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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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덜 혐오스런 포스터로 고른 겁니다!!!)



 - 해변가의 꽁냥 연인 커플이 보여요. 닭살 돋게 투닥거리다가 남자가 땔감 구하러 자리를 뜨는데... 애초에 이 풍경이 누군가가 훔쳐 보는 식으로 연출이 되어 있습니다. 그 누군가는 살며시 다가가 여자의 목을 긋고. 잠시 후 땔감 들고 돌아와 애인의 상태를 보고 경악하는 남자의 목도 긋습니다. 타이틀 짜잔~ 하고 뜨구요.

 장면이 바뀌면 뉴욕이구요. 매우 칙칙한 방구석에 매우 칙칙한 행색의 아저씨가 뒹굴거리고 있는데. 방에 온통 마네킨이 놓여 있고 가만히 보면 다들 피가 묻어 있습니다. 네, 이 놈이 범인인 거죠. 그리고 계속 혼잣말로 뭐라 중얼중얼거리는데 대충 들어 보니 마더 컴플렉스 같은 게 있는 모양이죠. '싸이코' 생각 납니다.


 이후의 내용은 뭐... 스토리랄 게 별로 없습니다. 그냥 이 싸이코 연쇄 살인마가 계속해서 여자들 죽이고 다니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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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마님의 아늑한 보금자리 풍경입니다. 옆에 있는 건 마네킨이니 놀라지 마시구요...)



 -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는 아닙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구요. 그래도 나중에 일라이저 우드가 나오는 버전으로 리메이크도 되고 그랬죠. 매니아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는 걸 대충 짐작할 수 있겠구요.

 

 극단적인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냥 딱 봐도 그래요. 때깔이고 뭐고 대체로 구립니다. 나오는 배우들도 다 낯선 양반들 뿐인데 나중에 정보를 찾아 보니 제작비가 워낙 모자라서 여성 희생자 캐릭터들은 포르노 배우들까지 섭외해서 머릿 수를 채웠고 남자 캐릭터들 중엔 제작 스탭들도 포함되어 있고 그랬다네요. 그래서 로메로의 친구 톰 새비니도 나옵니다. 나와서 본인 머리를 터뜨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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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입니다. 그 시절 호러 영화판의 특수 효과 제왕 톰 새비니 아저씨. 잘 생기셨네요. ㅋㅋ)



 - 스토리 측면에서 봐도 이걸 잘 썼다고 칭찬해주기엔 상당히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런닝타임이 절반 좀 넘게 흘러갈 때까지 줄거리란 게 없습니다. 없어요 그냥. 주인공이 나가서 여자 한 명을 죽여서 머리 가죽을 벗기고. 집에 돌아와서 다중이 놀이를 하며 엄마랑 대화하고. 또 나가서 하나 죽이고. 또 다중이 놀이 하고. 이 패턴을 무덤덤하게 반복을 해요. 그러다 중반 쯤에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후반엔 주인공과 이 여자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그 마저도 결국 그때까지 반복한 패턴을 조금 자세히 반복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희생자에게 이름이 있고 결과가 좀 달라지는 것 뿐이지 특별한 '드라마' 같은 건 역시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선 뭔가 임팩트 있고 설득력 있는 해석 같은 게 주어지느냐? 역시 아닙니다. 끝까지 이 놈은 그냥 도대체 알 수 없는 (걍 어릴 때 엄마에게 학대 당해서 이 모양이 됐나 보다... 정도) 찌질 불쾌한 빌런으로 남구요. 무슨 건질만한 알맹이 같은 건 끝까지 주어지지 않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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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영화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대충 맞습니다.)



 - 그래서 대체 이 영화의 포인트가 뭐냐... 라고 생각해 본다면. 연쇄 살인마 영화인데 연쇄 살인마의 시점과 입장을 따라간다는 겁니다. 같은 컨셉으로 대호평을 받았던 '헨리 : 연쇄 살인자의 초상'이 1986년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이 영화가 대선배님이고 영향도 조금은 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헨리: 블라블라'와 다르게 이 영화는 그렇게 현실적인 분위기를 의도하진 않았어요. 일단 주인공 설정부터 '싸이코' 주인공 흉내를 많이 내고 있구요. 주인공이 살인 후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짓이나 주인공 사는 방 풍경 같은 걸 보면 아르젠토 스타일의 지알로 호러 영화 분위기를 의도한 게 노골적으로 보여요. 무엇 하나 레퍼런스의 수준에는 근접하지 못합니다만... 어쨌든 의도는 선명하다는 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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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젠토 쪽이랑 잘 컨택해서 제작자로 이름도 올리려는 계획이 있었다... 고 하더군요. 네. 결국 안 됐지만요.)



