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에 나왔구요. 에피소드 여덟개에 편당 50분 정도. 늘 그렇듯 마지막 에피소드만 한 시간이 넘어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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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니까 꼭 주인공이 칼라 구기노인 것 같은데 아니거든요. 근데 다 보고 나면 납득하게 됩니다.)



 - '포추나토'라는 의약 관련 대기업이 있고요. 그 회사의 대표 가족의 성이 '어셔'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로드릭 어셔이고 매들린 어셔라는 여동생이 있죠. 회사는 '뒤팽'이라는 검사에게 수십년간의 악행이 파해쳐져서 기소를 당해 전국적인 이슈가 된 상태인데... 시작부터 로드릭의 여섯 자식들이 다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것도 지난 일주일 동안 전혀 별개의 사건으로 다 죽었어요. 이런 괴상한 상황에서 로드릭은 흉가가 된 자신의 생가에 홀로 앉아서 뒤팽을 초대해 '모든 걸 자백하겠다'며 장장 여덟 시간 분량의 수다를 시작합니다. 로드릭은 원래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쩌다 이런 인간이 되었고. 자식 여섯은 왜, 어떻게 죽었는지. 기타 등등에 대한 기나긴 이야기가 드라마의 내용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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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간지나는 모듬샷을 준비해놨더군요. 이 중에 단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플래나간 사단이라는 게 좀 웃겨요. 의리 있는 건 좋지만 좀 과하달까... ㅋㅋ)



 - 플래나간이 사회에 대한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는 작가였을까요.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렇죠. 늘 사회 정의에 관심을 갖고 그걸 자신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이었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구체적으로 뭔가를 콕 찝어서 이야기하는 작품은 없었던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대체로 이 사람이 좋아하는 건 착한 사람들이 본인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비극에 휘말려서 인생 망하는 이야기들이었고 그들이 그런 비극을 당하게 되는 것에 현실 세계의 영향이 배후일 때도 있었지만... 역시 그렇게 뭐 하나를 원흉으로 잡고 쭉 밀고 가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좀 다릅니다. 어셔네 사람들이 운영하는 '포추나토'라는 회사가 문제죠. 이 회사는 그냥 딱 봐도 퍼듀 제약이고 회사의 최고 히트작이라는 진통제는 대놓고 옥시콘틴이거든요. 게다가 이 회사의 기나긴 소송이 마무리가 된 게 올 여름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현재 진행형인 이슈를 드라마의 소재로 끌어 온 셈이니 플래나간치곤 많이 과감하달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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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화마다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이 장면과 구도. 이 부분이 이야기의 액자거든요.)



 - 그래서 그런지 평상시 플래나간 드라마들이랑 톤이 많이 다릅니다.

 기본은 비슷해요. 언제나 즐겨 하던 부모와 자식, 특히 아빠와 아이들 이야기죠. 로드릭의 남매 매들린에겐 자식이 없어요. 영화에서 죽는 사람들은 거의 다 로드릭의 자식들이고 이들은 아빠와의 관계에 참 많은 문제가 있어서 그게 드라마가 되고, 그들 죽음의 원인이 됩니다. 게다가 에피소드 구성도 '힐하우스의 유령'이랑 비슷하게 에피소드 하나마다 자식들 한 명이 주인공이고 갸가 마지막엔 죽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인트로 하나 + 자식 사망 여섯 번 + 엔딩 하나. 이렇게 여덟 에피소드로 딱 맞아 떨어지는 구성.


 이렇게 말하면 맨날 하던 거 또 했네... 라는 느낌입니다만. 예전 작품들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이렇게 죽어 나가는 자식들에 대한 연민이 거의 없습니다. 아예 없진 않구요. 그런 게 조금씩은 보이지만 결국엔 '그래도 결국엔 다 니들이 선택한 거야'라는 식으로 자업자득 엔딩을 만들어요. 예전에 없었던 매정함을 보이는 셈인데... 그게 아무래도 소재로 삼은 사건 때문이겠죠. 현실의 그 집안은 수조원의 돈을 지불한 대가로 법적 책임을 100% 다 치르고 그 수조원보다 몇 배는 많은 재산을 갖고서 딩가딩가 잘 살고 있거든요. 실상이 이러한데 극중 인물들을 다 사연 가득하고 애잔한 인물로 다뤘다간...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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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내 팝가수 뮤직비디오 메이크업,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감독 사모님. 요 캐릭터도 뭔가 사연은 있지만 굳이 찐하게 보여주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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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약쟁이지만 나쁜 놈은 아닌 듯이 나오는 이런 캐릭터도 짤 없이 비참하게 죽어서 대체 기준이 뭔데? 했는데. 끝까지 보고 나면 의문은 풀립니다.)



