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8분. 스포일러... 랄 게 있나 싶어서 대충 막 적습니다만. 결말을 디테일하게 적진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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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따위 두렵지 않았던 70년대의 패기 포스터!! 요즘 같음 제작사 미쳤냐고 욕을 먹겠죠. ㅋㅋ)



 - 여학생들 체육 수업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씐나게 즐겁게 배구를 하는 듯 한데, 우물쭈물 자신감 없는 학생에게 결정적인 공이 날아가고, 놓치고, 친구들에게 욕을 먹어요. 그리고 샤워장의 즐거운 학생들 모습이 한참 나오다가 아까 그 자신감 없는 아이를 비추는데, 다들 씻고 나간 후에 혼자 흐뭇하게 샤워를 하다가... 생리를 합니다. 생리가 뭔지 몰랐던 이 고3 학생은 밖으로 뛰쳐나가 '나 좀 살려줘!! 도와줘!!!' 라면서 아무에게나 매달리고. 학생들은 갑자기 뛰쳐 나와 자기한테 피를 묻히는 왕따 기집애(...)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고 놀리다가 정의로운 체육쌤에게 혼이 나죠. 그 중에서도 특히 사악한 빌런 여왕벌 처녀 크리스는 이 일로 프롬 참석 금지까지 먹게 되어 왕따 처녀 캐리에게 앙심을 품고 피의 복수를 계획합니다만...

 ...더 적기가 싫으네요. 어차피 이거 모르실 분이 어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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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은 내향 처녀 캐리와 상냥한 체육쌤의 정겨운 한 때.)



 - 나름 추억의 영화입니다. 제가 국딩 시절에 친척 집에 놀러갔는데, 당시 고딩이던 사촌 누나, 형들이 이 영화 비디오를 빌려와서 틀었어요. 그런데 초장부터 샤워장씬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자꾸 사방에서 화면에 잡히는 여학생의 누드들. 그리고 담당자의 심혈이 느껴지는 가슴과 국부 모자이크가 학생들의 역동적 움직임에 따라 춤을 추고. 결국 누나, 형들이 "야 어린이들 눈 감아!" 라고 하고는 방에서 내보내 버려서 이 영화에 대한 첫 추억은 여기까지입니다. ㅋㅋㅋ 나비처럼 나는 모자이크의 춤. 뭐 그렇구요. (쿨럭;) 먼 훗날 다시 보긴 했는데 뭘로 봤는진 모르겠네요. 아마도 티비 방영으로 본 듯 해요. 여기에 대해선 걍 엄마 무섭다, (피를 뒤집어 쓴) 주인공 무섭다. 이 정도만 흐릿하게 남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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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빌런들. 3년 뒤엔 감독 사모님이 되실 분의 풋풋한 모습이 인상적이구요.)



 - 하지만 제가 또 나름 스티븐 킹의 아주 알량한 팬이라서 책은 몇 번 읽었어요. 지금도 조~기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게 보이구요.

 책과 영화는 당연히 나름 장단점이 있겠죠. 이야기가 담긴 매체의 특성으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그냥 이야기 자체의 차이도 꽤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영화는 굉장히 심플합니다. 지금 다시 보니 이야기가 군더더기가 없고 전개도 빨라요. 캐리는 초장부터 이미 염력을 쓸 수 있고 심지어 거기에 익숙합니다. 엄마에게도 처음 딱 한 번 당하고 나선 바로 반항을 시작하네요. 이야기의 나머지 축을 맡고 있는 크리스와 수 캐릭터는 별다른 설명 없이 거의 급발진 수준으로 행동을 시작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고요. 이에 비해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배경을 자세히 깔고서 나름 차분하게 캐릭터와 그 행동을 발전시켜 나가는 편이었네요.


 그런데 이게 그냥 단순한 급전개가 아닌 것이... 그러다 캐리가 잠시 행복해지는 부분이 있잖습니까. 이 부분에선 갑자기 템포가 느긋해져요. 이걸 이야기상 그렇게 길게 보여줄 필요는 없을 텐데? 싶을 정도로 친절 상냥하게 캐리의 짧은 행복을 묘사하죠. 결정적으로 장면 연출까지 정말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행복이 가득합니다. 끝없이 뱅글뱅글 카메라를 돌리며 캐리와 댄스 파트너의 대화를 들려주는 장면이라든가, 번쩍번쩍 빛나며 모든 걸 뽀샤쉬하게 만들어주는 조명 활용이라든가, 뻑하면 튀어 나오는 슬로우모션! 클로즈업!! 


 그래서 처음엔 아니 뭐 이렇게까지... 하다가 나중엔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그러니까 이게 낙하를 위해 느긋하게 덜컹덜컹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롤러 코스터 같은 거잖아요. "가장 큰 낙차를 위해 한 번 캐리에게 행복을 몰빵해 보이겠습니다!! 데헷" 이라는 사악한 의도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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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뭐 그냥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의 꽁냥씬이 아닙니까. ㅋㅋㅋ 그 와중에 남자분은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블라블라'의 히스 레저랑 넘나 똑같으신...)



 - 그러다 이제 드디어 무대 아래 숨어 있는 빌런 커플이 보이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걸 눈치 챈 수의 그걸 막으려는 노력, 그리고 정말로 선의가 가득하지만 상황 판단을 잘못해서 그런 수를 성공적으로 막아 버리는 체육 선생이 보이고, 양동이가 흔들... 여기서부턴 대략 한 시간여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드팔마의 기교 대잔치가 시작됩니다. 캐리 초능력도 터지고 드팔마 재주도 터지고 강당도 터지고 아주 씐나게 다 터져요. 그러니까 결국 여기까지의 모든 것이 이 장면의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이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 오는 동안엔 가끔 좀 심심하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요. 여기서부터 엔딩까진 그냥 계속 강력하게 내달리더라구요. 시원시원하고 좋았습니다.