 - 이렇게 때깔도 구리고 연기도 그냥 그렇고 이야기도 별로이고... 그런 영화인데요. 근데 그래서 이게 구린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게 좀 괴상해집니다. 구린데, 분명히 구린데 그게 또 효과적으로 잘 먹혀요. 그럼 구린 게 아닌 거잖아요? ㅋㅋ

 

 극저예산 때문에 영화 때깔이 내내 구립니다만. 애초에 그렇게 때깔 구린 이야기를 의도했기 때문에 그게 적절해집니다. 일반인 기준으로도 결코 미남이라고는 해줄 수 없는 주연 배우님의 비주얼이나, 허접하고 지저분하고 정신 사나워 보이는 주인공 방의 소품들이나 이 이야기의 칙칙함과 우중충함에 버프를 넣어주는 효과가 있구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로케이션도 대단히 적절하게 잘 한 편입니다. 대충 아무 인적 없는 골목길, 새벽이라 사람 하나 없는 지하철역, 등 제작비가 없어서 당국 허가도 안 받고 몰래 찍느라 반강제로 선택되었을 게 뻔한 배경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 주고요.

 뭔가 살짝 모자라 보이는 촬영과 종종 애매해지는 편집 같은 부분도 정신병자의 입장을 따라가는 이야기 컨셉 덕에 '혼란스럽고 기괴한 느낌' 같은 식으로 번역되어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여기에다가 톰 새비니를 불러다 열일을 시켜 나온 다양한 고어씬들의 불쾌함을 결합하면 '뭔진 모르겠고 엄청 우중충하지만 어쨌든 있어 보이는 무언가'가 완성이 됩니다. 연쇄 살인마란 것은 사실 이렇게 한 없이 칙칙하고 찌질하며 불쾌한 덩어리인 것이다... 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면 대성공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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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 '그나마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맡으신 캐롤라인 먼로씨는 사실 그 시절엔 네임드 배우셨습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도 나왔고 '신밧드의 대모험'에도 여주인공 역으로 나오셨고... 암튼 대략 70년대의 섹시 스타로 이름을 날리신 경력이 있다고.)



 - 간단히 정리하자면... 예산 충분히 들여서 실력 있는 스탭들과 능력자 배우들을 기용해서 뽑아내는 매끈한 영화들은 오히려 도달할 수 없는 참말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칙칙함과 불쾌함을 리얼하게 전달해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계속 '가난한 게 장점이에요'라는 식으로만 얘길 하고 있는데, 사실 아주 못 만든 영화도 아니에요. 적어도 남녀 주인공 배우들은 본인 밥값은 하고 있고 특히 제작, 각본, 주연을 맡으면서 이 영화에 올인을 했던 배우 조이 스피넬의 싸이코 연기는 나름 이 장르의 스타 리스트 한 구석에 이름을 올려 줄만한 개성과 존재감이 있습니다. 물론 카리스마 따윈 1도 없이 칙칙 찌질 속성만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 캐릭터라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만(...)

 결국 뭐. 대략 정상적인 느낌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를 선호하는 분들은 그냥 잊어버리셔도 되구요. 대체로 괴작 내지는 뭐가 됐든 강한 인상 한 방을 지닌 B급 영화들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속는 셈치고 재생해 볼만도 한 영화... 정도 되겠습니다. 남에게 추천할 일은 평생 없겠지만, 기대보단 훨씬 괜찮게 봤습니다.




 + 주인공 조이 스피넬씨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출연작 중 유명한 작품들이 '록키', '록키2', '대부', '대부2', '택시 드라이버', '잘 가요, 내 사랑'... 등등인 것인데요. 짐작하시겠지만 큰 역할들은 아닙니다. ㅋㅋ 그래도 21세기 네이버식으로 표현하자면 '천만 배우' 클럽에 넣어주고도 남을 쟁쟁한 필모그래피인 것...