 - 비록 지금은 1년에 읽는 책이 손가락으로 다 헤아리고도 남을만한 게으른 삶을 살고 있지만 놀랍게도 문학 소년(...)이었던 어린 시절에, 가장 임팩트를 남겼던 책이 하필 '에드거 앨런 포우 단편선' 이었던 사람으로서 이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길 하자면... 음. 뭐 걍 플래나간이 평소에 늘 하던 놀이를 한 번 더 했구나. 싶었습니다. ㅋㅋ


 그러니까 큰 틀의 이야기는 그냥 오리지널이구요. 위에서 말 했듯이 평소의 플래나간이 반복하던 이야기를 좀 매정한 버전으로 다시 하는 것에 가까운 가운데 그 이야기 속에 포우의 인기 단편들, 시 같은 것들이 슬쩍 들어가 있는 식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의 원흉(?)인 남매의 이름은 '어셔가의 몰락'에서 그대로 따왔구요. 로드릭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 여인이자 첫 아내 이름이 애너밸 리. 그리고 로드릭은 원래 시인 기질이 있어서 아내에게 자작시를 읊어주곤 했다든가... 검은색 고양이도 등장하고 큰까마귀도 등장하고 또 그 소설들에서 유명한 장면을 드라마의 중요한 장면에서 재현하고 뭐 그런 식이에요. ㅋㅋ 더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테니 생략하겠습니다만. 어쨌든 포우 팬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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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어셔가'도 나오구요. 살림살이 넉넉하지 못한 설정이라 소설처럼 커다란 느낌은 아니지만... 암튼 나옵니다.)



 -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역시나 '플래나간 드라마'라는 겁니다. 결국엔 비극적인 가족 드라마이고 내내 애절하고 우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깔면서 호러는 매 회의 마무리 장면에서 한 번씩 나오는 정도. 배우들도 이 분의 시리즈들 계속 보신 분들이라면 참으로 친숙한 그 분들이 거의 그대로 출동하시구요. 그러니 기존의 플래나간 시리즈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이것도 재밌으실 거고, 그것들이 별로였다면 이것도 별로일 것이고 그렇습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번엔 이야기가 좀 매정하거든요. '니들 다 자업자득이야!!!' 라고 고함을 치는 이야기이다 보니 등장 인물들의 사망씬을 이전작들보다 많이 살벌하게 처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호러가 많이 강화되긴 했구요. 또 어차피 이런 식으로 전개할 거라 그런지 예전 작품들처럼 인물 하나하나 과거 회상씬을 잔뜩 넣어서 드라마 쌓아주고 그런 게 거의 없어서 이야기 전개가 느리다는 기분도 안 들구요. 그러니 '플래나간 스타일이 싫진 않은데 좀 질리는 군' 이라고 느끼시던 분들이라면 이번 건 상대적으로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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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벌한 호러 장면'을 게시판에 올리긴 좀 그래서 이런 짤로 대체합니다. ㅋㅋㅋ)



 - 하지만 그 와중에 예전 같은 과거 회상씬의 특권을 부여 받은 분들이 있으니 바로 로드릭과 매들린입니다. 왜냐면 예전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엔 이 둘만 주인공이고 자식들은 그냥 이야기의 부산물이거든요. 그러니 자식들은 스킵해도 이 둘에겐 기나긴 회상 분량이 있구요. 다만 이번엔 이들의 회상 장면들이 갖는 의미가 좀 달라요. 그러니까 '평범한 멘탈의 열정 넘치던 젊은이가 어쩌다 이런 괴물이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게 회상 씬의 목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애잔하구먼... 싶은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다시 한 번, 이 드라마의 결론은 '그거 다 자업자득이야!!!'이고 회상 씬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ㅋㅋㅋ


 마지막쯤 가면 실제로 대사로도 이 얘기를 계속 해요. 니들이 선택했잖니. 값은 치러야지 어디 밑장을 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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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만 진짜 주인공이니까 회상씬도 우리들만! 이라는 식이구요. 윌라 핏제랄드란 분을 내가 어디서 봤는데... 하고 찾아보니 망해서 캔슬된 넷플릭스 드라마 '데어 미'였네요. 여기서도 매력적으로 나오십니다만 드라마는 권하지 않습니...)



