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에 터진 어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계속 내리막.. 내리막 내리막..상태였어요.
정신적 긴장은 둘째치더라도 기분자체가 완전 뚝 떨어져있어서 제일 중요한 밥도 잘 안 먹히고 수업은 거의 뒷전
아 이대로 내 2010년은 막장으로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마치 누가 나를 놀리는 것처럼, 기분전환이 되는 일들이 어제 오늘 거의 한꺼번에 생겨났습니다.
어떤 부분은 제가 일부러 기분전환을 해보려고 질러버린것도 있고 또 어떤 건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터지구,
그래도 결론적으로 기분은 무척 즐겁네요 ㅎㅎ


1. 벙어리 장갑

 

학교를 가는데 제 또래쯤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목도리, 장갑, 털모자를 내놓고 팔고 있더라구요.
매년 겨울마다 본 광경인데 이상하게 왠지 짠한-_- 마음에 가던 길 멈추고 살펴보다가 난생처음으로 벙어리장갑이라는걸 사봤습니다.
이렇게 귀여운 걸 가져본건 정말 처음이에요. 귀여운건 왠지 감히 접근해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늘 손가락 다섯개 달린장갑만 꼈는데 ㅋㅋㅋ
껴보니 생각보다 두툼하니 많이 따뜻하더라구요. 이런건 바람 숑숑 장난아닐것 같아서 피해온것도 있었는데...

무려 줄 달린 벙어리 장갑이라니... 장갑 너무 귀염돋지 않나요? 혼자 조심스레 껴보고 꺅ㄲㄲㄲㄲ 너무 귀여워 ㄲㄲㄲㄲ 혼자 발광질.
...;;;;; 아무튼 저랑 참 안 어울리지만 장갑 자체는 참 이뻐요. 펄도 약간 섞여 있어서 겨울햇살에 반짝반짝하는데 아 예쁘더라구요.
근데 이걸 끼려면 왠지 완죤 귀여운 패딩을 입어줘야 될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가죽자켓에는 좀 아니잖...아효..그쵸...?

 

남자친구한테 느무 귀엽지! 하면서 사진 전송해줬더니, 니 얼굴 같이 이쁘대요. ㅋㅋㅋㅋ 네 아직 100일도 안됐습니다 그러니깐 이렇죠. 

 


2. 책 선물




남자친구가 우울할땐 뭔가 읽는게 많이 도움이 될거라면서....... 책을 사주더라구요. (....정말 우울해하지말라고 사준건지;;)
책 선물은 정말 오랜만이라..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사서 읽고' 싶었던 책들이었기에 더욱요.

진보집권플랜은 (아마도 의도한것같지만)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없어서 거의 하루만에 읽었고 예상대로 무-난했습니다.
여기 듀나게시판에 올려주신 정치인평 보고 좀 기대하기도 했는데 저는 음 그냥 그 정치인평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조국 교수님은 참... 모자란게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전태일평전은 한장한장 넘기는게 왠지 조심스러워서 아껴읽는 중입니다. 책 읽으면서 답답함과 죄스러움에 눈물난다는것조차도.. 송구할정도에요.
반 정도 남았는데 다 읽기 겁나는 이 느낌이란 대체 뭘까요. 그분의 기일이 얼마 전이었고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분신이 휩쓸고 지나간 후여서일까요.

둘 다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주는 울림의 크기와 무게는 전혀 다르더라구요.