 ...근데 1989년에 경력이 끊겼길래 뭔 일이 있었나 했더니 이 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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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짤을 보니 확 기억이 나요. 늦게나마 명복을 빕니다...



 ++ 제작 과정에 재밌는 얘기가 많습니다. 원래 조이 스피넬과 감독 등이 열심히 일 해서 모든 4만 몇 천 달러로 기획을 시작했는데 이 돈을 주식에 몰빵해놨다가 13만 달러가 되어서 신났다든가. 그러고도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돈 많은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물색했고. 그러다 원래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아내를 캐스팅 할 뻔 했다든가... 예상대로 영화 속 시내 장면들은 싹 다 무허가 게릴라 촬영이었다는군요. 하하.



 +++ 영화 제작 뒷 얘기 중에 가장 재밌는 건 OST에 대한 겁니다. 돈이 없지만 가오는 충분했던 우리 제작진님들께선 OST로 주제가까지 하나 번듯한 걸로 넣고 싶으셨다나봐요. 하지만 당연히도 제작비 문제로 취소가 되었고. 이 영화에 넣을 곡을 만들어 놓고 써먹지 못 했던 작곡가는 몇 년 후에 묵혀뒀던 그 곡을 다른 영화에 파는 데 성공하는데...



 그게 이 곡이었다네요. 하하. 작곡가로선 아주 많이 전화위복이었던 셈이죠.



 ++++ 그래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도입부 설명에 적었듯이 영화 내용의 절반은 그냥 주인공의 반복되는 살인 행각이구요. 보통 여자를 노리고 남자는 그 과정에서 방해될 때만 죽이는 정도. 그리고 한 번 살인을 할 때마다 마네킨을 사다가는 죽인 여자의 머리 가죽을 거기에다 얹어 놓고 집에다 세워 두는 괴상한 취미가 있네요.


 그러다 우연히 공원에서 알게 된 사진 작가 여성을 노리게 되는데요. 이번엔 호감을 느꼈는지 자기 신분을 속이고 접근해서 데이트까지 하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사실 각본이 좀 대충이라 이 여자분이 너무 쉽게 홀라당 넘어가서 웃깁니다. ㅋㅋ) 그러다 우선은 이 분의 사진 모델을 죽이고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을 노리는데... 쌩뚱맞게 자기 엄마 묘로 데리고 가요. 아마도 혼자 있을 때 자꾸만 엄마에게 빙의한 듯이 다중이 놀이를 하던 거랑 연결이 되는 거겠죠. 암튼 거기에서 이제 작가를 죽이려는데, 워낙 정신줄이 오락가락하던 터라 죽이기 직전에 난데 없이 엄마 빙의 놀이를 해버리는 바람에 작가님이 도망을 가버리네요. 그러자 안개가 자욱한 묘지에서 혼자 "어엄므아!!!!" 라고 절규하며 두서 없는 대사를 혼자 주절거리는 게 나름 인상적이었구요.


 어쨌든 작가님에게 입은 부상을 안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는 우리 주인공님인데요. 갑자기 집안에 모아 둔 사람 머리 가죽 얹힌 마네킨들이 가죽의 주인들로 변해서는 주인공을 공격합니다. 비명을 지르며 저항해 보지만 마네킨들은 자비심 없이 주인공을 팔다리를 자르고 배를 가르며 공격하구요. 


 장면이 바뀌면 어제 도망간 작가님이 신고를 했는지 경찰 둘이 출동해서 주인공의 집에 들어갑니다. 온통 피투성이에 피투성이 마네킨들까지 잔뜩 보이니 표정이 썩는 경찰들은 배를 뭔가로 제대로 찔린 채 침대에 누워 꼼짝도 않는 주인공을 보고는 에혀... 하는 표정으로 일단 집을 나가구요. 그 후에 카메라가 쓰러진 주인공을 한참 비추다가... 이 놈이 갑자기 눈을 크게 확 뜨는 모습에서 컷. 되면서 엔딩입니다. 맷집도 좋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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