 - 첫머리에 얘기 했듯이 현실 세계의 거대한 이슈를 대놓고 노골적으로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마지막 화에 가면 기존의 플래나간 드라마들에 비해 좀 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슈에 대한 직설적인 메시지가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좔좔좔 읊어지는 부분들이 있구요. 그 와중에 희망을 잃지 말자는 식의 메시지가 또 등장 인물의 대사를 통해 좔좔좔... 이런 게 좀 나와요. 솔직히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뭐 이 정도는 적당히 선은 지킨 것 같고. 또 뭐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봅니다. 이 정도 이야기도 안 할 거면 현실의 사건을, 그것도 수백만의 인생을 망쳐 버린 사건을 소재로 호러 드라마 같은 거 만들 생각을 하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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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 슬립'의 주인공 소녀 그 분입니다. 당연히 여기선 초능력 같은 거 안 써요.)



 - 배우들은 언제나 그렇듯 좋습니다. 선정도 좋고 다들 연기도 잘 하구요.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칼라 구기노인데... 음. 왜 그런지 설명은 생략하는 게 좋을 것 같구요. ㅋㅋ

 그 외엔 상대적으로 좀 덜 보였던 배우들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일단 플래나간과는 첫 작업인 듯한 마크 해밀이 좋았어요. 맡은 캐릭터(지옥에서 온 만능 변호사! ㅋㅋ)가 워낙 임팩트가 있어서 그렇기도 했구요. 특히 이 캐릭터의 마지막은 좀 의외라서 더 괜찮았네요. 매들린의 젊은 시절을 맡은 윌라 핏제럴드도 아마 플래나간 작품은 처음인 듯 한데 역시 좋았어요. 사실 이 캐릭터가 플래나간 드라마 캐릭터치곤 좀 격하게 심플한 느낌인데, 이 분이 매들린의 젊은 시절을 매력적으로 그려줘서 캐릭터가 좀 살아났다는 느낌.

 그리고 '닥터 슬립' 이후로 오랜만에 나온 손녀 레노어 역 배우님도 좋았습니다. 그 영화 보고 앞으로 잘 나가실 듯... 이라 생각했는데 청소년 드라마 하나 찍고 나선 이게 처음이었나봐요. 역시 캐릭터 덕을 많이 봤구요. 암담 우울 찌질하기 그지 없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딱 둘 밖에 없는 선인들 중 하나였거든요. ㅋ


 이 분들이 더 잘 했다기 보단 아무래도 늘 나오던 분들은 익숙한 느낌이 강해서 살짝 핸디가 있달까. 그런 얘기구요. 어쨌든 다 보고 나면 칼라 구기노가 가장 행복했고 이 분 팬들이 가장 좋아할 드라마... 입니다. 왜 그런진 그냥 보시면 알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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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의 정체를 숨길 생각은 하나도 없구나... 싶은 게, 넷플릭스 앱에 그냥 이 이미지가 떠요. ㅋㅋㅋㅋ)



 - 뭐 스포일러 다 피하려니 힘들어서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평소의 플래나간 드라마이긴 한데, 전보다 상대적으로 야멸차고, 전개가 덜 느리면서 호러는 강화된 버전의 플래나간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되시겠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 인용에 대해선 걍 잔재미 정도로 생각하고 보심 되겠구요. 핵심은 옥시콘틴 사건에 대한 비판과 특히 새클러 가문에 대한 저주(...)인 드라마라고 느꼈어요.

 사실 그래서 보면서 자꾸 '염력'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 이 영화 다들 싫어하시는 건 아는데, 다들 얄팍하다고 비난했지만 전 그래도 그 영화 엔딩이 맘에 들었거든요. 그거랑 같은 의도를 품고 정반대 방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같았어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제 '플래나간 스타일'이 좀 질리는 중이었는데. 이번엔 그래도 이것저것 개선(?)도 되어 있고 해서 즐겁게 봤습니다. 뭣보다 하룻 동안 쭉 달리게 만들 정도로 흡인력도 있었구요. 이 정도면 넷플릭스에 대한 작별 인사로 충분히 성실하게 잘 만들어 내놓지 않았나 싶었네요. 잘 가요 플래나간. 어차피 아마존 프라임에서 다시 만나겠지만... ㅋㅋ




 + 플래나간의 새 프로젝트는 일단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가 아니라 극장용 영화라고 합니다. 스티븐 킹 단편 '라이프 오브 척'의 각색이고 주연으로 톰 히들스턴과 마크 해밀(결국 이 분도 사단행... ㅋㅋ)을 캐스팅해놓고 작업 중이라고. 

