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이건 2023년산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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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영화지만 여기 적힌 건 영어구요.)



 - 한 무리의 시청 공무원들이 '컨퍼런스'를 갑니다. 대충 한국에선 '워크샵'이라고 부르면서 어느 한적하고 경치 좋은 숙박 시설에 놀러가서 싱거운 단체 활동 같은 거 하면서 먹고 노는 직장 행사 같은 걸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 인기 없는 시골 소도시인데 대형 쇼핑몰 공사를 확정 지은 후 포상 차원에서 놀러가는 듯 해요.

 우리의 주인공은 '리나'라는 여성으로 근래에 과로로 병가를 냈다가 복직한지 며칠 안 된 사람 같구요. 참으로 고루하고 짜증나는 드립들을 하루 종일 늘어 놓는 리더님과, 쇼핑몰 유치에 공을 세운 느끼하고 건방지며 자기애가 넘치는 남성 동료 둘, 그나마 말 좀 통하는 동료 둘, 그리고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은퇴가 얼마 안 남은 나이 먹은 꼰대 남녀 선배 두어 명 정도... 가 끝이 빤히 보이는 이 컨퍼런스에 함께 합니다.

 그 다음은 뭐... 너무 뻔해서 설명하기도 민망하군요. 상황에 안 어울리게 귀여운 인형 탈을 쓴 누군가가 온갖 장비를 다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충분히 한 후에 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도륙하기 시작합니다.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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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동, 무사안일, 관료주의 전략으로 살인마에 맞서라!!! 라는 내용이었음 재밌었을 텐데요.)



 - 이런 비슷한 류의 영화는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도 손가락만 아플 지경입니다만. 그래도 그런 흔한 장르의 영화답게 나름 차별화 컨셉이 하나 있으니... 바로 '지방 공무원들의 워크샵'이라는 배경입니다. 고루하고 게으르고 자기들끼리도 뜻이 하나도 안 맞는 오합지졸 공무원들이 피칠갑 연쇄 살인마를 만난다. 라는 설정이 재밌어 보였구요. 또 이게 스웨덴 영화니까요. 그 동네 특유의 뚱한 정서가 이런 잔혹 코믹극이랑 잘 어울릴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죠. 그래서 골랐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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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든 집단의 팀워크를 길러 준다는 프로그램들 내용은 다 비슷한가 봐요.)



 - 장점부터 말하자면 참 성실한 장르물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누가 범인이냐!'와는 아주 거리가 먼 그냥 정통 슬래셔에요. 범인의 정체는 시작부터 매우 뻔하구요. 비록 계속해서 탈을 쓰고 나와서 얼굴을 안 보여주긴 하지만 영화는 이 살인마의 정체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 튼튼하고 단호한 살인마가 딱 봐도 액션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어리버리 공무원들을 다양한 아이템들을 활용해서 차례로 토막내는 것이고. 그 방면으로 이 영화는 꽤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특별할 건 없지만, 기본 이상은 분명히 해 주는 슬래셔에요. 그 강도를 생각하면 굳이 '스플래터'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 기분이 들고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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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복면 살인마님... 인데. 굳이 저런 탈을 쓰는 건 좀 웃기죠. 그런데 액션 상황에서 나름 이래저래 잘 써먹습니다.)



 - 또 한 가지 장점이라면 코미디인데요. 네, 설정만 봐도 감이 오듯이 코미디와 호러가 결합된 영화인데. 코미디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론 오피스 코미디입니다. 등장 인물들이 싹 다 직장 동료, 상사, 부하 관계로 엮여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방 공무원'이라는 설정이 여기에 아주 살짝 양념을 끼얹어 주는 역할을 하죠. 딱 봐도 이들 중 대부분은 그다지 일을 잘 할 것 같지 않구요. 열정 같은 건 개뿔도 없구요. 그나마 열정이 있는 사람은 무능하고 멍청하거나 아니면 부도덕하죠. 이런 사람들이 나와서 투닥거리는 걸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구요. 그 와중에 캐릭터들을 귀엽게(?) 잘 뽑은 편입니다. 대놓고 빌런인 몇몇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보다 보면 정 들어요. 덕택에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임에도 긴장감이 조금은 유지되는 편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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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역 배우님이 미쿡에서 활동이 많아서 좀 낯익게 느끼는 분들도 많으실 듯. '더 보이즈', '슬리피 할로우', '덱스터' 등등에 나오셨대요.)



