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런 건에 대해 진지하게 쓰지 않기로 했는데요ㅋ 어쨌든 생각은 정리해보고 싶어져서 좀 끄적여봅니다. 어이가 없으면 뭐라도 좀 갈겨서 해소하고 싶잖아요?


핑계고 유튜브에 댓글 테러를 일으킨 남자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를 합니다. "출연자들은 유모차라고 말을 했는데 왜 제작진은 이걸 유아차라고 자막을 내보냈느냐?" 여기에는 대략 두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유아차라는 단어는 문제가 있는가? 출연자의 발언과 다르게 자막을 내는 것은 문제가 있는가? 유아차는 남성을 비하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유모차란 단어가 육아를 여성에게 편중시키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으니 대체어로 제시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한국 예능은 옛날부터 출연진의 발언을 임의적으로 편집해서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제가 전화기를 집에 두고 온 거에요~" 라고 말하면 자막에는 "핸드폰을 두고 온 00"이라고 임의적인 변경을 해왔죠. 유아차란 단어에 대해서도, 임의적인 자막 편집에 대해서도 이 정도의 트집을 잡은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럼 문제없는 행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하는 남자들만 남습니다. 그럼 이 남자들은 왜 갑자기 난리를 피우는지 좀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이들이 꼬투리를 잡는 행위는 너무 비이성적이어서 정확한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저는 이 펨코맨들의 이 난리발광을 "유튜브"라는 환경 자체가 어떤 상관관계는 되지 않았나 보고 있습니다. 만약 티비 방송에서 유모차라고 했는데 유아차라고 자막을 내보냈다면 거기에 이 정도의 반응을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유튜브는 티비 방송에 비해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고 넷상의 여론에도 더 크게 좌지우지 됩니다. 그래서 잘나가던 유튜버들이 안좋은 여론이 돌면 바로 구독자수도 줄어들고 "떡락"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ex>벤쯔) 그러니까 일개 네티즌에 불과한 자신들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들은 이와 같은 댓글 테러를 감행하지 않았나 하는 상관관계를 추측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추측하냐면, 핑계고 댓글 테러 사건의 세번째 장점은 댓글 삭제이기 때문입니다. 펨코맨들은 "자막을 왜 바꿨냐고 묻는 우리들의 댓글을 삭제하냐?"라는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뒤집어말하면 본인들의 댓글은 절대 지울 수 없고 따로 관리해서도 안되는 것으로 이들이 믿어왔다는 것입니다. 펨코나 남초 커뮤니티에서만 안주했다면 자신들의 의견이 커뮤니티 바깥의 현실에서 얼마나 헛소리 취급을 당하는지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들의 의견이 경청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은 위에서 밝혔다시피 변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유튜브에서 이런 식의 댓글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이 네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단 사과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논리가 없는 의견이라해도 어쨌든 잠재적 고객으로서 다른 이성적 고객들과 같은 범주에 포함시켜서 수그리는 방법이죠. 또 하나는 그냥 무시하는 것입니다. 순전히 시장의 관점에서는 이 "먹금"의 대응이 제일 현명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반박은 안하면서 진상들을 고객들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은 해주니까요. 또 하나는 아예 댓글창을 닫는 것입니다. 이것도 많이 쓰는 방법인데 이럴 경우 '대꾸할 말은 없고 욕은 먹기 싫어서 ㅌㅌ했다'는 반응을 얻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핑계고 유튜브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대처를 합니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니들은 틀렸고 들을 가치도 없다,고 골라서 삭제를 한거죠. 아마 펨코맨들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을 겁니다. 자신들이 어떤 유튜버를 "떡상"시키거나 "떡락"시킬 수 있는 존재들인데 이런 우리의 댓글을 감히 지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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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명확하게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본인들의 논리가 옳다거나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했으면 우리들이 이 난리를 안피웠을 거라는, 자신들의 권력을 재공지하는 내용이죠. 그래서 핑계고 제작진에게 일방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자신들의 댓글을 그대로 놔두길 바라고 있죠. 그러니까 펨코맨들은 본인들의 권력을 인정받고 싶은 겁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든, 그에 따라 사과나 해명은 해줘야되는 존재로 취급해달라는 거죠. 자신들이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그리고 본인들의 댓글이 지워져서는 안된다는 권력관계를 계속 드러내고 싶어합니다.