 


 ++ 당연하지만 좀 웃기다고 생각했던 게. 결국 이 드라마 속 세상에는 에드거 앨런 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분이 존재 해 버리면 메타 코미디가 되어 버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



 +++ 극중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술이 하나 있는데요. 겁나 비싸다는 걸 몇 번을 강조하면서, 한 잔 따라주며 '이게 니 연봉 몇 배가 넘어 짜샤' 라는 대사들을 치길래 검색을 해봤더니 실제로 있는 술이네요. 술병부터 말도 안 되는 럭셔리 템이고 해서 현실 가격은 대략 24억 정도 한다고 합니다. 허허. 술 싫어하지만 이쯤 되면 맛이 궁금해지네요. 가격이 이 정도가 되면 맛이 중요한 게 아니겠지만요.



 ++++ 극중 뒤팽 캐릭터가 갑자기 본인의 이름값을 하기 위해 명탐정 대사를 길게 치는 장면은 좀 웃기지 않았나요. 드라마 톤에 안 맞게 좀 과하단 느낌이었는데. 워낙 유머가 부족한 드라마라 결과적으로 좋긴 했습니다. 사람이 가끔은 좀 웃고 살아야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짧게 적어보고 싶었지만 워낙 등장 인물도 많고 각각의 이야기도 많다 보니 대충 중요한 것만 요약한다고 했는데도 분량이...;


 로더릭과 매들린은 엄마가 겪은 비극 때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참 고민이 많은 청춘이었습니다만. 그나마 평범한 인간에 머물렀던 로더릭에 비해 머리 좋고 총명했던 매들린은 진작부터 확 엇나가서 성공을 위해선 뭐라도 다 희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죠. 잘 하면 좋은 길로 갈 수도 있었던 로더릭에게 인생 전환점이 찾아올 때마다 매번 사악할 길로 이끄는 게 매들린인데... 뭐 드라마의 테마 중 하나가 '결국 다 니가 선택한 거거등!' 이기 때문에 마지막엔 로더릭이나 매들린이나 둘 다 공평하게 비참한 결말을 맞으니 괜찮구요(?) ㅋㅋㅋ


 암튼 결혼해서 애도 둘이나 키우던 젊은 로더릭이 회사 보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힘겹게 버티던 와중에 회사의 부정을 감지한 뒤팽이 찾아와 폭로를 제안하고. 뒤팽을 도와 정의로운 일을 해내려나... 했는데 역시나 매들린의 작전과 본인의 원한에 휘둘려 로더릭은 뒤팽의 뒷통수를 치고선 회사 내에서 출세하는 길을 택합니다. 이에 깊이 절망한 아내 애너밸 리는 애들을 데리고 이혼해서 떠나구요. 로더릭과 매들린은 출세를 보장 받는 즉시 회사 사장에게 청산가리를 탄 술을 먹여 벽에다 묻어 버려요.(아몬틸라도 술통) 그러고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근처 술집을 찾아가 바텐더에게 말을 걸며 술을 마시는데...


 그 바텐더가 바로 칼라 구기노였고. 이 분의 정체는 뭐...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대략 악마 내지는 죽음. 이런 신적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에 가서야 이 때 칼라 구기노와 주인공 남매가 맺은 계약의 내용이 밝혀지며 드라마의 가장 큰 미스테리(대체 자식들을 왜 죽이는 건데?)가 풀려요. 그러니까 원한다면 니들 앞으로 하는 일 다 성공하게 해 줄게. 대신 너희에게 주어진 수명이 다하기 직전에 너희들의 후손들이 먼저 다 죽게 될 것이다. 라는 게 계약의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비참하고 궁상맞게 70년, 80년 사느니 화끈하게 원하는 거 다 하면서 럭셔리하게 40년, 50년 사는 게 낫지 않아?" 라며 그걸 승낙했구요. 그런데 이야기 전개상 로더릭 남매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칼라 구기노 캐릭터가 계약대로 수금(...)을 하러 다니고 있었던 거죠. 또 그래서 매들린은 애초에 자식을 안 만들고 살고 있었던 거구요.