 - 근데... 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일단 그 오피스 코미디 부분이 말이죠. 나름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인데 이게 영화 중반쯤 가면 그냥 샤르륵 녹아 없어져 버리고 술래잡기 슬래셔만 남습니다. 오피스 코미디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유머가 사라지고 영화가 진지해져요. 제가 이런 패턴 안 좋아하거든요. 코미디로 시작했음 어떻게든 이어 가야지 왜 진지해지고 난리. 애시당초 코미디 + 슬래셔의 조합으로 재미를 주려고 만든 설정인데 이렇게 해 버리면... ㅋㅋ


 그리고 이야기 속의 풍자도 많이 약해요. 결국 그 쇼핑몰 기획이 핵심인데, 여기에서 주인공과 '착한 동료'들이 다 완벽하게 결백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우리의 살인마님은 정의를 구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미쳐 날뛰는 싸이코 이상은 아니게 되고. 그러니 메시지도 애매해지고 재미도 애매해지죠. 책임 있는 빌런들만 죽는다고 생각하면 장르에 안 맞게 사람이 너무 안 죽어서 문제. 책임 없는 선인들까지 다 죽여 버린다면 메시지가 어긋나서 문제. 이런 상황인데 끝까지 보고 나면 이 난국을 제대로 풀어낸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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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가장 재수 없는 애. 역할을 맡은 분인데 아주 실감나게 재수 없었습니다. 이 놈만 나오면 짜증이 확... ㅋㅋ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컨셉은 딱 봐도 재미나게 잘 뽑았고, 초반에는 그게 그럭저럭 잘 살아나는 편인데 뒤로 갈수록 그냥 전형적인 슬래셔가 되어 버리는 영화였구요.

 그 슬래셔 부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분명 더 재밌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결과물이 좀 어중간해져 버려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뭐 그래도 착한 공무원들 캐릭터는 쉽게 정 붙일 수 있게 잘 만들어졌고, 북유럽 영화들 특유의 살짝 마가 뜨는 뚱한 개그도 나쁘지 않았구요. 주인공 니나를 연기한 배우님도 매력적이셨어요. 재미가 없었다거나 그냥 못 만들었다거나 그런 험한 말 들을 영화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거 재밌으니 한 번 보라고 추천하기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네요.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 ㅋㅋ




 + 그래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야기가 별 게 없어서 결말만 간단히.


 범인은 쇼핑몰 부지로 선정된 자기 농장 땅을 안 팔고 버티려다가 결국 빌런 공무원들에게 속아서 돈 한 푼 못 받고 농장을 빼앗기자 자살해 버렸던 동네 농부... 의 아들이었습니다.

 사람이 서넛이 죽어나간 후에야 상황을 눈치챈 주인공들은 살아 남기 위해 두뇌 풀가동을 해보지만 애시당초 모래알 팀워크를 자랑하던 사람들이라 그게 잘 될 리가 없구요. 어쩌다가 주인공 니나는 쇼핑몰 사건의 핵심 빌런인 남자 동료와 둘이 도망치는데. 그 와중에 그 빌런 놈이 배신하고 뒷통수를 쳐서 다시 동료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숙소로 돌아와요.


 거기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낮에 체험했던 호수 횡단 짚라인을 타고 도망치자는 아이디어를 내구요. 죽어라 달리는데... 당연히 금방 살인마가 따라 붙어서 니나와 착한 남자 동료 둘만 짚라인을 타는 데 성공하고 나머진 집 안에 숨어요. 근데 우리 용의주도한 살인마님께선 엄청 빨리 달리는 짚라인의 도착점에 죽창을 설치해 놓으셨고... 결국 동료의 희생으로 니나만 살아 남습니다. 그런데 그 지점에 범인이 숨겨둔 핸드폰 상자가 있어서 일단 경찰에 신고는 하는 니나씨.


 그 시각에 남은 착한 공무원들이 농성하던 집에 드디어 살인마가 입장하고. 다들 혼비백산 하지만 그 와중에 노땅 꼰대 할아범 직원이 용기를 내서 범인에게 도전을 하며 노땅 꼰대 할매 직원을 도망시켜 줍니다. 하지만 당연히 금방 두들겨 맞고 떡이 되는데, 숨통이 끊어지려는 순간 오오오오오!!!! 하는 괴상한 기합과 함께 할매가 돌아와서 범인을 공격하고. 둘이 함께 도망치고. 그러다 붙들리고. 그러다 드디어 목이 잘리려는 순간, 먼저 도망쳤던 젊은 뉴비 여직원이 숨어 있다가 나타나 단 칼에 범인의 목을 벱니다.


 그렇게 경찰에 신고한 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던 니나는 먼저 도망치다 죽은 줄 알았던 만악의 근원, 쇼핑몰 기획자의 습격을 받지만, 대충 몸싸움 끝에 오히려 그 진상의 머리 가죽을 잡아 뜯으며(...) 승리. 경찰차와 구급차가 즐비한 숙소 앞마당에서 주인공들이 하나씩 웃으며 차에 실려가는 광경을 마지막으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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