 ...근데 사실은 원작 소설에 비해 마지막 캐리의 복수와 분노가 많이 축소된 건 좀 아쉬웠어요. 원작에선 그냥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죠. 화끈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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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퍼 로리님의 인생 캐릭터, 인생 연기를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죠. 저 해맑으신 미소가 참...)



 - 시시 스파이섹의 캐스팅은 정말 완벽한 한 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냥 딱 봐도 예쁘지만 또 안 예쁘다고 우겨도 될 것 같은 오묘한 외모(...)에다가. 내향적이면서 좀 깝깝해 보이는 인상도 있구요. 프롬 차림을 하고 나타날 땐 정말로 강당에서 가장 예쁜 학생처럼 보이는 데다가 피를 뒤집어 쓰고 폭주 모드가 된 후엔 그냥 얼굴만 봐도 무서워요. ㅋㅋㅋ 

 파이퍼 로리의 엄마 캐릭터도 역시 무시무시한데요. 지금 다시 보니 살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영화 이후로 수십년간 이런 '지옥에서 온 엄마' 캐릭터가 너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예전에 볼 때보단 좀 덜 무서워 보였달까... 하지만 역시나 파이퍼 로리의 연기는 훌륭했고 또 어쨌든 원조 아니겠습니까. ㅋㅋ


 그 외의 배우들이라면 역시 '드레스드 투 킬'에도 나왔던 낸시 앨런이 먼저 눈에 띄는데요. 그 귀여운 얼굴로 참으로 재수 없는 캐릭터 역할을 잘 해줍니다. 뭐 특별히 칭찬할 구석이 있는 연기까진 아니지만 이 캐릭터 자체가 그런 게 필요 없는 순수 악인지라 괜찮았구요. 다만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 본 정보에서 '그냥 웃기는 악역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연기했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본인 후기를 보니까 웃음이... 감독님이 사기를 치신 걸까요 이 분이 각본을 제대로 안 읽은 걸까요. 하하.

 다음으론 역시나 존 트라볼타! 어렸을 때 처음 볼 때도 이미 '토요일 밤의 열기'를 알고 있었던지라 그냥 응 얘는 유명한 배우네... 하고 봤는데요. 이제는 이게 '토요일 밤의 열기'로 이 분이 스타가 되기 전에 찍은 영화라는 걸 아니까 좀 웃겼습니다. 비록 멍청멍청한 무뇌 빌런 역할이었지만 뭐 1년만 참으면 되니까! 그리고 자알 생겼으니까!! 하면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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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좋게, 해맑게 웃고 있지만 맨날 술 퍼먹고 여자 친구 싸다구 날리고 별별 싸이코 짓을 다 하는 인간 말종입니다... 만 그래도 비주얼이 좀 많이 귀여워서 미스캐스팅 같기도;)



 - 뭐 워낙 유명한 영화니까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지금 다시 보니 옛날에 볼 때처럼 막 처음부터 무시무시하고 긴장되고 그런 건 별로 없었어요. 

 오히려 무서움과는 아주 거리가 먼 왕따 학생 캐리의 드라마가 상당히 하이틴 드라마스런 톤으로 길게 나오는데, 이게 막판 스퍼트를 위한 감정적 빌드업으로서 꽤 잘 먹히게 설계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좋았습니다만. 어쨌든 거의 런닝타임의 2/3 정도는 호러를 안 보여주는 영화라는 거. 그리고 제가 저번과 저저번에 본 드팔마 영화들 대비 테크닉 구경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거.

 그리고 뭣보다 작정하고 내달리는 막판 전개는 지금 봐도 속도감이든 파괴적 쾌감이든 호러의 긴장감이든 딱히 빠지는 것 없이 다 훌륭합니다. 이 정도면 호러 영화사의 레전드 자리 한 구석을 차지할만 하죠. 재밌게 잘 봤어요.




 + 근데 아주 솔직히... 영화가 캐리의 내면을 그렇게 잘 그려낸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ㅋㅋ 분명히 몰입 & 이입을 잘 시키긴 하는데, 그게 캐리가 겪는 일들이 워낙 팔자 사납고 기구하기 때문이지 캐리라는 캐릭터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뭐 애초에 스티븐 킹의 원작도 큰 차이는 없긴 하지만요. 킹 선생 입장에선 여고생들 생각 그려내기가 너무 힘들고 짜증나서 사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죠. ㅋㅋ



 ++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가 캐리의 댄스 파트너 토미였거든요. 제가 보통의 헐리웃 틴에이지 로맨스들에 뇌가 절여져서 그랬는지 금발 백인 미남에 운동부 에이스에다가 잘 나가는 여자 친구까지 있는 녀석이 알고 보면 그럴싸한 시를 쓸만한 로맨티스트 겸 문학 러버에 캐리 같은 아이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인간이라는 게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죄송해요 미국 고딩 운동부 여러분!



 +++ 이 글을 적고 나서야 알았는데, 파이퍼 로리 여사님께서 바로 저번 달에 세상을 뜨셨군요. 검색해보니 역시나 조성용님께서 게시판에 올리셨는데 못 보고 넘겼어요. 뒤늦게나마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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