 그래서 칼라 구기노가 죽이는 건 로더릭의 자손들만입니다. 나이 역순으로 죽어요. 먼저 막내 아들은 화려한 가면 무도회... 비슷한 마약 난교 파티를 열었다가(적사병의 가면극) 파티 이벤트로 튼 스프링쿨러에서 물 대신 아빠 회사가 숨겨둔 독극물이 쏟아져나와 죽고요. 다음엔 케이트 시걸이 언니의 비밀을 캐려고 병원의 동물 실험실에 들어갔다가 침팬지(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에게 두들겨 맞고 찢겨 죽고요. 다음엔 라훌 콜리가 동거 애인이 키우던 '검은 고양이'에게 마구 공격을 당하다가 베란다로 추락해서 사망. 다음엔 의학 연구하던 딸래미 트니아 밀러가 아빠에게 잘 보이려고 실험 결과 조작하고 무리수를 막 던져대는 꼴을 보고 분노해서 자길 떠나는 파트너를 실수로 죽인 후 죄책감에 심장 소리 환청을 듣다가(고발하는 심장) 자기 가슴에 칼을 꽂아 자살. 그 다음엔 사만사 슬로얀이 일생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 '황금벌레' 런칭을 환각에 빠져 말아 먹고는 좌절해서 집안의 거울을 다 때려부수며 절규하다 그 거울 파편에 찔려 죽고요. 마지막으론 장남이자 우리의 엘리엇 소년이 자기 믿음을 배신한 와이프에게 먹이던 마비제를 코카인인 줄 알고 흡입해버리는 바람에 철거되는 건물에 깔려 죽습니다.(함정과 진자)


 그렇게 자식들이 깔끔하게 몰살됐고 끝났나... 했는데 어이쿠. 애초에 계약이 '자식'이 아니라 '후손'이었거든요. 그래서 로더릭이 유일하게 아끼고 사랑하던, 이 집안에서 가장 똑똑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이고 정의로웠던 우리 손녀 레노어도 죽습니다. 다만 얘는 워낙 좋은 애라 칼라 구기노가 '너의 죽음으로 인해 니 엄마가 니네 집안 재산 갖고 좋은 일 해서 수백만이 훨씬 넘는 목숨을 살리게 될 거란다. 다 니 덕이야.' 라고 덕담을 해주며 고통 없이 잠들듯이 보내주네요.


 이렇데 후손들이 절멸했으니 남은 건 로더릭과 매들린 둘 뿐입니다. 그리고 인생 내내 인정머리 없던 매들린이 이미 자기를 희생시킬 경우까지 계산해서 행동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로더릭은 매들린에게 독약을 먹인 후 자기 생가 지하실에 관짝까지 만들어 눕혀 둔 채로 뒤팽에게 저런 기나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구요. 당연히 그 와중에 지하에선 쿵쿵 소리가 들리고 있었겠죠? ㅋㅋ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지하에서 매들린이 뛰쳐나와 로더릭을 덮치고, 뒤팽이 뭔가 손을 써보기도 전에 집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헐레벌떡 뛰어나와 본인 목숨은 부지한 뒤팽이구요.


 남은 건 후일담입니다. 이렇게 집안이 다 죽어나간 가운데 이 집의 조커이자 만능 일꾼이었던 마크 해밀 변호사님은 '너도 뭐 하나 조건 걸면 살려줄게?'라고 제안하는 칼라 구기노에게 '난 내 인생 남에게 맡길 생각 없거든?'이라 대꾸하고 걍 자기 죄값을 받으러 감옥에 가요. 로더릭이 애정도 없이 데려다 놓고 무시하던 와이프는 물려 받은 집안 재산으로 피해자들 보상도 하고 중독 치료 재단도 만들어 착한 일 하며 살구요. 마지막에 뒤팽은 어셔 일가의 무덤을 찾아 로더릭에게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려주는 내가 진정한 부자라능~' 라고 염장을 지르고는 웃으며 떠나가고. 그 직후에 칼라 구기노가 나타나 등장 인물들 묘비에 각각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하나씩 얹어 놓고는 큰까마귀로 변신해 날아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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