에...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이건 이들의 자의식 과잉입니다. 세상이 무슨 펨코맨들과 여혐 쩔은 남자들로만 이뤄진 건 아니잖아요? 한국의 절반은 여자이고, 상당수 남자는 그래도 여혐 덜하고 최소한 상식선을 구분할 줄은 압니다. 아무리 여혐을 해도 이건 좀 억까다 싶은 남자들도 있단 거죠. 그런데 펨코맨들은 이걸 인지를 못합니다. 자신들의 세상의 표준이고 제일 센 권력을 가졌으니까 일단 자기들한테 사과나 해명을 해야된다고 믿습니다. 이런 의식구조는 한국의 인터넷 세계가 주류인 남초 커뮤니티와 비주류인 여초 커뮤니티로 이뤄졌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걸 쓰면 또 길어지니까 일단 생략하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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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 블로그에 해당상황에 대해 포스팅을 하니까 여지없이 펨코맨들이 몰려와서 반론들을 펼쳤지만 그 논리수준이 너무 처참해서 그냥 신나게 욕설을 박아주고 쫓아냈습니다. 여지없이 제가 진짜 "군필자 남자"인지 캐묻는 질문들이었는데 이런 반응이야말로 남성들이 얼마나 인터넷 세계를 독점하고 있는지 그 환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고 (사실 재미는 없습니다) 할까요. 제일 중요한 질문, 왜 유모차를 유아차로 자막을 바꾸는 것에 이렇게 기분이 나빠하는지 사회적 당위를 물어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합니다. 바꿀 수 없는데 바꾼 것처럼 호들갑만 떠는데 사회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는 전혀 말을 못하는거죠. 그냥 마음에 안든다를 굉장히 길게 풀다가 '너 메갈이냐' '너 페미냐' 수준의 진영논리만 앵무새처럼 떠드는데...  그게 뭐가 나쁘냐고 물으면 왜 그래서 안되는지는 정확히 설명을 못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를 굳이 경험하실 필요는 없으니 그냥 펨코나 다른 곳에 가서 봐도 충분히 관측이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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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댓글들에서 저는 펨코맨들의 권력욕만을 확인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험한 존재이며 자신들한테 개기는 상대방이 어떤 굴욕을 겪을지만을 망상하는 것입니다. 본인들이 유튜브 시장에서 굉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데... 핑계고는 유재석이 주도하는 컨텐츠입니다. 케인이 아니라, 유재석이 하는 컨텐츠라니까요? 유재석은 지금 당장 유튜브 접어도 아무 아쉬울 게 없고요. 이 사람은 애 둘을 키우는 애아빠이며, 여자예능인이나 여자 작가들과 같이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왜 유재석이 본인들한테 사과를 할 거라고 망상을 펼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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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인가 '사과하는 유튜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되는 유튜버 케인...(아이고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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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은 악플을 다는 펨코맨들까지 품어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국민엠씨라고 모든 댓글을 신경쓰거나 몸을 사리지 않는다니까요...? (사실 일반인의 자연스러운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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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발견하는 것은 "사상"에 대한 펨코맨들의 이상한 알러지 반응입니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익숙하게 이어져오던 질서나 표현이나 하는 것들은 어떤 갈등도 없는, 자연스러운 세계로 인식을 하고 그걸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억지스럽고 뭔가 세뇌를 시킨다고 하는 '사상의 침투'로 해석을 하는거죠. 어떤 사상도 없는 무균질의 세계에, 외부적 사상이 침입해서 세계를 일그러트린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은 어떤 사상도 없는 자연인이고, 어떤 악질적이고 오염된 사람들만이 사상을 갖고 있다는 믿음인데, 어떤 변화라도 변화 자체를 싫어하고 거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권력자이자 자연인인 자신들의 허락을 받아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니까요. 특정지역 중장년층이 "노동자 권리 이야기하는 놈들은 다 공산주의 빨갱이 놈들이야!!" 하는 것과 사고방식이 너무 유사해서 좀 웃깁니다. 본인들이 무사상자로서 사상오염을 반대한다는 이 논리야말로 가장 극단적이고 온몸에 뿌리깊게 내려박힌 사상의 결과물이라는 걸 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지? 


아무튼 인터넷 세계는 "인터넷에서는 남자가 짱이니까 일단 내 기분맞추고 사과하라면 사과해즘"이란 사상이 너무 판을 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나 유튜버들이 이런 펨코맨들의 억지를 이렇게 "먹금"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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