3. 국화꽃 선물



한 3주 전에 전남 함평에 다녀왔었어요. 마침 국화축제를 하고 있어서 가서 아주 잘~ 즐기고 왔답니다. 아주 아름답고 느낌이 넉넉한 곳이더라구요. 너무 좋았어요... ^^

그때 남자친구가 특산물을 사준다는걸;; (아니 국화축제에 와서 해산물을 사가는건 좀..-_-) 주책이라고 뜯어말려서 이 화분으로 타협봤어요.
혹시나 망가질까 하고 버스에서 오는 내내 꼬옥 안고 왔는데...ㅎㅎㅎ

암튼 와서 그날로 물주고 돌보는데.....근데............2주일째 꽃이 안 피는거에요 ㅠ_ㅠ 팔던 아주머니는 금방 핀다고 하셨는데
어째 가면갈수록 시들시들하니 말라 죽는것 같고 잎은 누렇게 뜨고!!!! 물도 잘 주고 창가에 잘 놔뒀는데도요......
허 이게 뭔 일인가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일주일 지나면서부터 밖에 내놓고 키웠어요.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꽃봉오리가 움찔움찔하더니 갑자기 어제오늘 꽃이 팟팟 피네요. ^^
창가로 들어오는 그 알량한 햇빛으로는 성에 안 찼나봐요. 요새는 듬뿍듬뿍 받아서 아주 싱싱하고 노오라니 예뻐요.
매일매일 한 봉오리씩 한 봉오리씩 피는것 같아서 너무 신기해요. 꽃 처음 키워본 사람처럼ㅋㅋㅋ촌티 줄줄
꽃 향기도 진-해요. 조금만 맡아도 화락~ 풍겨요. 향기 진한 꽃 보는것도 진짜 오랜만인거있죠. 문득 봄에 창경궁 갔을때 향기없는 진달래를 보고 쇼킹했던 기억이..-_-;;

비루한 폰카로나마 찍어봤어요. 배경도 안습이고 각도도 안습이지만... 꽃이 입흐니깐... 용서되지 않으시나요.?ㅋㅋㅋㅋ ㅠㅠ




요즘 잠자기전에 요거 보는 게 낙이에요. 음 키우고 나서 개미가 좀 꼬이는것 같아서 쪼끔 슬프지만 괜찮아요. ♡


4. 이 사람이 내게 이정도였나, 싶은 발견.

인간관계에 대한 엄청난 실망을 겪은지 근 한 달... 정말 괴롭고 힘들었더랬어요. 길을 걷다가도 실망감과 분노에 눈물이 터지곤 했어요.
하지만 다른 듀나분들이 위로해주신것처럼.. 시간은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그때의 감정과 기억이 조금은... 옅어져갔어요. 물론 가끔씩 갑자기 생각이 밀려들땐 발작적으로 힘들었지만.
아무튼 조금씩 조금씩 진정이 되어가더라구요. 그리고 또 놀랍게도.... 그 자리를 누군가가 메워주더랍니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이 사람이 내게 이정도였나, 싶을정도로 어제는 정말 긴긴시간 누군가로부터 깊은, 감사한 위로를 받았어요.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깊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마음이.


늘 목요일 밤에는 뒤척이며 잠을 자지 못해 힘들었는데... 어제는 덕분에 깨지 않고 잘 잔거 있죠. 꿈도 꾸지 않고.
앞으로도 잘 잘 수 있을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이제는 정말 잊고, 비울 수 있을것 같아요.


5. 4번 적고 글 저장하려는데........ 아 이거 저를 확실하게 ㅠㅠ 기분 업시키는 소식이 방금 문자로 와버린거 있죠!!!! 졸지에 자랑글로 마무리 하게 되어서 면구스럽지만 ㅠㅠㅠㅠ
장학금 세 곳 신청했었는데........ 모두 됐어요. ㅠㅠㅠㅠㅠㅠ 신청해놓고 까먹고 있을만큼 기대 정말 안했는데......... 역시 돈 관련한건........맘 비우는게 최고인건지 ㅠㅠㅠ
다행히도 졸업하기 전에 겨우겨우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네요. 에고고..


여기까지가 신의 장난질이셨다면, 정말 이쯤에서 괜찮다고 하고 싶을 정도에요.
4,5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제발 오늘 벙어리장갑을 샀을때의 기분, 꽃봉오리 하나 더 핀거 봤을때의 그 설레임,
딱 그정도만이라도 계속 유지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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