에 4K 디지털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개인적으로 역대 베스트 영화 10편 중에 한 편으로 뽑는 작품이기도 하다.(얼마 전에 발표된 영국 영화잡지인 ‘사이트 앤 사운드’ 역대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서도 <오데트>는 비평가 선정 48위, 감독 선정 30위를 차지한 바 있다.) 나는 이 영화를 크리스천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 영화에 무관심한 크리스천들을 보면 속상하고 이 영화가 크리스천들에게 덜 알려진 현실에 대해서는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크리스천들에게 더 의미가 있으며 나는 이 작품이 영화와 신학이 만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데트>는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영화 중의 한 편이기도 하다. 이창동의 <밀양>이 개봉했을 때처럼 <오데트>를 본 크리스천들과 열띤 대화를 꼭 나눠보고 싶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오데트>는 믿음과 기적에 관한 가장 위대한 영화이다.

'오데트'는 덴마크어로 '말씀'이라는 뜻이다. 덴마크의 목사이자 극작가인 카이 뭉크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데트>는 보겐 일가의 신앙의 위기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주로 실내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며 기법적으로는 롱테이크와 느린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찍혀있는 장면들이 많다. 이 영화의 느린 호흡은 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경건함과 초월성을 부여한다. 이 영화의 영상미는 특히 압권인데 섬세한 조명술로 인해 마치 베르메르의 회화를 방불케하는 아름다운 화면이 만들어진다. 

영화 속 한 인물이 '현대 사회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영화는 어느 시점까지 그 말이 진실인 양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의심과 회의 속에서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과 심지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조차 기적을 믿지 않게 되는 지점이 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드레이어는 놀랍게도 우리에게 기적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적은 더욱 경이적으로 다가오고 설득력이 있다. <오데트>는 결국 이 기적을 향해 나아가는 작품이다. 순수한 말씀에 대한 '믿음'이 '기적'을 실현시킨다. 그 기적과 마주하기 위해 우리가 영화의 느린 시간들을 견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사 최고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데트>의 기적 장면은 볼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아무런 특수효과도 없이 기적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 기적이 실제로 믿어진다. 진실로 기적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푹 자고 일어나서 <오데트>에서 기적 장면만을 본 관객일지라도 그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기적 장면 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장 뤽 고다르는 그의 작품인 <영화의 역사(들)>에서 영화사에서 기적을 보여준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과 칼 드레이어밖에 없다고 했었는데 정말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아직 <오데트>를 못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꼭 보시기를 바란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이거 한가지는 단언할 수 있다. <오데트>를 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진귀한 순간 중의 하나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영화 사상 가장 놀랍고 숭고한 순간 중의 하나를 마주하며 정말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국내에도 출간된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에 실려있는 <오데트>에 관한 제프 앤드류의 글(https://naver.me/x0hk2F3N)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데트>가 우리의 종교적 믿음까지 바꾸어놓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최고 수준의 영화예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오데트>의 기적과 대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오데트> 예고편(영국)

https://youtu.be/-uQEPjRog84

<오데트> 예고편(프랑스)

https://youtu.be/kfnDxOG3ljw

<오데트>가 상영되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 기획전 링크

https://www.cinematheque.seoul.kr/bbs/board.php?bo_table=program&wr_id=1048

네이버 지식백과에 실린 <오데트> 해설 링크. 내용이 좋다.

https://naver.me/xtHn0UKU

<오데트>를 본 이충범 목사님의 글을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zeppurple/222635165309

한나래에서 출간된 ’칼 드레이어‘에 <오데트>에 관한 좋은 글이 실려있다.

http://aladin.kr/p/TF83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34
124775 헤어진 애인에 연락하는건.. 예의가 아닌거죠? [27] 퀴트린 2011.04.28 7566
124774 북방계 미인과 남방계 미인 [8] 베이글 2011.03.31 7560
124773 고은태? [24] 자본주의의돼지 2013.03.21 7557
124772 레이첼 맥아담스 레전드 사진 모음 [11] magnolia 2010.06.16 7557
124771 지금 jtbc 9시뉴스 특종이네요 [22] 이게무슨 2014.04.21 7555
124770 짜파게티를 어떻게 끓여드시나요? [32] moonfish 2010.12.13 7555
124769 원더걸스 선예, 결혼하네요. [27] 자본주의의돼지 2012.11.27 7552
124768 직장내에서 도시락 못먹게 하는건 충분히 이해할수 있지 않나요? [38] 아카싱 2013.04.18 7551
124767 카페인 이야기가 나와서 (참고로 더치 커피) [9] 늦달 2010.08.22 7551
124766 sbs 연기대상 [3] 감동 2011.12.31 7549
124765 나얼- 한혜진 결별 [22] 자본주의의돼지 2012.12.21 7548
124764 이지아 홈페이지에서 [28] 가끔영화 2011.05.01 7544
124763 한국을 잘 모르는 알랭 드 보통 [54] 김전일 2015.01.23 7543
124762 설리, 윤아, 크리스탈, 고아라 [14] 아리마 2010.11.06 7543
124761 어떤 예고의 졸업앨범. [14] 자본주의의돼지 2013.02.07 7540
124760 진중권 트위터 해킹당했네요. [12] 유상유념 2013.07.05 7539
124759 왜 고마워 안합니까? [154] 잠자 2012.09.14 7539
124758 지인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35] LH 2012.10.22 7539
124757 이탈리아 이름 예쁘네요 [15] 토토2 2010.06.25 7538
124756 은혁의 매력 [22] 디나 2012.11.10 75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